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 기업참여·세액공제 확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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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세무회계 “고향사랑기부제, 기업참여·세액공제 확대를” “10만원 소액 기부로는 재정유입 효과 미흡”…기업기부제 검토 필요

기사입력2023-02-17 11: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한국세무사회는 16일 한국세무사회관에서 ‘고향세와 기회발전특구에 대한 실무적 검토’ 세무포럼을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올해 1월부터 기부자가 거주지를 제외한 자신의 고향이나 원하는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해 세액공제와 답례품을 제공받는 고향사랑기부제도가 시행됐는데,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 기부자를 개인으로 국한하지 말고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세액공제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구광회 세무사(대구지방세무사회 회장)는 한국세무사회가 16일 개최한 ‘고향세와 기회발전특구에 대한 실무적 검토’ 세무포럼에서, ‘고향사랑기부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한 제도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를 제안했다.

그는 “전국 226개 지방자치단체의 50% 이상이 소멸위기 지역으로 지역사회의 활력이 저하되고 있다”며, “고향사랑기부제는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애향심을 갖고 기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인구감소에 따른 지방소멸 진행 상황을 완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기업참여·세금공제 日 고향납세=일본은 고향사랑기부제와 유사한 ‘고향납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15년까지는 세무서에서 소득세 확정신고시 기부금을 신고·공제하는 방식으로 신고절차가 매우 복잡했으나, 2015년 이후 원스톱 특례제도를 도입해 급여소득자의 신고절차 편의를 증진하면서 고향납세제도가 활성화됐다.

고향납세는 2008년 81억엔에서 2021년 8320억엔으로 102배 증가했다. 저출산·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지역소멸 위기의식이 크게 작용하면서 젊은층의 참여율이 증가하는 추세다. 또 지역특산물이 답례품으로 제공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해주는 효과가 나타났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답례품 제공으로 지자체간 과당 경쟁이 발생해 일본 정부는 답례품을 기부금의 30% 이내로 제한해 운영하고 있다. 답례품 제공 품목은 농산물 등 지역특산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일본의 고향납세제도는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도 참여할 수 있고, 각종 세금공제 혜택도 크다.

◇韓, 기부주체를 개인으로 한정=선행연구 및 통계자료를 기준으로 하면, 고향사랑 기부금은 연간 650억원에서 10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지방세정연구원은 제도 홍보로 인식도가 30%까지 높아지면 2000억~3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구 세무사는 우리나라 고향사랑기부제 참여자는 개인으로 제한함으로써 소액기부자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이며, 기부액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기업으로 기부주체를 확대하는 등 다양한 사업 구상으로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한국의 고향사랑기부제도는 개인기부자가 가장 많은 재정부담을 하고, 지자체가 가장 적은 부담을 지는 구조인 반면, 일본의 경우 지자체가 가장 많은 재정부담을 하고 있다. 기부자의 참여 확대를 위해서는 지자체의 재정 지출을 늘리고 기부자에게 편익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고향사랑기부제는 기부액의 30% 이내에서 지역특산물 등 답례품을 제공하고 있다. 구 세무사는 아직 시행 초기라 답례품 제공이 기부동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답례품 선정 시 지역경제활성화에 영향이 큰 답례품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답례품 선정을 다양화하고 사업자를 선정하는데 공정성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지역특성에 맞는 답례품 개발은 청년 일자리 창출과 귀농·귀촌을 늘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기업기부, 세액공제율 상향 필요=구 세무사가 전국 700명의 세무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66%는 고향사랑기부제의 시행 내용을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 따라서 우선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 애향심에만 의존하지 않고 지역 특성을 고려한 홍보활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기부금 모집 과열경쟁으로 인한 지역간 갈등을 예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부금 모집 강요 등 지자체간 유치경쟁 과열 예방을 위한 조정기구를 설치·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또, 불법으로 기부금을 모집할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기부제한을 강화하고 모범적 기부모금 활동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기부모집 주체와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구 세무사는 10만원 이하 소액기부자가 증가하면 재정유입 효과가 미흡하게 된다며, 기부 증대방안으로 ‘기업기부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한, 기부자의 의사에 따라 기부지역을 선택할 수 있도록 거주지를 포함한 기부지역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기부절차 간소화, 답례품 선정, 세액공제 운영 등 기부자의 편리성을 높일 수 있는 플랫폼 구축도 제안했다.

기부 촉진을 위해서는 세액공제 및 기부 상한선 인상도 필요하다. 부분세액공제 방식으로는 기부자간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으므로 기부액 상한을 확대하고 세액공제율 상향 조정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지역간 재정격차 해소를 위해 세액공제율을 지역별로 차등 적용하는 방안도 제안됐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