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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멈출 줄 알면 위험하지 않다

知足不辱, 知止不殆…지나친 욕심이 결국 불명예를 불러온다 

기사입력2022-05-12 09:46
문승용 객원 기자 (msy9769@nate.com) 다른기사보기

문승용 박사(중국 문학,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원)
고대 중국에서 가장 태평했던 시절이라고 일컬어지던 요순(堯舜) 시절에 허유(許由)와 소보(巢父)라는 은자(隱者)가 있었다고 한다.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 편에는, () 임금이 늘그막에 제 아들이 아닌 허유에게 자신의 자리를 넘겨주려고 하자, 허유는 요 임금이 이미 세상을 잘 다스리고 있는데 자신이 그 자리를 대신할 이유가 없다며 한사코 거절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처럼 성씨가 다른 이에게 왕위를 넘겨주는 것을 선양(禪讓)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일이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는 알 수 없다.

 

이후 여기에 여러 이야기가 좀 더 보태져서 요 임금이 선양하겠다는 제안을 허유가 거절하고서 기산(箕山) 아래로 도망쳐 몸소 밭을 갈면서 살았는데, 뒷날 요 임금이 다시 그를 불러 구주(九州)를 맡기려 했다. 이 때 허유는 쓸데없는 소리를 들었다며 영수(穎水)로 가서 자신의 귀를 씻고 있는데, 마침 소에게 물을 먹이러 왔던 소보라는 은자는 허유가 귀를 씻어서 더러워진 물을 자신의 소에게 먹일 수 없다며 멀찍이 올라가서 물을 먹였다고 한다.

 

이처럼 예로부터 우리나라나 중국에서는 허유나 소보처럼 현실 정치를 등지고 사람들과 떨어져 사는 은자들을 고결하다고 추앙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인식은 논어 태백(泰伯)편에서 공자가 세상에 바른 도가 행해지면 세상에 나서고, 바른 도가 행해지지 않으면 숨어 지낸다(天下有道則見, 無道則隱)”라고 말한 것처럼, 세상에 올바른 도가 행해지지 않는 무도한 시절이라면 세상 현실 정치에 나서지 말고 세상 밖으로 물러나 자기 자신을 수양하는 데에 힘써야 한다고 했기 때문에 세상을 피해 숨어 사는 것을 높이기도 했다.

 

중국 하남성 상구(商丘)에 있는 장자(莊子) 능원(陵園)에 있는 석상이다. 장자 역시 허유나 소보처럼 세상에 나와 관리를 하라는 왕의 요청을 거절하고 은거해 살았다. <사진제공=문승용 박사>
이어서 공자가 세상에 올바른 도가 행해지는데 가난하고 지위가 낮다면 부끄러운 것이며 나라에 올바른 도가 행해지지 않는데 부자가 되고 지위가 높다면 부끄러운 것이다(邦有道, 貧且賤焉, 恥也. 邦無道, 富且貴焉, 恥也)”라고 한 것 역시 같은 취지에서 말한 것이다.

 

그런데 과거 왕조시대를 지배하던 대표적인 이념인 공자의 유가 사상이 최종적으로 나라를 잘 다스리고 세상을 고르게 평안히 한다는 의미의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를 이상으로 삼았고, 억지로 하는 것이 없이 스스로 그러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의미인 무위자연(無爲自然)을 강조했던 노자의 도가 사상이 언뜻 보기에 염세적인 현실 도피를 주장하는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도가 사상 역시 세상을 잘 다스리기 위한 도리를 논의한 제왕학의 정치사상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나 중국의 전통 사상에서는 선비들이 현실 정치에 참여하는 것에 적극적이라고 보아야 한다.

 

실제로 논어 헌문(憲問) 편에서 공자는 선비가 되어서 편안히 자기만을 위해서 살고자 한다면 선비라고 할 수 없다(士而懷居, 不足以爲士矣)”라고 말한 것만 보더라도 유가 사상을 익힌 선비라면 자신의 수양에만 그치지 말고 자신이 배우고 익힌 학문을 통해서 현실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세상을 이롭게 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와 같이 선비의 현실 정치에 대한 참여는 개인 차원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가 평안해지기를 걱정하는 우환의식으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공자 자신은 기원전 49754세에 사랑[]과 정의로운[] 정치사상을 실현하기 위해서 제자들과 함께 고국인 노()나라를 떠나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14년만인 기원전 48468세가 되어서야 노나라로 돌아왔다. 맹자 역시 공자의 인의(仁義) 사상을 바탕으로 하는 왕도정치(王道政治)의 실현을 통해서 당시 정치적 혼란 상태를 막을 수 있다는 신념을 여러 나라의 제후들에게 유세하고 다녔지만, 끝내 자신의 정치 이상을 펴지 못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제자들을 가르치고 글을 짓다가 죽고 말았다.

 

장자 능원에 있는 패루(牌樓)에는 장자의 절대적인 자유 정신을 나타낸 ‘소요(逍遙)의 시조’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사진제공=문승용 박사>

 

요즘 새로운 정부의 총리와 각 부처 장관의 인선을 검증하는 인사청문회가 한창이다. 인사청문회는 정부 주요 부처 책임자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는 신문(訊問) 제도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무엇보다도 지명된 인사가 해당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느냐는 능력보다 그의 도덕성을 인사 검증의 주요 잣대로 여긴다. 이것은 안으로 성인의 덕을 쌓고 난 다음에야 밖으로 세상을 다스릴 도리를 행할 수 있다는 의미의 내성외왕(內聖外王)’이나 자기 몸을 닦고 집안을 가지런히 하는 것이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이다(修身齊家, 治國之本)”라는 전통적인 인식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번 인사청문회에 나선 인사들 가운데 몇몇은 자신과 가족이 저지른 비리에 대한 의혹으로 인해 자신이 맡을 부서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불거져서 사퇴를 해야 하느냐 마느냐며 여당과 야당 사이에 격렬한 공방이 오가고 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인사청문회에 나선 인사들은 대부분 우리 사회에서 이미 상당한 명성을 이룬 이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도덕성과 자질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알려지지 않았던 여러 의혹과 비리들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와 많은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노자(老子)가 도덕경(道德經) 44장에서 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멈출 줄 알면 위험하지 않다(知足不辱, 知止不殆)”라고 말했듯이, 이제까지 이룬 자신의 명성만으로도 그나마 족한 줄 알았다면 자신의 허물이 그냥 남모르게 슬쩍 지나쳐 묻힐 수도 있었을 터인데, 억지로 무언가 좀 더 이루어 보겠다는 지나친 욕심이 결국 자신과 가족들에게조차 불명예를 불러오고야 말았으니, 아무쪼록 족함을 알고 멈출 줄 알아야 한다는 노자의 가르침을 깊이 새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중기이코노미 객원=한국외대 중국연구소 문승용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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