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이코노미

중견·중소기업 소상공인 매체
2024/04/22(월) 09:48 편집
스마트복지포털

주요메뉴

등기데이터2
메일 페이스북 트위터 프린트
오피니언칼럼

‘0.003 대 99.997’ 암울한 미래 원하지 않기에

기본소득 필요…출생 친화적 성장, 행복 친화적 성장으로 전환 

기사입력2023-01-10 10:12
오준호 객원 기자 (munard@daum.net) 다른기사보기

오준호 기본소득당 공동대표·기본소득정책연구소장(‘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 저자)
2090년이면 인공지능을 소유한 0.003%의 인구가 나머지 99.997%를 지배하는 초양극화 사회가 나타난다. 인구의 0.001%인 제1계급은 플랫폼 기업가와 투자자 등 플랫폼 소유주들이다. 2계급은 엘리트 정치인과 연예인 등 인구의 0.002%플랫폼 스타들이다. 3계급은 인공지능(AI)이고, 그 아래 계급은 인공지능의 지시를 받고 플랫폼에서 불규칙하게 노동력을 제공하는 절대 다수 프레카리아트’(불안정 노동자)들이다.

 

이는 서울대 우기윤 교수 연구팀이 2017년 내놓은 미래도시 연구보고서의 미래사회 예측이다. 인공지능에 의해 완전 자동화한 미래 모습은 이처럼 암울할지도 모른다. 이런 사회에서 인간은 어떻게 생계를 이어갈 것인가?

 

성장 방식을 전환하기 위해 기본소득이 필요하다

 

기본소득은 이런 세계에서 생존하기 위한 수단으로 설명되고는 한다.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죄다 대체하면 기본소득이라도있어야 한다는 거다. 2016년 알파고가 프로 바둑기사를 꺾었을 때 기본소득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진 것도 비슷한 이유다. 한편 기본소득을 비판하는 이들은 일자리 소멸 공포는 과장되었으며, 과거 산업혁명에서도 결과적으로 일자리가 늘었다고 주장한다. 일자리 감소는 기본소득을 실시할 근거가 아니라는 말이다. 현재 일자리 총량이 정말 줄고 있는지에 관해 해석의 여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일자리 소멸의 두려움에는 이유가 있다. 1993년부터 2010년까지 16개 주요국에서 예외 없이 중간임금 일자리는 크게 줄고 대신 저임금 일자리와 고임금 일자리는 증가했다. 게다가 한국은 유난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격차가 크고 자영업에 뛰어드는 비율과 실패하는 비율이 높다. 그러니 적어도 중산층 시민들이 내 일자리에 느끼는 불안감은 근거가 있다고 봐야 한다. 기본소득 찬성 여론이 특히 40대와 50대에 높은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하지만 생계수단이 소멸하는 미래를 기정사실화하고, 먹고 살아야 하니까 기본소득이라도 달라고 요구해야 하는 걸까? 그건 너무 패배적이다. 우리 사회의 성장방식을 그대로 두고 그저 낙오자와 탈락자를 구제하기 위해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하면, 마치 공장식 양계장에서 닭에게 모이를 주는 장면이 떠오른다. 기본소득 지지자들도 그런 장면을 바라진 않는다.

 

기본소득은 그보다 훨씬 중요한 이유로 필요하다. 기본소득이 필요한 이유는 현재의 위태로운 성장방식을 지속가능한 성장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다. ‘0.003 99.997’의 암울한 미래가 오지 않도록 사회의 경로를 틀자는 것이다. 지금의 선별적이고 역진적인 소득보장제체를 기본소득 중심 보편적 소득보장체제로 바꾸고, 이것을 넛지(nudge) 삼아 성장방식을 일대 혁신하자는 것이다.

 

<자료=서울대 우기윤 교수 연구팀, ‘미래도시 연구보고서’>   ©중기이코노미

 

자살 부르는 성장에서 행복을 약속하는 성장으로

 

지금 성장방식의 문제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한국의 압축적 경제성장은 시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성장이 아니라 자살 친화적 성장이었다.”(성공의 덫에 빠진 대한민국, 김영순 외 지음, 후마니타스). 한국의 1인당 GDP19906300달러에서 빠르게 증가해 2018년에 3만 달러를 돌파했다. 같은 기간 한국에서 자살률이 무려 179.5%나 증가했다. OECD 34개 나라에서 자살률이 평균 25% 감소하는 동안에 말이다. 높은 자살률의 이면에 있는 한국인의 심리는 항시 울분 상태다. 2018년 서울대 유명순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중증 이상 울분 상태인 사람이 독일은 전체 인구의 2.5%인데 한국은 14.7%로 매우 높다.

