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시장의 위기…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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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골목시장의 위기…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하다 온라인시장 과열과 골목상권 붕괴…더 안 좋은 경제질서 만들 것

기사입력2021-08-05 16:48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코로나 정국’은 자영업자에게 외환위기를 뛰어넘는 위기다. 연장에 연장을 거듭하는 영업제한과 각종 규제는 가뜩이나 나약한 골목상권을 초토화시키는 형국이다. 자고 나면 폐업이고, 한집 건너 하나씩 빈 가게라는 하소연도 무색하다. 문제는 코로나 정국의 끝도, 뾰족한 해결책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다 자영업자의 위기가 서민들의 가계 붕괴로 이어지고, 국가경제를 휘청거리게 하는 뇌관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자영업, 위기이고 갈 길을 잃었다.

과거 IMF 외환위기는 노동자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정규직의 빈자리는 비정규직, 임시직 일자리로 채워졌다. 외완위기를 극복하고자 결혼반지를 빼서 금모으기에 동참했지만, 돌아온 보상은 저임금과 손쉬운 해고의 열악해진 노동조건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외환위기 극복, 그 찬사에 기업은 대부분 면죄부를 받고 회생과 재도약의 기회를 얻었지만, 국제통화기금이 강요했던 노동조건은 여전히 강력한 노동질서로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 정국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내수시장의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비대면 소비와 4차 산업과 플랫폼 노동의 발전은 자영업자와 소비자의 분리를 촉진시켰다. 골목식당이나 주점보다는 배달서비스를 이용하고, 동네 슈퍼나 골목시장의 소비재 구매는 온라인 시장의 구매로 대체된다. 그래서 플랫폼 사업이 번창하고 온라인 시장은 사상 최대의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돈이 플랫폼업체와 대형 온라인쇼핑몰에 몰리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골목상권과 자영업자의 줄을 잇는 도산 행렬. 코로나가 끝난다고 해도 바뀐 소비패턴이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는 건 장담하기 힘든 일이다.

‘코로나 정국’은 자영업자에게 외환위기를 뛰어넘는 위기다. 자고 나면 폐업이고, 한집 건너 하나씩 빈 가게라는 하소연도 무색하다. 코로나19로 자영업자의 폐업이 늘고, 중고시장에 주방용품 등 각종 집기가 쏟아져 나오지만 신규 창업이 끊킨 탓에 거래가 안된 ‘중고 집기’ 재고가 쌓인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사진=뉴시스>

재난지원금 문제만 해도 그렇다. 당장 어려움에 처한 자영업자에게 재난지원금은 단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지만, 자영업자의 삶이 재난지원금으로만 유지될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재난지원금을 뛰어넘는 자영업과 내수시장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돈이 풀려도 플랫폼사업자와 대기업 온라인쇼핑몰로만 이익이 몰리는 구조가 지속된다면, 자영업과 골목상권의 붕괴는 코로나 정국의 끝남과 상관없는 필연적인 일로 닥칠 수 있다. 자영업과 내수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면, 지금과 같이 안일한 처방만으로는 안 된다.

그러나 정부와 여야 정당, 대선주자들조차도 이런 고민이나 대안은 전무한 실정이다. 정부는 자영업자에게 인내만 요구할 뿐이고, 정치권도 여야 공방 이상의 진척된 논의도 없다. 대선주자들 대부분은 해묵은 기업과 수출 성장론을 꺼내들고 경제성장을 주장하고 있다. 불은 서민의 살림살이를 태우고 있는데, 기업에 불 끄려 달려가야 한다는 다급함이다. 이래서야 위기의 자영업자들은 정부든, 정치인이든,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이든 무슨 희망을 볼 수 있을지 답답하다.

코로나 정국이 국가경제의 심각한 타격을 안기는 건 사실이지만, 걱정하고 대책이 필요한 건 불평등의 심화와 고착이다. 비대면 시장, 온라인 시장의 과열과 자영업, 골목상권의 붕괴. 손쓰지 않으면 코로나 정국은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안 좋은 경제질서를 만들어 낼 것이다. 정치권의 비상한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기이코노미=안호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