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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취학연령 하향…‘제발 쓸 데 없는 짓 말라’는 반응

만 5세 초등입학 반대 서명 이틀만에 10만 돌파…사회적 논의가 먼저 

기사입력2022-08-01 17:54

박순애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이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 앞에서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5세 아이와 길을 걸으면, 아이는 일직선으로 걷는 법이 없다. 길가의 돌멩이, 풀잎, 비둘기와 길고양이를 쫓아 갈지자로 걷다보면, 어른 걸음으로 10분이면 닿을 거리도 1시간은 예사로 넘어간다. 아이에게 세상은 호기심 가득한 놀이터다. 이 아이들이 학교에 등교해 40분 수업시간 동안 교실에 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해봤다. 초등학교 교육이 준비되지 않은 아이에게도, 교육 현장에서도, 혼란이 뻔하다.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달 29일 대통령에 보고한 새정부 교육부 업무계획에 교육계와 학부모들이 들끓고 있다. 2025년부터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5세로 1년 낮추는 방안 때문이다. KBS뉴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박순애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초중고 12학년제를 유지하되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기 바란다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계는 유아의 발달시기와 교육 현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일제히 비판했다. 교원총연합회는 만5세 초등입학에 대해 유아기 아동의 발달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현재도 개인 선택에 따라 초등교 조기입학이 허용되고 있지만 대부분은 선택하지 않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며 재검토해야 한다고 반대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발표한 학습자 삶 중심의 학제개편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 33개국 중 초등 취학연령이 4세인 경우가 1개국, 5세가 5개국에 불과하다. 6세가 19개국, 7세인 경우도 8개국에 달해 국제적 추세를 볼 때도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교총의 설명이다.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와 교육과정디자인연구소는 정부의 초등 입학연령 하향에 대해 청소년들을 직업 전선에 1년이라도 빨리 내보내는 것이 목적이라면 시장과 기업의 가치에 매몰된 국정운영의 한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또한 아동의 삶과 행복권에 미칠 치명적인 문제들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교육 전체의 밑그림이 없는 단편적이고 기형적인 교육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 등 35개 교육관계단체들은 5세 초등 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를 결성하고, 만5세 초등입학 반대 서명에 돌입해 단 이틀만에 10만명의 서명을 이끌었다. 전국유치원학부모협의회도 1일 성명을 내고, 윤석열 정부가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심도있는 의견수렴 절차 하나 없이 전형적인 탁상공론식 만5세 조기취학을 강행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초등학교 학부모의 커뮤니티인 초등맘 카페에서는 자체적으로 실시한 7세 초등학교 찬반투표에서 참여자의 91.2%가 반대 의사를 밝히며 우려를 표했다. 5세 아이는 교육이 아닌 보육이 필요한 나이다. 현재 초등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초등돌봄교실은 추첨을 통해 혹은 선착순으로 운영된다. 모든 아이들이 방과후에 돌봄교실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맞벌이 가정은 방과 후 학원 여러 곳을 보내야 하는 형편이다. 학부모들은 정부의 이같은 졸속 정책을 이해할 수 없다며 제발 쓸 데 없는 짓 말라는 반응이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1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부가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6세에서 5세로 낮추는 학제 개편을 일방통보 했다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처럼 민심을 무시하고 졸속으로 처리할 일이 결코 아니라고 밝혔다.

 

2025년 시행을 목표로 한다면 불과 3년 앞이다. 박 장관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이렇게 서둘러 추진하려는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 지역이나 가정 여건으로 인해 발생하는 출발선상의 교육 격차를 조기에 국가가 책임지고 해소하기 위해 취학연령 하향에 대한 논의가 꼭 필요하다고 밝혔을 뿐이다. 전 국민적 반발이 거세지자, 박 장관은 1일 대국민 설문조사 등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밝혔지만, 입학연령을 앞당기는 학제개편에 대한 입장은 고수했다.

 

인재가 자원의 전부인 우리나라에서 교육정책은 모든 구성원의 주요 관심사다. 그럼에도 교육계와 관계당국과의 사전 논의도 없고, 구체적인 대안도 없이 졸속으로 발표된 학제 개편안에 대한 반발은 당연하다. 취학연령 하향이 꼭 필요가 있다면 이유가 설명돼야 하고, 전문가 집단의 체계적인 연구와 사회적 논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해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앞당기는 것이 어떤 효과를 발휘하는지, 이 과정에서 발생할 유아동의 발달상의 문제와 교육현장의 혼란 등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교육과정에서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길 바란다면, 현재의 입시전쟁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먼저 찾아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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