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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확산되는 키오스크, ‘포용의 기술’ 보여라

조작방법이 편리한지 ‘사용자’ 입장에서 키오스크를 설계해야 

기사입력2022-02-25 00:00

엄마가 햄버거 먹고 싶어서 집 앞 가게에서 주문하려는데, 키오스크를 잘 못 다루셔서 20분 동안 헤매다가 그냥 집에 돌아왔다고 하셨다. 말씀하시던 중 엄마가 우셨다. 엄마 이제 끝났다고 우셨다.”

 

지난해 SNS에서 큰 이슈가 됐던 사연이다. 사연을 전한 네티즌은 엄마도 당시 직원들이 너무 바빠 보여서 차마 말을 못 걸었다. 직원들을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키오스크의 접근성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야기를 들은 다른 네티즌들은 자신도 키오스크로 불편함을 겪었던 적이 있다며 토로했다.

 

이 사연이 화제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모두 남의 일이 아니다라는 공감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며 식당과 카페 등 주변 곳곳에서 키오스크가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주문하는 사람이 사용방법을 몰라 헤매는 등 불편을 겪는 경우가 적지않다. 특히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은 어려움이 더 크다. 디지털 시대의 명과 암, 키오스크는 이대로여도 좋을까?

 

디지털과 비대면 그리고 키오스크=키오스크는 고객이 스스로 주문을 하고 계산할 수 있는 무인 자동화 기기다. 요즘 식당이나 카페에 가면 카운터에서 주문을 받는 직원이 없고, 대신 키오스크가 있는 것을 본다. 고객은 키오스크 화면을 터치해서 원하는 메뉴를 직접 고르고 카드로 결제를 한다. 은행의 ATM기기, 관공서의 무인 민원발급기, KTX의 무인 발권기기, 대형병원의 무인 접수·수납 기기도 키오스크의 일종이다.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며 점점 늘어난 키오스크는 코로나19와 비대면 트렌드에 힘입어 급속도로 증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직원을 고용하기 어려워진 식당이나 카페에서 키오스크를 도입하기도 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국내 키오스크 시장 규모는 2023년까지 연평균 5.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BBC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키오스크 시장 규모는 2021835억 달러(92조원)에 이르며, 연평균 8.9%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키오스크가 가져다주는 이점을 보면, 은행이나 관공서의 경우 고객이 과도하게 몰리는 시간대에 업무를 분산하고, 고객이 대기하는 시간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요즘 은행에 가면 직원이 어떤 업무로 방문했는지 고객에게 묻고, 비교적 간단한 업무는 키오스크를 통해 처리하도록 돕는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매장에서는 주문 접수를 하는 직원에게 다른 일을 맡겨 업무 효율을 높이거나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

 

지난해 햄버거 주문을 하지 못하고 눈물을 쏟은 어머니의 슬픈 사연이 SNS에서 화제가 됐다. 식당과 카페 등 주변 곳곳에서 키오스크가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주문하는 사람이 사용방법을 몰라 헤매는 등 불편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사용자가 아니라 불편한 UI, UX 문제=그러나 장애인과 고령층 등 키오스크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디지털 소외계층이 있다. 2020년 한국소비자원이 전자상거래나 키오스크로 비대면 거래를 한 65세 이상 소비자 3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키오스크 이용 시 가장 불편한 점은 복잡한 단계(51.4%)’였다. ‘다음 단계 버튼을 찾기 어려움(51.0%)’, ‘뒷사람 눈치가 보임(49.0%)’, ‘그림이나 글씨가 잘 보이지 않음(44.1%)’ 등이 뒤를 이었다. 키오스크에 익숙지 않은 노년층 절반 이상이 검색, 결제방법 등 조작 방식에 심리적인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해당 사용자들이 디지털 기기에 익숙지 않아서 생긴 문제가 아니다. 다양한 사용자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기기들이 많은 탓이다.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은 텍스트를 읽어주는 기능이 없는 키오스크를 이용할 수가 없다. 어떤 키오스크는 화면의 높이가 너무 높아 휠체어를 탄 채로 이용할 수 없다. 노년층의 경우 화면 속 글씨가 잘 보이지 않거나, 메뉴와 버튼이 대부분 영어로 돼 있어서 애를 먹는 경우도 많다. 어떤 키오스크는 함께하시면 좋은 메뉴처럼 추가 주문을 권유하는데, 키오스크에 익숙지 않은 사용자들은 실수로 같이 주문할 수도 있다. 인터페이스가 복잡한 경우에는 젊은 사람들조차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키오스크가 우리 삶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방법은 무엇일까. 핵심은 포용의 기술이다. 키오스크를 설계할 때 사용자 입장에서 어떻게 보이는지, 조작방법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기술이란 사용자가 불편함을 떠안는 것이 아닌, 사용자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사람이 기술을 따라오지 못한다면, 그 이유에 관해 고심하고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 경험(UX)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다양한 사용자착한 키오스크등장=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층 개선된 키오스크도 나오고 있다. 대전광역시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구축한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민원 안내시스템이 대표적이다. 거울 형태의 키오스크로 대전의 교통, 관광, 행사, 여권 등 민원 안내정보를 장애 유형에 맞게 제공해 일명 스마트 미러라고 불린다.

 

서울시 성동구에서 선보인 스마트 민원 안내시스템도 인공지능을 탑재한 키오스크다. 시청각장애인이 민원 업무와 청사 정보를 문의하면, 아바타 공무원이 화면에 나타나 음성 또는 수어로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휠체어 사용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화면이 하단에 배치돼 있다. 휠체어에 앉은 채로 화면을 직접 터치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12월 금융권 최초로 시니어 고객을 위한 디지털 맞춤 영업점을 서울 신림동 지점에 오픈했다. 이곳에서는 시니어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키오스크에 디지털 맞춤 화면을 적용했다. 메인화면에는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4가지 메뉴만 간결하게 배치했다. ‘돈 넣기, 돈 찾기, 돈 보내기와 같이 쉬운 용어를 사용해 쉽게 이해하도록 했다. 녹색과 주황의 색상 대비, 크고 굵은 글씨체를 통해 글씨가 잘 보이도록 했다. 기존 ATM보다 70% 느린 속도로 발음하는 느린 말 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쉽게 은행 업무를 처리하도록 했다.

 

국가표준, 디지털 교육 등 보완 필요=키오스크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기기 중 하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키오스크를 다루지 못할 경우 일상에서 불편을 겪거나, 디지털 사용으로 누릴 수 있는 편의와 혜택에서 소외될 수 있다. 앞으로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곳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소외계층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술적, 제도적, 교육적 개선이 필요하다.

 

먼저 키오스크 사용자의 이용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한 새로운 국가표준도 마련될 예정이다. 20219,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무인 정보 단말기 접근성 지침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에 제정된 '공공단말기 접근성 지침'을 개편한 것이다. 개정안은 장애인, 노인, 어린이 등이 키오스크를 쉽고 편안하게 사용하는 것을 중점으로 하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개선한다. 예를 들어 키오스크 화면 높이는 휠체어 사용자나 어린이가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어야 하고, 노인이나 저시력자가 화면을 식별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글자 크기가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디지털 정보격차 해소를 돕는 제도적인 울타리도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달 디지털 취약계층이 디지털 기기 및 서비스에 보다 원활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디지털 포용법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차기 정부 출범에 맞춰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각 지자체에서는 디지털 이용격차를 줄이기 위해 키오스크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시민들이 디지털 기기의 사용법을 익히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디지털 양극화를 해소하고, 사람과 기기가 공존하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기이코노미 안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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