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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예술을 읽다

‘미국의 어머니’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된 작품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 사기꾼이라 혹평받은 제임스 맥닐 휘슬러㊤ 

기사입력2021-04-18 10:00
안진국 객원 기자 (critic.levahn@gmail.com) 다른기사보기

안진국 미술비평가(‘불타는 유토피아’, ‘비평의 조건’ 저자)
지금까지 런던 촌뜨기의 뻔뻔함을 많이 보고 들었지만, 물감 한 통을 사람들의 얼굴에 쏟아붓는 대가로 200기니를 요구하는 오만한 사람은 처음 본다.”

 

영국이 낳은 19세기 위대한 사회사상가이자, 예술비평가인 존 러스킨이, 제임스 맥닐 휘슬러(James McNeill Whistler, 1834~1903)검은색과 금색의 야상곡:떨어지는 불꽃(Nocturne in Black and GoldThe Falling Rocket)’을 보고 쏟아놓은 혹평이다. 기니(guineas)1663년부터 1813년까지 영국에서 사용한 금화로, 그 당시 달러로 약 1000달러 정도되는 금액이다. 인플레이션 등을 고려하면, 한화로 몇백 만 원 이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혹평에 분개한 휘슬러는 러스킨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검은색과 금색의 야생곡은 어떤 그림일까? 존 러스킨은 왜 이 그림에 이런 혹평을 쏟아 냈을까? 명예훼손 소송은 어떻게 되었을까? 과연 휘슬러는 어떤 화가였을까?

 

제임스 맥닐 휘슬러, ‘검은색과 금색의 야상곡:떨어지는 불꽃’, 1875, 목판 위에 유화, 60.3×46.4cm, 미국 디트로이트 인스티튜트 오브 아트 소장.
어머니보다 중요한 것=검은색과 금색의 야생곡을 살펴보기 전에, 미국에서 어머니의 모습을 대표하는 그림으로 사랑을 받았던 회색과 검은색의 배합 제1(Arrangement in Grey and Black)’을 먼저 이야기하며, 제임스 맥닐 휘슬러의 면면을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휘슬러의 어머니로 잘못 알려진 회색과 검은색의 배합 제1은 휘슬러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휘슬러가 자신의 어머니를 그린 그림이니, 이 그림을 휘슬러의 어머니라고 부르는 게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 할 수는 없으나, 이 작품의 제목은 아니다.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러시아의 장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지냈으며, 21살에 그림을 공부하기 위해 유럽에서 지냈고, 이후 영국으로 이주해 활동했던 휘슬러이지만, 그는 미국의 매사추세츠주의 로웰 출생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그를 미국 작가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미국 정부는 1934년 어머니날을 맞아 그의 작품 회색과 검은색의 배합 제1을 기념우표의 이미지로 사용했고, 이후 이 작품은 미국의 어머니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됐다. 검정 드레스를 입고 있는 늙고 야윈 어머니의 측면 모습을 그린 이 그림에서 그의 어머니는 검소한 인상을 주면서도 무척 차갑고 근엄한 모습이다. 어떤 역경에서도 꿋꿋이 이겨낼 것 같은 강인하고 희생적인 인상을 준다. 회색빛 무채색으로 채색된 실내는 이러한 분위기를 더욱 강화한다.

 

이 그림은 영국 왕립 미술아카데미에 출품돼 전시되자마자 화단에서 호평이 쏟아졌고, 발표 이후에 점차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으며, 나중에는 프랑스 정부가 사서 오르세 미술관의 소장품이 된 그림이다.

 

미국 정부는 1934년 어머니날을 맞아 제임스 맥닐 휘슬러의 작품 ‘회색과 검은색의 배합 제1번’을 기념우표의 이미지로 사용했고, 이후 이 작품은 ‘미국의 어머니’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됐다. 미국 정부가 1934년 어머니날을 맞이해 발행한 기념우표.

 

그렇다면 그는 강직하고 꿋꿋한 어머니의 이미지를 보여주길 원해서 이 그림을 그렸던 걸까? 전혀 아니다.

 

이 사실은 그가 이 작품의 제목을 회색과 검은색의 배합 제1으로 정한 것에 분명히 나타나 있다. 휘슬러의 작품은 교향곡(심포니)’, ‘화성(하모니)’, ‘야상곡(녹턴)’ 같은 음악적인 제목들을 붙였는데, 그 이유는 그가 미술작품이 음악처럼 색채들의 어울림 속에서 아름다움이 나온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예술을 헌신이니, 연민이니, 사랑이니, 애국심이니 하는 상관없는 감정들과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그래서 회색과 검은색의 배합 제1휘슬러의 어머니라는 다른 제목으로 부르는 것은 그의 의도를 훼손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자신의 어머니를 그리게 된 이유가 모델로 서기로 약속했던 연인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 대신에 어머니를 그리게 된 것일 뿐이다. 그래서 어머니의 사랑이나 헌신, 강인함 등을 생각하고 그렸다고 보기 힘들다.

 

휘슬러에게 중요했던 것은 이 그림의 제목처럼 회색과 검은색의 배합, 조화, 균형등이었다. 따라서 이 작품 이미지로 발행한 어머니날 우표에 들어 있는 미국의 어머니들을 기억하고 경의를 표하며라는 문구를 휘슬러가 들었다면 무척 못마땅해했을지도 모른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안진국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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