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탄소중립’ 선언…실행이 뒷받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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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대통령의 ‘탄소중립’ 선언…실행이 뒷받침돼야 ‘그린뉴딜’ 한다면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하고 수출도 하고

기사입력2020-10-30 00:01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그린 뉴딜에 환경정책의 색채 보다는 일자리 정책의 지향점이 훨씬 강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사진=뉴시스>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그린뉴딜에 8조원을 투자한다”면서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이어 “석탄발전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여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탄소중립 선언에 대해 한국판뉴딜의 한 축인 그린뉴딜이 한걸음 내딛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에서 배출한 이산화탄소 배출량만큼 풍력·태양력 발전과 같은 재생·청정에너지 분야에 투자함으로써, 실질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목표·시한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세계 각국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과 함께 신재생 에너지 개발을 통해 미래 에너지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쟁탈전을 벌이는 상황이다. 급변하는 현실에 뒤처져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는 면에서, 대통령의 탄소중립 선언은 평가받아 마땅하다.

당초 그린뉴딜은 디지털뉴딜, 사회안전망 확충과 함께 한국판뉴딜의 세 축 중 하나로 발표됐다. 그래서 환경보다 일자리 정책기조에 편중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최근 펴낸 ‘유럽 그린딜이 한국 그린뉴딜에 주는 정책 시사점’ 보고서 역시 같은 지적을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그린뉴딜이 일자리 창출 목표를 구체적인 수치로 밝힘으로써, 환경보다는 코로나19 사태 대응에 방점이 찍혔다는 비판을 받는다.

8조원 넘는 그린뉴딜 투자 계획에도, 구체적인 탄소감축 목표가 부재했다는 직접적인 비판도 있었다. 반면 지난해 12월 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유럽 그린딜’은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탄소배출 관련 법제화를 이미 시작했다. 탄소국경세까지 도입된다면 기후변화 대응이 국제무역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일본(2050년)과 중국(2060년)이 연이어 탄소중립 시한을 발표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런 국제환경을 고려해, 환경단체뿐만 아니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역시 탄소중립 시한을 명시하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수립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맞춰 문재인 대통령이 탄소중립을 선언한 만큼, 에너지전환 정책과 그린뉴딜이 구체적인 계획 속에서 보다 빠르게 실행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정부가 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지는 의문이다. “우리나라는 지금도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고 있고,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의 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투자까지 하고 있다.” 에너지정의행동이 28일 낸 성명서의 내용은 그래서 더 뼈아프다.

기업들 또한 기후변화 대응이 환경을 살리기 위한 ‘착한’ 행동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환경은 물론 경제 차원에서도 생존의 문제임을 직시하고, 에너지전환을 동반한 경제패러다임 걸맞는 성장전략을 구사할 때다.

전기차 시대가 예상외로 빠르고 급속하게 대중화됐다. 또다른 극적 변화가 어느 날 성큼 우리에게 다가올지 모른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개개인까지도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사회 대응을 주시하고, 속도를 맞춰야만 생존 가능한 시대가 됐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