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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더빙기술로 ‘K’ 넘고 발리우드·텔레노벨라 잡겠다
AI 다국어 더빙·자막 솔루션…㈜스트라 김용호 대표
- 기사입력2025-08-13 09:09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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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대표가 스트라의 서비스를 이용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중기이코노미“니 밥 먹었나?” 텍스트로 쓰인 문장을 경상도 사투리로 읽어달라는 요청에 몇 초도 되지 않아 경상도 억양의 말투가 나오고, “(매우 기쁜 소리로 말해줘) 축하해, 정말 축하해”라고 쓰자, 화자가 기뻐할 때의 감정과 말투, 속도를 고스란히 반영해 전달해 준다.이뿐만이 아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속 배우 송혜교와 임지연이 한국어로 연기했을 때의 감정과 억양 그대로 영어로 팽팽한 신경전을 벌인다. K-팝 걸그룹 멤버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에서는 멤버 모두 능숙한 일본어로 음식을 먹고, 거리를 걸으며 팬들과 소통한다.이 모든 것은 AI 다국어 자막·더빙 기술로 구현된 것이다. 이 분야에서 창의적이고도,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스트라(STRA)는 K-콘텐츠뿐만 아니라, 더빙에 대한 니즈가 있는 전 세계 콘텐츠에 ‘K-AI 더빙 기술’을 입히겠다는 포부를 안고 있다.사내벤처에서 분사 성공했지만…“시장 반응은 달랐다”음악과 기술을 융합하는 학문 분야로 석사학위를 취득한 김용호 대표는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에서 12년간 근무하며, 음악과 오디오를 과학기술과 결합하는 업무를 진행했다. 그러던 그가 창업하게 된 계기는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Lab’을 통해서다.첫 아이템은 전공을 살려 ‘뮤직테크’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AI가 기타를 가르쳐주는 앱으로, 코드 정보를 악보처럼 보여줘 누구나 쉽게 기타를 연주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는데, 삼성전자 임직원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한 결과, 만족도가 높고 성과도 꽤 좋아서 스핀오프까지 이어졌다.2021년 5월, 창업한 스트라는 당시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상황에서 모든 분야가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바뀌는 걸 보면서 ‘화상 레슨 플랫폼’으로 사업을 구체화했다. SNS에 올리듯이 사람들이 연주 영상을 올리면, 마음에 드는 튜터를 선택해 영상통화를 걸어 악기, 보컬 레슨 등을 받을 수 있는 앱이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실패’했다고 김용호 대표는 자평했다.
김용호 대표가 K-팝 걸그룹 WOOAH(우아)가 스트라의 AI 더빙 서비스를 이용해 올린 브이로그 영상을 소개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튜터 입장에서는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가르치는 것은 똑같고, 오히려 비대면일 때 준비해야 할 것들이 훨씬 많은데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비대면 교육이니까’라며 비용 면에서 낮게 책정되기를 바랐다. 즉, 공급자와 수요자의 미스매치로 인해 유료화에 실패했다”고 분석했다.K-팝 가수가 돼보자…피봇 통해 ‘스트라’만의 강점 결합이후 스트라는 K-팝 쪽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메인 콘셉트는 ‘혼자, 아무 때나 연습할 수 있는 노래방’이다. 사용자가 유튜브 링크를 넣으면 음원을 분석해 음성 부분만 따로 추출해서 가사를 적어 주고, 인터넷에서 가사를 끌어오기도 하고, 번역과 발음표기를 해준다. 심지어 자기의 음성으로 노래까지 생성해 준다. 이 서비스는 이전에 운영하던 화상 레슨 플랫폼에서 아이디어를 따왔다. 해외의 K-팝 팬들에게 레슨하는 모습이 마치 어학강의를 방불케 할 정도로 가사 읽는 방법부터 교육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2023년 5월에 론칭한 이 앱은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 구글이 운영하는 ‘창구’에 TOP3로 선정됐고, 다운로드 수 50만회 이상, 앱스토어 리뷰 3000개, 5점 만점에 4.5점의 평균 평점을 기록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사용자의 99%가 미국, 브라질, 인도 등 해외 이용자일 정도로 K-팝 팬의 많은 관심을 받았고, 마케팅을 전혀 하지 않는 지금도 하루에 200~300명씩 꾸준히 신규 유입이 될 정도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문제는 이 역시 유료화 부분에서 실패했다는 점이다. 스트라 자체 분석 결과, 사용자 대부분이 초등학교 5~6학년에 해당하는 어린 10대이다 보니, 유료 서비스를 잘 사용하지 못할뿐더러, 엄마 휴대전화로 앱을 이용하는 때도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이런 와중에도 성과는 뚜렷이 있었다. 또 한 번의 피봇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됐기 때문이다. 아이디어의 뿌리는 AI 커버 기능에서 나왔다. 자기 목소리로 K-팝 노래를 생성해 주는 기술인데, 생일 축하 같은 짤막한 노래를 한 번만 불러도 목소리를 AI가 카피해 가수의 목소리를 사용자 목소리로 음성 변환해 주는 기술이다.특히, 노래방이다 보니 타이밍에 맞춰 노래 가사가 정확하게 움직이는 게 포인트인데, 스트라의 타임싱크는 이런 점에서 사용자의 높은 만족도를 끌어냈다. 업계의 관심도 받았는데, 2024년 하반기에는 LG유플러스 IPTV 자막에 싱크를 맞추는 작업을 진행했고, 한국잡월드에는 아이돌 체험관에 입장한 어린이가 애국가나 생일 축하 등을 부르면 5분 안에 그 어린이의 목소리로 K-팝을 생성해 주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진행했다.
