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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채용갑질 성희롱을 ‘견책’ 권고로 종결하다니
채용과정 부당함 살폈다는 고용노동부, 취업난 청년 고통에 관심없나
- 기사입력2023-01-12 14:11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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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자리에서 여성지원자에게 예쁘다며 제로투 댄스를 춰보라고 요구한 모 지역 신용협동조합 사건이 일파만파다. 사건 자체도 문제지만, 지방노동청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신협중앙회가 해당 면접위원에 대한 ‘견책’ 조치를 지역 신협에 요구하자, 지방노동청은 시정조치가 완료된 것으로 보고 사건을 행정 종결했다고 한다. 고용노동부에 신고까지 한 피해자도 걱정이지만,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청년들이 채용갑질의 이같은 ‘행정 종결’에 대해 어떻게 느낄지 우려가 커진다.사건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으로 알려졌다. 결정문에서 인정된 사실만 추려보면, 지난해 상반기 모 지역 신협의 면접자리에서 면접위원 중 한명은 여성지원자에게 키가 몇이냐, 예쁘다 등의 말을 했다. 노래와 춤을 춰보라고 하고, 거절하는 지원자에게 “150명 앞에서 서본 사람이 4명 앞에서 춤을 못 추냐”고 압박하기 까지 했다. 또다른 면접 담당자는 선곡을 지시받고 “제로투 노래를 아느냐”고 지원자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자리를 박차고 나가지 못하고, “입사 후 회식 자리에서 보여드리겠다”고 답한 지원자가 안쓰러울 지경이다.인권위는 이 사안에 대해, “진정인이 이를 쉽게 거절하기 어렵고, 이를 수용하지 않았을 때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임을 고려할 때, 진정인이 당혹감과 모멸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인정했다. 또, 우회적인 거절의사를 밝혔음에도 재차 요구한 행위에 대해 “강요와 압박으로 느껴질 수 있고 성적 불쾌감과 모멸감을 느끼기 충분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사안 자체에 대해서도 지적할 바가 참으로 많지만, 면접위원이라면 최소한 남녀고용평등법과 채용절차법에 무슨 내용이 있는지 정도는 숙지해야 한다고 짧게 요약하겠다. 그리고 법률위반 여하를 떠나서, 지위상 우위를 이용해 여성에게 춤과 노래를 요구하는 행태가 면접 현장에서 벌어진 사태에 대해 신협중앙회를 비롯한 모든 관계자들이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고용노동부에도 신고된 이 사건에 대해, 지방노동청은 직장내 성희롱으로 인정했다. 문제는 후속 조치인데, 인사상 징계조치가 완료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사건이 종결됐다.신협중앙회는 면접위원과 실무자 등 3명에 ‘견책’ 조치를 해당 신협에 요구했다. 이를 두고 지방노동청의 해당지역 지청은 시정 조치가 완료된 것으로 보고 사건을 행정 종결했다. 하지만 지역 신협은 신협중앙회에 인사조치와 관련한 재심을 요구했다. 결국, 인사상 징계가 끝나지도 않은 것이다. 지원자가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넣지 않았다면, 그래서 이 사건이 그대로 묻혔다면 인사조치가 어떻게 끝이 났을지 의문이다.그렇다고 인권위가 성희롱을 동반한 채용갑질을 한 당사자를 처벌할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다. 기관 차원에서의 재발 방지대책을 수립할 것을 권고하는 것까지가 인권위의 권한 범위다.결국 문제는 고용노동부에 있다. 지난 9월 고용노동부는 ‘2022년 상반기 채용절차법 지도·점검’ 결과를 발표하면서, 청년들이 채용과정에서 겪는 위법·부당한 사례 123건에 대해 과태료 부과와 개선권고 등을 했다고 밝혔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번 점검은 채용과정에서 청년들이 겪어온 불공정과 부당함을 살펴보고, 청년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개선 조치를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하기까지 했다.그렇다면, 이번 채용갑질 사건이 인사조치 권고 만으로 행정 종결된 사례는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채용 과정에서의 불공정과 부당함을 살펴보고 조치했다는 장관의 말이 허언인 것인지, 아니면 정부가 채용과정에서의 갑질에 대한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 어느 쪽이건 간에 문제가 심각하다.정부는 뒤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엄중한 조치를 취하고, 앞으로 채용갑질을 예방하기 위한 전면적인 대책 강구에도 나서야한다. 그리고 최소한,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는 청년들 앞에서 부끄러움은 느껴야겠다. 그게 사람의 도리이고 정부의 도리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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