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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 없이 거래하는 금융서비스 ‘디파이’

예금, 대출, 투자 등 모든 금융거래 가능…‘검은 손’ 시장 우려도 

기사입력2022-05-13 00:00

흔히 금융거래를 한다면 은행사, 카드사, 보험사 등을 통해 예금과 송금, 대출, 투자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 금융거래를 하려면 반드시 금융기관을 거쳐야 하는 셈이다. 물론 모바일 시대로 접어들며 핀테크 열풍이 불었지만, 핀테크 역시 전통적인 금융기관의 역할을 IT 기업이 대체하는 측면이 강하다.

 

디지털 기술이 모든 것을 대체하는 시대, 금융사나 IT 기업을 통하지 않고 예금, 대출, 투자, 보험 등의 금융서비스를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다면 과연 어떨까? 상상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블록체인 기술의 발달로 그런 거래가 가능한 시대가 벌써 찾아왔다. 이를 탈중앙화된 금융시스템, 다시 말해 디파이(DeFi)’라고 부른다.

 

금융사를 거치지 않고 금융거래?=디파이(DeFi)는 탈중앙화를 뜻하는 ‘Decentralize’와 금융을 의미하는 ‘Finance’의 합성어다. 금융사를 거치지 않고 결제와 송금, 예금, 대출, 투자 등 모든 금융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시스템을 일컫는다. 명칭부터 어렵게만 느껴지는 탈중앙화는 대체 무슨 뜻일까? 말 그대로 금융거래를 하는 과정에 금융사나 IT 기업 등이 개입하거나 관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누군가와 금전을 주고받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신용이다. 상대방이 믿을 만한 사람이 아니라면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를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사나 증권사, 카드사가 중개인 역할을 하며 사용자의 금융거래를 도왔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이라는 컴퓨터 코드를 이용하면, 중개인이 없어도 가상자산을 거래할 수 있다. 블록체인 알고리즘이 거래 기록의 위변조 가능성을 차단해, 중간에 금융기관이 없더라도 수요자와 공급자 간 거래가 가능해진 것이다. 디파이는 이러한 스마트 계약을 통해 중개자 없는 금융거래 인프라를 구현해낸 것이다.

 

디파이는 사용자 간 동의만 있으면 결제, 송금, 예금, 대출, 투자 서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인터넷에 접속하면 암호화폐를 송금하거나, 대출을 받거나, 투자를 할 수 있다. 중개인이 없는 만큼 거래는 개인과 개인 간으로 이뤄지며(Person to person), 이를 P2P 방식이라 한다. 스마트 계약을 체결하고 조건이 충족되면, 나를 알리지 않고 상대를 알지 못하더라도 돈을 빌리거나 투자를 할 수 있다.

 

기존 암호화폐 거래소와 다른 점=여기서 의문이 있다. 디파이가 블록체인을 바탕으로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것이라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와 대체 어떤 차이점이 있는 걸까?

 

앞서 언급했듯이 디파이의 가장 큰 특징은 탈중앙화 시스템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업비트, 빗썸, 바이낸스 등의 암호화폐 거래소는 중앙화 거래소(CEX)’. 중앙화 거래소는 거래소 내부 데이터베이스에 거래명세를 저장한다. 반면, 디파이는 탈중앙화 거래소(DEX)’를 표방한다. 탈중앙화 거래소는 블록체인 위에서 직접 거래를 체결한다는 점에서 CEX와 작동방식이 다르다. 대표적인 탈중앙화 거래소는 유니스왑, 스시스왑 등이 있다.

 

디파이는 암호화폐를 담는 전자지갑만 있다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은행계좌나 신용카드가 필요하지 않다. 인터넷에 접속할 수만 있다면 자유롭게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중개인이나 관리자가 없기에, 디파이 이용자는 본인의 자산에 대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디파이는 기존의 암호화폐와 투자방법에도 다소 차이가 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기존의 암호화폐의 경우, 사용자가 낮은 가격에 코인을 구매한 뒤 높은 가격에 파는 방식으로 시세 차익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 한편, 디파이는 암호화폐를 예치하고 이자를 지급받거나, 암호화폐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 등 금융 활동을 촉진한다. 디파이의 서비스 영역은 예치와 대출 외에도 자산관리, 파생상품 등으로 점차 넓어지는 추세다. 디파이 코인은 LUNA(루나), UNI(유니스왑), LINK(체인링크), AVAX(아발란체) 등으로 다양하다.

 

디파이는 암호화폐를 담는 전자지갑만 있다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은행계좌나 신용카드가 필요하지 않다. 인터넷에 접속할 수만 있다면 자유롭게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 디파이는 시스템의 요소 단 하나라도 어떠한 회사나 기관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 중개인이나 관리자가 없으며, 공식 고객서비스 담당자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 디파이 이용자는 본인의 자산에 대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예를 들어 디파이에서 비밀번호를 잊어버리거나 잘못 거래했을 경우, 정보를 찾거나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주의해야 한다.

 

기존의 금융시스템 한계를 넘다=최근 디파이는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말 글로벌 디파이 예치금은 2600억 달러로, 2020년 말 210억 달러와 비교해 1년새 12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디파이 시장에 예치된 자금은 7억 달러에 불과했다. 디파이 시장이 해마다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탈중앙화 금융은 기존의 중앙 집중화된 금융기관과 시스템의 한계를 해결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손꼽힌다. 2008년 세계 4위의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며 미국발 금융위기를 초래했다. 이 사건은 기존의 금융기관이 무조건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며, 탈중앙화 금융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져다 주었다. 또한 기존의 금융시스템은 은행계좌를 발급한 사람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돈을 빌리려면 신용도가 좋고 담보도 충분해야 하기 때문에 장벽이 높다.

 

디파이는 기존의 금융시스템과 달리 금융서비스의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다. 누구나 디지털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개인이 없어 거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그 대신 고객에게 더 큰 이윤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일반 금융시장의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검은 손을 위한 시장이 될 우려=물론 디파이가 금융시장에 장밋빛 전망만을 가져다 주는 것은 결코 아니며, 우려되는 점도 상당히 많다.

 

금융사를 비롯한 중개인을 거치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지거나 도와주는 주체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디파이에서 해킹을 비롯한 보안 문제가 발생했을 때 피해는 오롯이 개인의 몫이다. 또한 누구나 자유롭게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만큼, 검은 돈을 은닉하거나 세탁하는 곳으로 악용될 수 있다. 문제는 디파이 사용자에게 직접적으로 자금 세탁 방지 의무를 부여하기가 기술적으로 어렵다. 실제로 디파이에서는 자금이 도난당하거나 자금이 세탁되는 등 부정적인 사례가 속속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려면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 최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탈중앙화 금융의 효율성을 인정하면서, 전통적인 금융시스템과는 다른 획기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기존의 금융 규제는 대부분 중개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디파이는 블록체인의 스마트 계약이 중개인 역할을 대신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유력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을 파괴하는 세 가지 기술 트렌드 중 하나라고 디파이를 평했다. 디파이는 과연 수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금융산업의 미래를 이끌 수 있을까. 중기이코노미 안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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