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인상 자제 당부하고서 공공요금 인상하나

프린트

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가격인상 자제 당부하고서 공공요금 인상하나 공공요금 인상 막을 업계 지원책도, 인상 시 중기 지원책도 안보인다

기사입력2022-06-11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정부가 경제계에 가격인상 자제를 요청했지만, 공공요금 인상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경제계에 경쟁적인 가격인상 자제를 요청하기까지 하면서 물가대책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9일 “모든 부처는 물가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소관 분야 물가안정은 직접 책임진다는 자세로 총력을 다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부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공공요금에 대해서는 인상과 동결 여부를 놓고 아직까지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인상을 하든 안하든, 대책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란 점에서 공공요금에 입다문 정부의 태도는 의문을 더한다.

이날 열린 제2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추경호 부총리는 농축수산물 할인쿠폰과 비료·사료(109억원) 가격안정 지원 등 각종 대책의 신속한 집행을 주문했다. 또 에너지 사용에 취약한 118만 저소득 가구에게 전기·가스·등유 등 에너지원을 구입할 수 있는 바우처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마땅히 필요한 조치들이다.

그런데, 취약계층 에너지원 바우처 지원과는 별개로, 에너지 등 공공요금의 인상 여부에 대해서는 이날 회의뿐만 아니라 1차 회의에서도 언급이 없었다. 다만 국토교통부가 지난 2일 물가안정 TF회의에서 “도로통행료, 철도요금 등 공공교통요금은 정부 물가안정 기조를 고려해 당분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되 원가 인상요인이 요금 인상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업계 지원방안도 병행해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것이 전부다.

이미 가스요금은 인상 방향이 결정됐고, 전기요금 역시 3분기 들어 인상 가능성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연료비로 한국전력의 수익성이 악화되자, 한전과 산업부가 전기요금 인상의 불가피성을 피력한다는 보도가 다수 나온 바 있다.

문제는 이같은 공공요금 인상이 물가불안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이미 원재료비 상승 등의 압박을 받고 있다. 여기에 전기를 비롯한 공공요금이 인상되면 원가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공공요금이 인상되면 기존 물가대책들의 효과가 희석될 우려도 있다. 지난 5월말 발표한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모든 효과가 다 소비자에게 전달됐을 경우 물가상승률을 0.1%p 낮추는 정도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무려 5.4%를 기록한 바 있다. 여기에, 공공요금 인상이 더해지면 6%대의 물가상승을 우려해야 할 수준이다. 공공요금을 인상할 경우 그에 따른 영향을 완화할 물가대책이 마땅한지도 의문이다.

정부가 물가부담을 이유로 공공요금 인상을 막을 것이라면, 이미 치솟은 원가부담을 덜기 위해 업계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 연료비 급등으로 인한 한전의 수익성 악화와 같은 문제를 외면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전기와 철도 등 공공성이 명확한 분야에 대해서는 지원의 명분도 충분하다.

반대로 공공요금 인상을 결정한다면, 인상폭은 최소화하고 중소기업·소상공인 등 수요층에 대한 지원으로 물가불안을 막을 방도를 내놓아야 한다. 무엇보다, 경제계에 가격인상 억제를 요청해놓고서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을 결정하는 모순에 대해 이해를 구해야 한다. 공공요금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어나가지 못한다면, 물가위기에 대한 정부의 대응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유념해 최선의 선택을 찾아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