김용호 대표가 스트라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김 대표는 “AI 커버라는 기술이 노래를 생성해 주는 솔루션이지만, 원천적으로 따지면 음성을 변환해 주는 기술이다. 이를 꼭 K-팝에만 사용하지 말고 더빙 등 일반 콘텐츠로도 확장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더빙 솔루션…AI가 ‘내 표정·말투’ 콕 집어 32개 언어로스트라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4월 AI 다국어 더빙 솔루션을 론칭했다. 스트라의 강점은 원작자와 유사하게 표현하는 보이스 컨버전(Voice Conversion) 기술이다. 특히, 원작자의 감정과 억양을 그대로 담아 표현해 주고, 톤과 말하는 스타일까지 정교하게 재현해 주는 게 차별점이다.글자를 입력하면 읽어주는 TTS(Text to Speech) 기능도 제공하는데, 자기의 목소리를 10초 이상만 업로드하면 복제본이 생성돼 녹음을 따로 하지 않더라도 글자를 치면 바로 자기 목소리로 말이 나온다.자연어로 감정 디렉팅을 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보통의 TTS 서비스는 감정 1번, 감정 2번, 화남 1번, 화남 2번, 슬픔 1번, 슬픔 2번 이런 식으로 타입을 정해놓고 고르거나, 끝 음을 올리고 내리는 등 숫자를 미세하게 조정해 감정을 만든다. 스트라의 TTS는 자연어로 프롬프트(prompt)를 써서 감정을 표현한다. 이를 통해 문장의 빠르기나 어조, 억양, 감정 표현을 바꾸는 게 가능하다.스트라의 기술력은 최근 유튜브에서 론칭한 자동 더빙 기능과 비교해 봐도 차이점을 확연히 알 수 있다. 유튜버가 업로드를 하면 다국어 오디오 트랙이 유튜브에 자동 생성되는 기능인데, 원작자의 억양을 살리지 못해 아쉽다는 평이 많다. 즉, AI 더빙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고품질에 대한 수요는 더 늘어날 거라는 게 김 대표의 의견이다. 현재 스트라는 영어, 스페인어, 일본어, 중국어 등 32개 언어로 변화해 주며, 다른 언어에 대한 요구도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고 한다.현재 K-팝 엔터사를 비롯해 다양한 플랫폼 사에서 스트라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일례로, 일본과 중국에 팬층을 확보한 WOOAH(우아)라는 걸그룹이 스트라의 서비스를 이용해 브이로그 영상을 만들고 있고, 현지화에 관심 있는 숏폼 드라마 업체에서는 한국어에서 영어로 POC를 진행하기도 했다. 오디오 드라마 플랫폼 사인 나디오와도 협업했다. 특히, 현지화 재제작을 진행할 때, 외국인 성우를 섭외 시 드는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어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스트라는 과기부의 AI 더빙 특화 K-FAST 지원 사업에 최종 선정됐다. 이를 통해 김용호 대표는 해외 진출의 기반을 확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이처럼 스트라가 더빙 관련 서비스에 집중하는 이유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서다. 아시아권에서는 자막을 더 선호하는 편이지만, 유럽, 미국, 중남미에서는 더빙을 선호하는 수요가 더 높다는 것이다.그중에서도 K-콘텐츠 못지않게 수출 의지가 높은 다른 나라의 콘텐츠를 공략할 계획이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인도의 발리우드(Bollywood), 중남미의 드라마 장르인 텔레노벨라(Telenovela) 등이 대표적이다.김 대표는 “이 분야의 시장성은 어마어마하다. 콘텐츠의 양도 있지만, 곱하기 언어 수를 해야 하므로 그 규모는 훨씬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최근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I 더빙 특화 K-FAST 지원사업’에 선정됐는데, 이를 통해 올 하반기부터 북미, 유럽, 중남미 등 해외 진출을 가속할 방침이다.그는 “한국의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등을 영어, 스페인어 등으로 더빙하면 삼성, LG 스마트 TV에 탑재된 K-FAST 채널을 통해 20여개국에 송출된다”며, “남미 스페인어 더빙 80시간과 AI 번역 자막 60시간을 제작해 공급할 예정”이라고 했다.이어 “이를 레퍼런스 삼아 내년에는 해외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얼마 전 참여한 세계 최대 방송 장비 전시회인 NAB 쇼에서 멕시코의 한 유명 방송사와 미팅을 하기도 했고, 현재 테스트를 준비 중”이라며, “개인 크리에이터들도 쉽게 사용하도록 웹사이트를 운영해 B2B뿐만 아니라 B2C 매출도 올릴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