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윤리·포용…美 뷰티시장 가치소비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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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ㅣ 아메리카 클린·윤리·포용…美 뷰티시장 가치소비 확대 “K-뷰티, 성분의 투명성, 포용성, 친환경성 통합한 브랜드를”

기사입력2025-11-03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가치 소비’ 확대를 중심으로 미국 화장품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고, 동시에 K-뷰티는 기능성과 감성, 한류 콘텐츠의 결합을 앞세워 미국 내 입지를 강화하며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넓혀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발간한 ‘미국 화장품 시장 트렌드 및 K-뷰티 진출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미국 화장품 시장 규모는 약 1244억 달러로 전년 대비 4.1% 성장했다.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 여파에도 불구하고 스킨케어, 색조, 헤어케어 중심의 수요는 꾸준히 확대되며 시장의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다. 특히 클린 뷰티, 스킨텔리전스(Skintelligence), 맞춤형 제품 등 기능성과 윤리성을 결합한 소비 트렌드가 뚜렷하게 확산되고 있다.

K-뷰티, 미국 수입 1위…한류 콘텐츠와 MZ세대 공략 주효

K-뷰티는 2024년 미국 화장품 수입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수입액은 17억190만 달러로 전년 대비 54.3% 증가하며, 프랑스를 제치고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미국 전체 화장품 수입시장의 22.5%에 달하는 비중이다. 스킨케어 부문만 보면 한국의 수입액은 13억3820만 달러로 69% 급증해 전체 스킨케어 수입의 25.4%를 차지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한국 화장품의 강점은 빠른 트렌드 대응력과 높은 기술력, 그리고 한류 콘텐츠와의 결합이다. 한류 팬덤과 K-콘텐츠의 확산은 K-뷰티 제품 인지도를 높이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K-팝과 K-드라마를 통해 접한 스타의 메이크업과 스킨케어 루틴을 모방하려는 소비자층이 형성되면서, K-뷰티는 단순한 화장품을 넘어 ‘문화적 경험’으로 소비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에이피알 등 대형 기업들은 미국 내 현지 생산시설 확충과 인수합병(M&A)을 통해 시장 대응력을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LG생활건강은 2019년 미국 브랜드 뉴에이본(New Avon)을 인수하며 북미 시장의 기반을 다졌고, 아모레퍼시픽은 인디 브랜드 코스알엑스(COSRX)를 인수해 현지 생산 전환 및 물류 거점 확충을 추진 중이다. 한국콜마는 텍사스 생산공장 확장을 통해 원료 개발부터 마케팅·유통까지 아우르는 종합 뷰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인디 브랜드들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MZ세대를 공약하고 있다. 코스알엑스, 조선미녀, 티르티르, 달바, 라운드랩 등 인디 브랜드들은 틱톡, 인스타그램 등 숏폼 플랫폼을 중심으로 젊은 소비층을 공략하며 빠르게 인지도를 확산시키고 있다. 이들은 차별화된 성분·기술력과 개당 $10~20 상당의 합리적 가격 전략을 통해 MZ세대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미국 소비 트렌드, ‘클린·비건·맞춤형·포용성’으로 진화

미국 뷰티 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클린’과 ‘윤리’다. 파라벤, 설페이트, 프탈레이트 등 유해 성분을 배제한 클린 뷰티 제품이 시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았고, ‘클린 걸(Clean Girl)’ 트렌드 확산으로 자연스러운 피부 표현과 미니멀한 메이크업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세포라(Sephora)와 크레도(Credo) 등 주요 리테일러는 클린 라벨 정책을 강화하며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고 있으며, 비건·크루얼티 프리 인증이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스킨케어 성분을 색조 화장품에 결합한 ‘스킨텔리전스(Skintelligence)’ 트렌드가 주목받고 있다. 파운데이션에 세럼과 비타민 성분을 더하거나, 립 제품에 보습 성분을 첨가하는 등 화장품의 경계를 허무는 ‘스키니피케이션(Skinification)’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단순한 커버력보다 피부 본연의 건강함과 윤기를 중시하며, 메이크업 제품에서도 스킨케어 효과를 기대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AI와 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맞춤형 뷰티(Customized Beauty)도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의 피부 상태, 계절, 라이프스타일을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루틴과 제품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일반화되고 있다. 미국의 대표 브랜드 큐롤로지(Curology)는 온라인 설문과 피부 사진을 통해 피부과 전문의가 직접 처방한 맞춤형 화장품을 제작·배송하는 구독서비스를 운영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한편 젠더 뉴트럴(Gender Neutral) 트렌드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남성용 스킨케어와 그루밍 제품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포용성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성별 구분 없는 뷰티’가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펜티뷰티(Fenty Beauty), 디오디너리(The Ordinary) 등 브랜드는 성 중립적 디자인과 포용적 마케팅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규제 강화와 유통 재편… 현지화·지속가능성 전략이 필수

미국 시장 진출을 노리는 K-뷰티 기업에겐 규제 대응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2024년부터 본격 시행된 화장품규제현대화법(MoCRA)은 제조시설 등록, 제품 리스팅, 성분 및 부작용 보고, 라벨링 강화 등을 의무화하며 규제 환경을 대폭 강화했다. 특히 자외선 차단제와 여드름 케어 제품 등은 FDA의 OTC(Over-the-Counter) 규제를 동시에 충족해야 하며, 일부 한국산 성분은 미국 내 미승인 상태로 판매 제한을 받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PFAS(과불화화합물) 등 환경유해 성분 사용이 금지되면서, K-뷰티 기업들은 성분 투명성과 친환경성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2025년부터 PFAS가 포함된 화장품의 제조와 판매가 전면 금지될 예정이어서, 브랜드들은 이에 대비한 포뮬러 재설계와 친환경 포장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유통 측면에서도 변화가 빠르다. 2024년 기준 미국 화장품 온라인 판매 비중은 53.3%로 오프라인을 넘어섰고, 틱톡샵(TikTok Shop)과 같은 소셜커머스 플랫폼이 새로운 유통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아마존, 세포라, 울타(Ulta) 등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한 옴니채널 서비스를 강화하며 소비자 접점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2025년부터 시행될 ‘소액면세(De Minimis)’ 제도 폐지로 역직구 수익 모델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돼, 현지 물류센터 확보와 제3자 물류(3PL) 활용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보고서는 “K-뷰티가 미국 시장에서 단기 유행을 넘어 지속 가능한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윤리적 소비에 부합하는 가치 중심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성분의 투명성, 포용성, 친환경성을 통합한 브랜드 철학이 소비자의 신뢰와 재구매로 이어지는 시대라는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