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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할 길 탄소중립, 국내기업 대처 아직 늦다

피할 수 없는 길이란 평가 많았음에도 3분의 1은 대응책 마련 못해 

기사입력2021-04-20 00:00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말 발표한 인프라투자계획을 보면, 청정 에너지 관련 투자는 4000억달러 규모였다. <사진=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말 2조250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계획을 발표하자, 테슬라의 주가가 들썩였다. 청정에너지 관련 투자 규모가 4000억달러에 달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기후변화와 탄소배출 감축에 속도를 내면 수혜기업과 피해기업의 희비는 더욱 극명하게 엇갈릴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주 초 기후정상회의에 맞춰 미국의 탄소배출 감축 목표치를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한국과 EU, 일본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가운데, 미국 역시 구체적인 연도별 탄소배출 감축 목표나 탄소중립 연도를 못박을 경우 기업들의 대응에도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그러나 국내기업들의 대응속도가 탄소중립 추세에 앞서가고 있느냐는 질문의 답은 비관적이다. 18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기업 대상 조사결과를 보면 그렇다.

이달 초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에 참여중인 403개사를 대상으로 ‘2050 탄소중립에 대한 대응실태와 과제’ 조사에서, 응답기업의 57.3%가 2050 탄소중립을 ‘어렵지만 가야할 길’로 평가했다. 반면 ‘현실적으로 탄소중립은 어렵다’는 기업도 42.7%나 됐다.

탄소중립(net zero)은 기후변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흡수량을 뺀 순배출을 0으로 하겠다는 목표다.

피할 수 없는 길이란 평가가 많았음에도, 당장에는 탄소중립을 기회보다 위기 요인으로 보는 기업이 많았다. 탄소중립이 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경쟁력 약화 위기’(59.3%) 또는 ‘업종 존속 위기’(14.9%)라고 응답한 기업이 74.2%를 차지했다. ‘경쟁력 강화 기회’라고 보는 기업은 25.8%에 그쳤다.

눈앞의 규제 대응에만 급급…기술개발 발등에 불

 

이번 조사에서 응답기업의 64.8%는 탄소중립 정책에 ‘대응 중’(31.0%) 또는 ‘대응계획 중’(33.8%)이라고 답했다. 반면, 대응하지 못한다는 응답도 35.2%에 달했다.

탄소중립 대응에 나선 기업은 그 이유로 규제를 주로 꼽았는데 ‘현재의 규제’(39.0%) 또는 ‘규제강화 대비’(21.7%)가 60.7%를 차지했다.

반면 ‘ESG 실천’(16.9%), ‘경쟁력 강화’(12.5%), ‘공급망 등의 요구’(5.2%), ‘기후위기 대응 동참’(2.9%) 등 적극적 이유로 대응한다는 기업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대응 내용으로는 ‘사업장내 온실가스 감축투자’(75.5%)가 대부분이었다. 이외 ‘RE100 등 이니셔티브 참여’(9.3%), ‘외부감축사업 추진’(7.6), ‘탈탄소 기술개발 참여’(7.2%) 등이 뒤를 이었다. RE100은 기업들이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약속하는 캠페인으로 현재 애플, 구글, 아마존, BMW 등 290여개 글로벌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SK, LG화학, 아모레퍼시픽 등이 참여를 선언했다.

아직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비용 부담’(41.7%), ‘감축방법 부재’(31.3%), ‘우선순위에서 밀림’(22.2%) 순으로 이유를 들었다.

기업들은 탄소중립을 위해 다양한 R&D 과제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생산기술’(24.8%)을 가장 많이 꼽은 가운데 ‘공정가스 대체·감축 기술’(22.5%), ‘에너지효율 향상 기술’(22.2%), ‘자원순환 기술’(17.5%),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13.0%) 등이 뒤를 이었다.

이에 따라 탄소중립을 위해 시급한 정책과제로 ‘감축투자 지원’(36.7%)과  ‘탈탄소 혁신기술 개발’(31.0%)을 요청한 기업이 많았고, 이어 ‘재생·수소에너지 공급인프라 구축’(15.1%), ‘법제도 합리화’(11.2%), ‘협력 네트워크 구축’(5.0%)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한편, EU와 미국에서 도입을 추진 중인 탄소국경세가 시행된다면 73.7%의 기업이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영향 없을 것’이란 응답은 26.3% 수준이었다. 수출상품의 탄소 배출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탄소국경세가 어떤 형태로 구체화되느냐에 따라 부담의 정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개별 기업들의 탄소중립 대응과 별도로, 대한상의는 산업계의 탄소중립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탄소중립 연구조합 설립을 추진한다고 지난주 밝혔다. 정부와 업종별 협회를 중심으로 탄소중립 전환 논의가 이어져 왔는데, 산업계가 직접 탄소중립 R&D 연구조합을 설립하기로 한 것이다.

탄소중립 연구조합에는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포스코,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등 14개 기업과 단체가 참여할 예정이다. 법인 설립 이후 산학연간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내년부터는 탄소중립 R&D 국책과제 수행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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