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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시각…사람 눈은 한시도 가만있지 않는데

사람의 눈으로 진짜 그림을 그리다…폴 세잔㊦ 

기사입력2021-03-04 10:37
안진국 객원 기자 (critic.levahn@gmail.com) 다른기사보기

안진국 미술비평가(‘불타는 유토피아’, ‘비평의 조건’ 저자)
원근법 그림이 세상의 껍데기에 불과한 것은 두 눈을 가진 사람이 하나의 눈으로 본 세상을 그렸기 때문이다. ‘하나의 눈은 고정된 카메라의 시각일 뿐이다.

 

BC 4세기경 아리스토텔레스가 카메라의 기원인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 어두운 방)를 고안한 이래, 화가들은 카메라와 유사한 구조의 여러 장치를 고안해 공간감을 평면에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이 밑바탕이 돼 르네상스 시대에 원근법이라는 체계적인 법칙이 확립됐다. 이 법칙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유구한 세월 동안 하나의 눈’, 즉 외눈박이 카메라의 시각을 사용하다 보니 이렇게 표현하는 것을 너무도 당연한 것처럼 여기게 됐다.

 

카메라 옵스큐라는 라틴어로 ‘어두운 방’이라는 뜻으로, 이 원리가 카메라로 발전했다.

 

현대미술의 문을 열다=세잔에게는 고정된 카메라의 시각, 원근법의 시각이 이상했다. 사람의 눈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쉼 없이 여러 사물로 시점을 옮겨 다닌다. 그래서 사람이 보는 세상은 하나의 통일된 시점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시점이 섞여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여러 시점으로 그려진 세잔의 그릇, 바구니와 과일이 어쩌면 사람의 눈으로 본 것을 그린 그림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의 눈은 한시도 가만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의 눈은 어떤 대상에 집중하면, 즉 대상에 초점을 맞추면 그 대상만 보인다. 사진처럼 넓은 범위에 있는 여러 대상을 한꺼번에 볼 수 없다. 단지 초점이 옮겨 다닐 수 있을 뿐이다. 게다가 가까이에 있다고 선명하게, 멀리 있다고 흐릿하게 일부러 다르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어떤 대상이든 초점을 맞춘 즉시 그것을 선명하게 본다. 세잔의 그림에서 모든 사물이 선명한 것은 그가 사물 하나하나에 초점을 맞춰가며 그렸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 사물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각 사물은 화면의 그곳에 있어야 할 목적이 있었다. 세잔의 그림이 통일되지 않은 시점 때문에 산만해 보임에도 불구하고, 화면 안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세잔은 다른 사물을 위해서 어떤 사물을 장식으로 사용하거나 전체 화면을 위해서 부분적인 요소를 희생하지 않았다. 그는 모든 사물이 고유의 세계를 지닌 채 있어야 할 위치에 마땅히 있도록 각 사물을 신중하게 배치했다. 세잔이 높이 평가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폴 세잔, ‘그릇, 바구니와 과일(주방 탁자)’, 1888~1890년, 캔버스에 유화, 65×81cm, 오르세 미술관 소장

 

다시 한번 그릇, 바구니와 과일(주방 탁자)’을 살펴보자. 사물들이 무심히 흩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팽팽한 긴장감이 유지되도록 배치돼 있다.

 

가령, 이 그림에서 테이블 오른편 가장자리에 놓여 있는 배는 너무 커 보이지만, 그림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그림 왼편 위쪽 구석의 복잡한 형태로 쏠릴 수 있는 시선을 이 배가 가져와 시선의 균형을 유지한다. 마찬가지로 왼편 앞부분 식탁보의 접힌 부분에 있는 붉은 배는 과일바구니 안에 비슷한 위치에 놓인 붉은 배와 평형을 유지하며 균형과 긴장감을 준다. 또한, 식탁과 바구니, 의자 등의 따뜻한 색조는 천과 도자기, 바닥의 차가운 흰색, 회색, 자주색과 대조를 이룬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요소가 사물들 사이에 긴장감을 만든다. 사물들은 화면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며, 조화를 이룬다. 이것이 바로 세잔이 보여준 화면의 치밀한 구성, 구조적인 조형성이다.

 

세잔은 사람의 눈으로 사물을 관찰하고 그것을 화면 안에서 단단히 제 역할을 하도록 표현했다.

 

그가 보여준 다시점이 엮인 그림은 피카소와 브라크에게 영향을 줘 입체주의가 탄생하도록 이끌었다. 그의 치밀한 구성은 구성만으로 작품이 될 수 있음을 예비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추상미술로 가는 다리 역할을 했다. 현대미술의 문을 그가 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세잔을 현대미술의 아버지라고 부른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안진국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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