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통선 안 ‘경계없는 DMZ’ 국제예술전시회

프린트

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민통선 안 ‘경계없는 DMZ’ 국제예술전시회 백남준, 양혜규, 임흥순, 이동기 등…2021 DMZ Art & Peace Platform전

기사입력2021-10-08 13:37

김현성 기자 (kimh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통일부 남북출입사무소가 주최하는 국제예술전시 ‘2021 DMZ Art & Peace Platform’전이 오는 11월15일까지 열린다.

‘경계없는 DMZ’를 그리는 이번 전시는 민통선 안에 위치한 최초의 문화예술 공간인 Uni마루, 도라산역, 파주 철거GP(Guard Post), 강원도 고성군 제진역, 서울 국립통일교육원 등 5개의 공간에서 진행된다.

백남준 작품(photo by Kim San). <사진=통일부>

통일을 위한 플랫폼이라는 뜻을 지닌 주 전시장 Uni마루는 DMZ내 첫 예술공간이기도 하다. 과거 개성공단 조성 당시 남북간의 원활한 출입사무를 수행하던 출경동 건물을, 국립현대미술관(MMCA)을 설계한 민현준 건축가가 리모델링했다.

판문점평양공동선언 3주년을 맞아 남북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개최하는 이번 전시에는 백남준, 임흥순, 이동기, 최재은, 올라퍼 엘리아슨, 세바스찬 베흐만 등의 작품이 전시된다.

특히 백남준의 ‘호랑이는 살아 있다(2000)’가 20년 만에 민통선을 넘어 DMZ 안쪽으로 들어온다. 실크로드의 꿈을 담은 ‘코끼리 수레(2001)’ 작품도 Uni마루에서 함께 소개된다.

베니스비엔날레 수상 작가인 임흥순은 남과 북의 접경지역인 파주시 장단면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꿈을 다루는 신작을 선보인다.

아토마우스 캐릭터로 유명한 팝아트 작가 이동기는 DMZ를 하나의 경계로 바라보며 여기와 저기, 생과 삶을 오가는 메신저인 ‘헤르메스’를 특유의 절충주의 회화로 풀어낸다.

이동기 작품(photo by Kim San). <사진=통일부>

2018년 남북합의 후속조치로 상호검증을 거쳐 불능화한 곳으로 만든 파주 철거GP(Guard Post)에서는 세계적인 설치미술 작가 양혜규가 신작 ‘비대칭 렌즈 위의 DMZ 철새–키욧 키욧 주형기舟形器(흰배지빠귀, 2021)’를 선보인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두 정상이 나눈 대화를 녹취하려는 기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새소리와 가끔 울려대는 카메라 셔터음들만 생중계됐던 상황에서 영감을 받아, 당시 여러 새소리 중 하나인 흰배지빠귀의 모형을 만들었다. 두개로 절단된 투명한 흰배지빠귀는 관람자의 시점에 따라 하나로 합쳐지거나 나뉘어 보이며 남북의 분단상황을 은유적으로 그리고 있다.

경의선 도라산역에는 작가 강이연, 금민정, 이예승의 미디어 작품이 설치되며 빛과 영상의 물결로 평화와 연계의 가능성을 확장한다. 그리고 도라산역 야드에는 슬기와 민의 가로 1430m의 대형 타이포 그라피 작품 ‘이곳/저곳’이 전시된다.

동쪽 고성 제진역에는 접경지대인 파주에서 고성까지 생태계 복원지도를 구현한 최재은의 ‘자연국가’, 한국전쟁으로 파괴된 동해선의 흔적을 찾는 김신욱, 미국의 철로를 이용해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는 퍼포먼스 ‘무빙 드로잉’을 기록한 전수천, 실향민이었던 할아버지의 유품으로 방을 재구성한 한석경의 작품 ‘시언:시대의 언어’가 전시된다.

그 밖에도 국립통일교육원에서는 이경복의 ‘좁은 길’과 임옥상미술연구소의 ‘베를린 장벽을 너머’ 작품이 소개된다.

총예술감독 정연심 홍익대 교수는 “분단과 전쟁의 상징이었던 한국의 DMZ에 평화지대, 생태지대를 구축하고, 과거의 아픈 기억을 추모하기 위해 예술이 포용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데 주목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장소별로 별도의 운영방침을 따르며, 관람을 위한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중기이코노미 김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