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이 나서서 보호해야 할 생활밀착형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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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공공이 나서서 보호해야 할 생활밀착형 서비스 무료서비스로 시장독점 후 유료 전환…소비자와 서비스 제공자 피해

기사입력2021-06-21 06: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대한민국 전체 인구 중 20% 이상이 살고 있는 경기도가 지난해 연말 특별한 시도를 했다. 그간 사실상 특정 민간업체가 독점해 온 배달시장에 공적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배달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했지만, 소상인은 과도한 수수료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이를 이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공공영역에서 나름 답을 내 놓은 것이다. 경기도에서도 전국 자치단체 중 가장 많은 인구가 사는 수원시를 비롯해 용인시 등 대도시가 공공배달앱을 도입했다.

수년 전부터 선점효과를 극대화시킨 민간시장에 비해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경기도는 보고 있다. 나아가 경기도 공공배달앱 운영사인 경기도주식회사는 지난해 11월 전국 공공배달앱 관계사와 협약을 맺고 3월에는 전국공공배달앱상생협의회를 출범했다. 협의회는 공정한 배달앱 시장질서 확립과 소상공인 및 소비자 권익 향상 등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민간시장에 공공영역이 관여하는 것은 시장원리에 맞지 않다고 질타하기도 한다. 제 아무리 소비자나 소상공인을 위한 것이라 해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한발 물러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카카오 택시 유료멤버십이 논란이 되고 있다. 카카오는 2015년 택시시장에 본격 진입해 무료서비스를 실시했다. 그동안 전화로 불렀던 ‘콜택시’ 서비스를 한순간에 스마트폰을 이용해 찾아오는 택시로 전환시킨 것이다. 신문물이 주는 편리함에 택시 이용자는 대거 몰려 2800여만 명이 가입자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5년 여 만에 택시 플랫폼 시장에 절대 강자로 자리 잡았다. 강원도의 경우 카카오플랫폼 이용 차량은 도내 전체 차량 중 90%에 육박할 정도란다.

최근 카카오 택시 유료멤버십이 논란이 되고 있다. 소비자도 택시기사도 별도의 요금을 내지 않으면 서비스에 차별을 받게 됐다. 결국 사실상 유료회원이 아니면 제때 서비스를 받는 것이 힘들다는 의미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이와같은 성과를 기반으로 이 회사는 최근 호출서비스를 유료화로 전환했다. 기업 경영방식이라 별말 하지 못하겠지만, 결과만 두고 보면 그간 무료서비스는 미끼였던 셈이다. 유료화 효과는 엄청났다. 국민의 힘 구자근 국회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 택시 유료멤버십 영향으로 카카오의 올해 1분기 매출은 1조2426억 원, 이중 영업이익도 1538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소비자도 택시기사도 별도의 요금을 내지 않으면 서비스에 차별을 받게 된 것이다. 서비스에서 차별이 난다는 것은 사실상 유료회원 아니면 제때 서비스를 받는 것이 힘들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비자도 택시업계도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독과점에서 발생하는 문제다. 독과점은 시장에서 분명히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특히 먹을거리와 대중교통수단은 공공재의 성격이 강하다는 사회적 약속이 있다. 이는 곧 공적 차원의 접근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말한다.

지난 4월 수원시는 택시호출 공공앱 ‘수원e택시’를 출시했다. 카카오가 독과점한 시장에 대항마 역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수원시개인택시조합, 수원시법인택시연합회 등이 동참했다. 택시기사들이 절박한 심정으로 구축한 만큼 업체 참여는 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아직 소비자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데다, 민간플랫폼이 선점한 상태라 상황을 역전시키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는 시장경제 논리란 미명하에 물러나 있지 말고, 생활밀착형 그래서 공공재로 분류할 수 있는 분야에는 더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야 한다. 행정은 기업을 위한 것이 아니다. 공익과 사익간의 갈등이 생기면 행정기관은 공익 편에서 갈등을 풀어야 한다. 지금이 그때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