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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등 범법으로 사망했는데 산재가 될까

법원, 업무와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있어 업무상 재해로 인정 

기사입력2021-06-15 00:00
정원석 객원 기자 (delphi2000@naver.com) 다른기사보기

노무법인 ‘원’ 정원석 노무사
우리 산재보험은 근로자가 업무상의 재해를 당한 경우, 그것이 설령 근로자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도 따지지 않고 보장한다. 근로자의 과실 비율 등을 사후적으로 산출하는 일은 꽤나 지난한 과정이라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 수 밖에 없고, 그만큼 근로자 보호에 역행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근로자의 고의성이 없는 경우를 말하는 것일 뿐, 고의나 자해행위에 해당하는 경우라면 해당이 없다. 심지어 범죄행위에까지 해당하는 경우에는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 다만그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이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낮아진 상태에서 한 행위로 발생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으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다만 범죄행위로 포섭될 수도 있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은 경우가 있어 주목된다. 법원은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에서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않는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 등이란, “오로지 또는 주로 자기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사고가 발생한 경우라고 해석한다.

 

이에 따라 법원은 근로자가 승용차를 이용해 통상적인 경로로 출근 중 신호를 위반(적색신호인데도 직진,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 제1호의 신호위반)해 교차로에 진입했다가 우측에서 달려오던 버스와 충돌해 사망한 케이스에서, 위 교차로의 경우 구조상 운전자가 신호등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신호등의 존재를 인지하더라도 다른 진행방향의 신호등으로 착각할 가능성이 큰 점, 주변 교통상황을 살펴 신호 변경 여부를 판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위 교통사고가 오로지 또는 주로 신호위반 운전의 범죄행위로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고 위 교차로 내의 신호등 설치·관리상의 하자가 상당한 원인이 되어 발생했다고 보이므로, 비록 근로자에게 과실이 일부 있었더라도 위 교통사고로 인한 재해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보아 근로복지공단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결정을 취소했다.

 

최근에도 음주운전으로 출근하다가 사고로 숨진 경우에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 케이스가 눈길을 끈다.

 

법원은 지위와 음주, 과속운전 경위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단절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해당 사안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조리사로 일하던 A씨는 지난 20206월 퇴근 후 주방장의 제안으로 협력업체 직원들과 2250분까지 술자리를 가졌다. 다음 날 오전 5시 자신의 차량으로 출근길에 오른 A씨는 지난 밤 음주의 여파로 3차선 도로의 신호등과 가로수를 연달아 들이받는 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조사결과 A씨의 혈중알콜농도는 0.077%였고, A씨의 차량은 시속 151km로 달리다가 미끄러져 사고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근로복지공단은 음주운전 및 과속운전에 따른 범죄행위로 사망한 경우라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할 수 없다는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법원은 근로자가 형사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법 위반 행위를 했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소정의 범죄행위라고 볼 수 없다면서, “위반행위와 업무관련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 조리사로 채용된 지 70일 정도 밖에 되지 않은 A씨가 주방장과의 모임을 거절하거나 종료시각을 결정하기는 어려웠을 것이고, A씨가 상급자 전화를 받고 급히 기상했고, 지각시간을 줄일 목적으로 과속한 것으로 보이므로, 이는 자동차를 운전해 출근할 때 수반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요컨대 법원은 A씨가 일한 주방에서의 지위와 음주, 과속운전 경위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단절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해당 사안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노무법인 원 정원석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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