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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금융 시대…사라진 금융소비자의 권리

비대면 채널의 절차적 불편도 감수하고, 선택에 대한 책임도 져야 

기사입력2022-01-21 09:30

작년 한 해 발견된 위조지폐 수가 최저치를 기록했다.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상거래가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은행 점포 수도 줄었다. 20219월 기준 전국의 은행 점포 수는 6326개로 20167101곳이었던 것에 비해 11% 감소했다. 이처럼 금융시장에서 비대면 문화가 빨라지고 있는 만큼 금융소비자의 권익 또한 시장 흐름에 맞게 속도를 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금융소비자의 편익보다는 금융회사의 편리성만 올라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금·펀드·대출까지 영역 넘나들며 훨훨’=지폐에서 카드로, 이젠 스마트폰으로 금융문화가 바뀌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전후로 비대면으로 금융계좌 개설이 가능해지면서 각 금융회사는 비대면 채널의 금융상품 판매 역량을 강화하기 시작했고, 실제 비대면 채널을 통한 금융상품 판매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 공식 선언된 20203월부터 금융상품의 비대면 판매 비중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소비자들의 비대면 거래 선호도 역시 올라가고 있다. 신한·우리·하나·KB국민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예금, 신용대출, 펀드의 비대면 판매 비중을 보면 알 수 있다. 2021년 상반기 기준 신한은행의 적립식 예금 판매 비중은 68.9%, 신용대출 비중은 62.2%로 집계됐다. 우리은행은 적립식 예금 89.2% 신용대출 67.3% 펀드 83.8%. 하나은행은 적립식 예금 67.7% 신용대출 88.3% 펀드 92.5%. KB국민은행은 적립식 예금 68.9% 신용대출 21.4% 펀드 66.3%로 나타났다.

 

보험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업계에 따르면, 작년 1~9월 손해보험사 10곳에서 디지털 채널을 통한 보험상품 판매액은 42595억원을 기록했다. 20173분기 기준 사이버마케팅 판매액이 19185억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몇 년 새 디지털 채널이 급성장했음을 보여준다. 참고로 전통적 보험판매 채널인 텔레마케팅 판매금액은 20173분기 기준 42285억원이고, 작년 1~9월 기준 45303억원으로 소폭 상승했을 뿐이다.

 

하지만 모든 금융상품의 비대면 판매가 증가한 것은 아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비대면으로 판매할 수 있는 기술적인 환경이 갖춰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대면 거래를 더 선호했다. 거래금액이 많고, 다소 까다로운 행정절차로 인해 비대면 대출에 대한 심리적인 부담감 때문이다. 또 지난해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등으로 인해 시중은행들이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서비스를 제대로 홍보하지 못했던 것도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올해부터 각 시중은행들이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이벤트를 실시하는 등 본격적으로 비대면 상품서비스 홍보에 나선만큼, 금융산업의 디지털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빅테크 등 플랫폼 시장지배력 확대될 것=금융산업의 비대면화가 가속되고 경쟁이 심화할수록 금융시장에서 빅테크 등 플랫폼 기업이 차지하는 시장지배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에서의 금융상품 판매는 주로 플랫폼에서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네이버(Naver), 카카오(kakao), 토스(Toss)를 들 수 있다. 네이버는 자회사인 네이버 파이낸셜을 통해 기존 금융회사와 제휴하는 방식으로, 카카오와 토스는 금융업을 직접 영위하는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금융업에 진출하고 있다.

 

지폐에서 카드로, 이젠 스마트폰으로 금융문화가 바뀌고 있다. 그러나 금융회사가 비대면 채널을 남용할 경우 금융소비자에게 규제준수 비용과 판매행위 책임이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현재 네이버는 네이버 파이낸셜을 통해 네이버쇼핑과 네이버페이의 서비스 연동성을 높이며 개인, 소상공인,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서비스를 넓혀나가고 있다. 네이버페이에 가입한 개인에게 은행, 증권사의 계좌와 카드사의 카드 정보를 연결할 경우 지급결제 예금 대출 투자 활동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금융관리서비스를,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는 빠른 정산 대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와 토스는 자회사 설립을 통해 금융권에 진출함으로써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핀테크 기업뿐만 아니라 기존 금융회사와의 경쟁에서도 시장지배력을 점차 넓혀나가고 있다. 특히 카카오뱅크의 경우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상품 출시를 앞두고 비공개 베타서비스를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다. 카카오뱅크 한 관계자는 시장경쟁력을 위해 기존 은행과는 차별화된 UIUX100% 비대면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에게 더욱 편리한 서비스를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전했다.

 

판매책임 떠안기 등 금융소비자 권리는?=비대면 금융의 가장 큰 장점은 편리성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법망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편리함을 강조해 금융회사가 비대면 채널을 남용할 경우 금융소비자에게 규제준수 비용과 판매행위 책임이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자본시장연구원의 이성복 연구원은 보고서 비대면 금융상품 수요 증가에 따른 금융상품시장 변화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방향을 통해, 금융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금융회사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작년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금융상품 판매규제 부분에서 비대면 채널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고정비용과 변동비용이 낮다는 비대면 특성상 금융소비자에게 비대면 채널 이용을 유도하거나 강제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 모든 서비스가 일방적·순차적으로 제공되고 기록이 자동으로 저장되는 비대면 채널에서는 금융소비자가 모든 절차적 불편을 감수해야 하고,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까지 져야 한다. 즉 금융회사는 규제준수 비용을 절감하고 판매행위 책임도 회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회사의 설명 의무도 사실상 실효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금융상품에 대한 설명 주체는 금융회사여야 한다. 하지만, 비대면 채널에서는 금융회사가 금융상품설명서를 금융소비자에게 교부한 사실만으로 금융회사가 설명 의무를 이행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비대면 채널에서는 고의·과실에 의한 설명 의무 위반 사례나 손해배상 책임을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 금융상품시장에서 빅테크 등 플랫폼 기업의 시장지배력이 커질수록 다른 금융회사 등과의 불공정경쟁 문제도 야기될 수 있다. 일례로 202010월 네이버가 자사의 상품과 서비스를 검색순위 상단에 올리는 등 검색 결과를 조정·변경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행위가 공정한 경쟁 질서를 훼손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했다고 판단해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제 금융회사가 비대면 채널을 남용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성복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비대면 채널에서도 금융회사가 금융상품 판매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금융상품 판매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상품 설명 의무 이행방식도 비대면 채널의 특성을 반영해 영상이나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활용할 것을 추천했다.

 

더불어 비대면 채널에서 일어나기 쉬운 불공정경쟁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금융소비자보호법의 규제를 보강할 필요도 있다. 이 연구원은 이해상충 규제를 등록규제가 아닌 행위규제로 신설해 기존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핀테크, 빅테크 등 플랫폼 기업도 동일한 수준의 이해상충 규제를 받도록 규제 공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대출성 금융상품뿐만 아니라 모든 유형의 금융상품에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이해상충 방지 가이드라인의 필요성도 피력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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