 

한 마디로 나라가 부유해지는 사이 국민은 불행해졌다. 억울하고 분하고 경쟁에 지치고 앞날은 불안하다. 희망보다 절망을 자주 느낀다. 지금까지 돌격대처럼 달려온 한국 성장신화의 현주소다. 자살 친화적 성장은 재생산 적대적 성장이다.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극적으로 하락한 출산율이 이를 잘 말해준다. 이러한 성장방식은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

 

성장방식을 어떻게 틀어야 하는가? 우선, 정의로운 전환이어야 한다. 석탄화력발전 등 탄소를 대량 배출하는 산업은 기후정의라는 시대 요청에 따라 서둘러 폐지하고, 그 산업에 투입된 자본은 그린에너지와 저탄소 산업으로 재배치해야 한다. 이때 이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실직과 소득 상실로 삶이 무너지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인적 숙련의 고도화다. 한국 기업들은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과정에서 노동 숙련을 향상하기보다 자동화와 외주화로 인력을 감축하는 쉬운 길을 택했다. 하지만 독일의 예를 봐도 첨단기술은 이를 다루는 숙련 노동과 결합할 때 생산성의 꾸준한 증대로 이어진다. 셋째, 수출과 내수의 균형 발전이다. 세계 경제가 저성장 국면이고 세계 교역이 미·중 패권경쟁으로 약화하는 추세라 한국이 과거처럼 수출주도형 성장체제를 유지하기 어렵다.

 

이러한 성장방식 전환은 지금처럼 선별적인 소득보장체제, 정규직 중심 사회보험체제에서는 불가능하다. 개혁의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취업 여부와 상관없이 시민권을 근거로 하는 기본소득 보장이다. 다른 하나는 정규직 고용에 기반한 사회보험을 소득 비례 사회보험으로 전환해, 일해서 소득을 버는 사람 모두를 취업 형태와 상관없이 포괄하는 것이다. 보편적 기본소득이 소득보장체제의 1층을 구성하고 소득 비례 사회보험이 2층을 구성하는 구조다. 이로써 기존 체제의 수많은 사각지대를 메우는 보편적 소득보장체제가 완성된다.

 

보편적 소득보장체제에서 정의로운 전환은 훨씬 수월하다. 기본소득이라는 안전판이 있으므로 노동자는 낡은 산업에서 신산업으로 능동적으로 이동할 수 있다. 국가는 소득 보장과 함께 인적 교육개발에 투자해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에 필요한 노동 숙련을 향상해야 한다. ‘미래도시 연구보고서의 우기윤 교수는 디스토피아를 피하려면 인공지능의 도입 초기부터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조하는 방향으로 인공지능을 발전시키자고 조언한다.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투자하되, 그것을 스마트하게 사용할 인적 역량도 키워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낙오하면 구제하는 선별적 안전망이 아닌, 창의적 도전을 뒷받침하는 선제적이고 보편적인 안전망이 필수다. 한편 인적 숙련 향상은 질 높은 서비스 창출로 이어질 것이고, 기본소득으로 구매력이 증대한 시민이 그 서비스를 구매하면서 내수시장이 활성화할 것이다.

 

우리가 기본소득을 바라는 이유는 ‘0.003 99.997’의 우울한 미래를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단지 생존을 구걸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런 우울한 미래를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 미래를 원하는 대로 만들기 위해 기본소득이 필요하다. 자살 친화적 성장을 출생 친화적 성장으로, 행복 친화적 성장으로 전환하기 위해 우리 사회는 기본소득이 꼭 필요하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오준호 기본소득당 공동대표·기본소득정책연구소장)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목록 top
스마트에듀센터

객원전문 기자칼럼

 
  • 부동산법
  • 상가법
  • 준법길잡이
  • IP 법정
  • 생활세무
  • 판례리뷰
  • 인사급여
  • 노동정책
  • 노동법
  • 인사노무
  • 민생희망
  • 무역실무
  • 금융경제
  • 부동산
  • 가맹거래
  • 기업법률
  • CSR·ESG
  • 예술만세
  • 작가노트
  • 예술별자리
  • 세상이야기
  • 빌딩이야기
  • 자영업
이전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