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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예술을 읽다

몸을 움직이는 행위가 ‘춤’도 아닌 왜 ‘미술’일까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 거쳐 퍼포먼스 아트 같은 새 미술장르 생겨 

기사입력2022-06-08 10:20
안진국 객원 기자 (critic.levahn@gmail.com) 다른기사보기

안진국 미술비평가(‘불타는 유토피아’, ‘비평의 조건’ 저자)
참 이상한 일이다. 몸의 움직임은 무용이나 연극이지, 회화나 조각 작품이라고 할 수 없지 않은가. 모빌이나 키네틱 아트는 작품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미술이다. 그래서 움직이는 미술작품은 미술이 맞다. 그런데 몸을 움직이는 행위가 미술이라고? 행위예술, 요즘 퍼포먼스 아트라고 불리는 게 미술이라고?

 

미술전문가들이 이런 것 또한 미술이라고 하니까 맞겠거니하지만, 몸을 움직이는 행위가 왜 미술이지? 무용도 아니고, 춤도 아니고, 연극도 아니라, 미술이라고? 그런데 미술이 맞다. 이미 미술이 되었다. 당연히 퍼포먼스는 공연이기도 하다. 공연계도 퍼포먼스를 하나의 공연 형태라고 말한다. 하지만 미술도 맞다. 과연 미술과 몸을 움직이는 행위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캔버스는 무대잭슨 폴록의 행위 액션 페인팅

 

잭슨 폴록, ‘가을 리듬 (30번)’, 1950, 캔버스 위에 애너멜, 266.7×525.8 cm. 설치 장면. <출처=CC BY-NC 2.0 by rocor>

 

몸을 움직이는 행위가 미술에 들어온 것은 전통적인 예술을 벗어나려는 아방가르드 운동과 관계가 깊다. 특히 제1차 세계대전 전후로 현실에 대한 분노를 담아 부정과 파괴 정신을 보여준 반예술(反藝術)과 관계 깊다. 반예술의 개념을 태동시킨 다다이즘은 기성의 예술적 가치를 부정하며 전통적 예술과 무관한 새로운 예술을 선보였다. 대표적인 다다이스트인 마르셀 뒤샹이 남성 변기에 이라는 제목을 붙여 작품화한 것이 그 가장 좋은 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현실에 대한 반항적인 미술운동으로 19162월 스위스의 취리히에 있는 카바레 볼테르에서 다다라는 모임이 시작됐다. 이곳에서는 시와 연극, 음악, 미술 등이 엮인, 내용과 형식이 기존과는 매우 다른 예술을 선보였다. 이러한 반예술적인 예술은 예술을 새로운 길로 이끌었다.

 

그렇다고 이때부터 몸의 움직임이 미술이 된 것은 아니다. 반예술적인 예술의 분위기가 팽배해지면서 탈() 장르적인 예술운동이 일어났지만, 그것을 미술작품으로 보지는 않았다. 장르를 벗어났다는 탈 장르 예술을 미술이라는 장르에 포함하는 것 자체가 모순 아닌가. 몸의 움직임이 미술작품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전통적인 전시방식을 따르는 벽에 걸리는 평면 회화작품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주인공은 미국 추상표현주의 작가로 유명한 잭슨 폴록(Jackson Pollock, 1912~1956)이다.

 

폴록은 1947년부터 새로운 회화기법을 실험하면서 1950년까지 캔버스를 바닥에 뉘어 놓고 물감을 뿌리거나 흘리는 등의 드립 페인팅(Drip painting) 작품을 집중적으로 선보였다. 하지만 처음에 이 작품들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런데 사진가 한스 나무스(Hans Namuth)1950년에 폴록이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을 흑백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했고, 이것이 공개되면서 폴록을 현대미술의 반항아로 각인시키며 그를 대중적인 화가로 만들었다.

 

