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눌러 물가상승 부담을 가계에 떠넘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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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임금 눌러 물가상승 부담을 가계에 떠넘기는가 정부 민생경제대책도 헛발질…안일하게 대처할 때 아니다

기사입력2022-06-04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통계청에 따르면 3월과 4월 두달 연속으로 4%대를 기록한 소비자물가지수가 5월 들어 5%를 돌파해 5.4%를 기록했다. <사진=뉴시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각 부문에서의 경쟁적인 가격 및 임금인상은 오히려 인플레 악순환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가격상승요인을 최대한 자체 흡수해 주시기를 각별히 부탁한다”고, 지난 2일 경제계에 말했다. 물가급등의 위기를 맞아 경제계에 도움을 청한 취지는 이해하겠지만, 엉뚱하게 임금인상 억제를 거론한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임금 빼고 다 오른 물가위기에서, 임금인상을 억눌러 부담을 가계경제에 떠넘기는 게 제대로 된 대책인지 묻고 싶다.

이날 6대 경제단체장과의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추경호 부총리는, 최근의 물가급등 현상에 대해 “대외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민생안정을 위해서는 당면한 최우선 과제가 물가안정”이라고 말했다.

물가상승에 대한 첫 번째 대책은 통화정책이다.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1.50%에서 1.75%로 0.25%p 인상하면서, 앞으로 추가 인상을 예고한 바 있다. 불가피한 조치이지만 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통화정책을 뒷받침할 정부 대책이 시급한 이유다.

정부도 지난 5월30일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할당관세 적용과 부가가치세 면제 등의 대책이 소비자가격에 반영될 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민생안정대책이라면서, 종부세 부과 완화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 등이 포함된 점에 비판이 따랐다. 참여연대는 대책이 발표된 다음날 논평을 통해 “서민 가계비 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비 부담 완화 대책은 빠져있고 주택보유자 세제 축소 방안만 끼워넣기 한 모양새”라며, “오히려 집값을 자극해 부동산 시장 불안을 야기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다가 경제계에 임금인상을 억제해달라는 당부까지 나오고 보니, 정부의 물가대책이 헛돌고 있다는 인상이 더욱 강해질 뿐이다. 개발독재시절 방식으로 정부가 임금인상을 억누른다고 물가상승세가 꺾일 리 만무하다. 민생경제만 더 팍팍해질 우려가 있다.

이런 와중에 최근 물가의 상승세가 너무 가파르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과 4월 두달 연속으로 4%대를 기록한 소비자물가지수가 5월 들어 5%를 돌파해 5.4%를 기록했다. 2008년 8월 5.6%를 기록한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다. 한국은행 등은 이같은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6~7월에도 5%대의 물가상승률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5월 소비자물가지수를 살펴보면 모든 항목의 물가가 다 올랐지만, 특히 체감이 빠른 밥상머리 물가불안이 큰 문제다. 식품이 7.1%, 신선식품지수가 2.5% 오르며 서민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올해들어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소비가 다시 살아나면서 경기회복에 큰 힘이 되고 있는데, 높은 물가상승률이 이런 회복속도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우려되는 시기다. 이 와중에 정부에서 임금을 억누르겠다는 메시지가 나온 것은 시기가 매우 적절하지 못하다.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상황에서 월급을 억누르겠다는 입장을 즉시 철회하고, 가계경제의 부담을 덜기 위해 밥상머리 물가관리대책의 실효성 있는 실행에 속도를 내야 한다. 물가관리에 실패한다면, 그동안 모두가 노력해 온 코로나19 위기 극복이 더욱 늦어질 것이란 점에 유념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