‘가을 리듬 30번[Autumn Rhythm (Number 30)]’을 그리고 있는 잭슨 폴록, 1950, 한스 나무스 촬영.<출처=MoMA BULLETIN>
바닥에 펼쳐진 캔버스 위에서 본능적으로 물감을 뿌리고 흘리는 모습은 자신의 행위에 완전히 몰입한 남성, 역동적이고 저돌적이고 본능적인 반항아적 이미지로 비쳤다. 그로 인해 폴록은 발런 브랜도와 제임스 딘과 같은 그 당시 반항적 이미지를 가진 영화배우에 비유되기도 했다. 이런 반항아 이미지를 지닌 폴록은 성공 이후 불륜을 저지르고 알코올 중독에 빠졌으며, 결국 19568월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나무와 충돌해 죽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의 성공이나 반항아 이미지가 아니다. 한스 나무스가 촬영한 작품 제작과정이다. 나무스의 사진과 영상은 작품에 폴록의 몸짓이 들어 있다는 것을 직접 느끼게 하였고, 그 때문에 대중은 폴록의 작품에 열광했다. 이때부터 대중과 예술가들은 작가의 본능적인 행위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미술비평가 해롤드 로젠버그는 폴록이 보여준 그림 그리는 행위를 액션 페인팅(Action Painting)’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림 그 자체가 아니라, 지금까지 그림 뒤에 숨어 있던 그림 그리는 행위를 주요하게 본 것이다. 급기야 폴록의 행위를 행위예술의 효시로 여기게 된다.

 

액션 페인팅 거쳐 해프닝을 지나 퍼포먼스 아트로

 

너무도 당연한 말이 몸을 움직여 그림을 그린다는 말이다. 모든 화가가 심지어 일반인도 그림을 그릴 때 몸을 움직인다. 그림을 그리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이다. 그런데 갑자기 잭슨 폴록의 그림 그리는 과정이 사진과 영상에 담겼다고, 그것이 대중에게 알려졌다고 이것을 행위예술의 효시라고 보는 건 너무 비약이 아닐까? 단순히 폴록의 그림 그리는 과정이 대중에게 알려졌다고 그것을 행위예술의 효시로 보는 것은 아니다. 폴록의 작업이 해프닝이라는 미술 장르가 탄생하게끔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미술에서 해프닝은 우발적인 사건을 보여주는 연극 형식의 작업을 말한다. 몸의 움직임을 미술작업으로 본 것이다. ‘해프닝을 미술용어로 처음 사용한 사람은 앨런 캐프로(Allan Kaprow). 그는 1959년 뉴욕의 루벤 화랑에서 ‘6개 부분으로 된 18개의 해프닝이라는 작업을 선보였다. 이때 처음으로 미술에서 해프닝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었다.

 

작업 중인 잭슨 폴록과 그것을 지켜보는 아내 리 크래스너, 1950, 한스 나무스 촬영.<출처=https://smarthistory.org>
이 작업은 세 개의 칸막이 방에 각각 장난감 악기를 연주하는 밴드, 오렌지를 짜고 있는 여인, 그림을 그리는 화가 등의 행위가 진행되고, 관람자는 옮겨 다니며 그 장면을 보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것은 인간, 사물, 소리, 빛 등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환경 공연이라 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캐프로가 잭슨 폴록의 작업을 발전시켜 해프닝을 시도했다는 사실이다. 미학을 전공했던 그는 해프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일 년 전인 1958년에 잭슨 폴록의 유산이라는 글을 썼다. 그는 이 글에서 폴록의 작업을 분석하면서 유사 회화와 그림 그리기를 넘어서는 방식에 관해 말했다.

 

해프닝은 그림 그리기를 넘어서는 방식을 캐프로 자신이 실제 작업으로 실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작업이 바로 ‘6개 부분으로 된 18개의 해프닝이다. 이후 그동안 미술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었던 물질적인 면모가 점차 흐려지고 비물질적 측면을 부각하는 미술이 점차 자리 잡기 시작했다. 1960년대 초 서양 문화예술계에서는 행위가 중심이 되는 새로운 형태의 예술이 급격히 늘었고, 해프닝과 플럭서스, 퍼포먼스 아트와 같은 새로운 미술 장르가 자리 잡았다. 고정되고 물질적인 작품에 머물러 있던 미술이 어느 순간 계속 변하고 순간적이며 유동적이고 비물질적인 행위까지 미술로 받아들인 것이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잭슨 폴록의 행위는 캔버스에 붙잡혀 있던 미술을 화면 밖으로 뛰쳐나오게 했다. 그동안 회화와 조각의 물질적 형상에 갇혀 있던 미술은 그것을 벗어나 그 물질적 형상을 만든 행위까지 미술작품이 되게 했고, 더 발전해 물질적인 결과물이 없더라도 움직임 그 자체가 미술작품이라고 여기게 했다. 이제 춤, 무용, 연극, 영상, 음악까지도 미술작품이라고 불린다.

 

미술은 끝없이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과연 미술은 어디까지 확장하게 될까? 미래에는 모든 게 미술이 될지도 모른다. ‘미술(美術)’아름다운 재주라면 아름답게 만드는 모든 건 미술이고, 그렇다면 모든 게 미술이라는 게 어쩌면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안진국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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