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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를 결혼 대신 ‘장시간 노동’으로 내모는가

저출산 원인이 일·생활 조화의 어려움이라면서 대책 없이 역주행 

기사입력2023-03-18 00:00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해 12월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발표한 ‘인구구조 변화와 대응방안’을 보면, 결혼 건수와 1000명당 결혼 건수의 지속적인 하락이 결혼 감소로 이어져 출산율이 더욱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전망은 현실이 되고 있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 건수가 역대 최저치를 갱신했다. 20대에서 특히 결혼 감소가 두드러진 점이 우려스럽다. 앞서 발표된 2022년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를 보면, 태어난 아기의 숫자도 역대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 결혼까지 줄어드니 출생아 감소 추세가 더 심해질 우려가 있다. 저출산위원회가 5대 저출산 원인으로 일·생활 조화의 어려움을 꼽고 있는 상황이지만, 사회 분위기는 오히려 장시간 노동으로 역주행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결혼 건수는 19만2000건으로 2021년에 비해 0.4%(800건) 감소했다. 2016년(28만1000건) 처음으로 20만건대로 내려앉은 뒤, 매년 하락하다 2021년 처음으로 20만건 아래로 떨어졌다. 이후 지난해 다시 최저치를 갱신했다. 

결혼 감소가 하루이틀의 일은 아니다. 1996년 43만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결혼 건수는 이후 가파르게 감소해 2003년 30만건까지 떨어졌다. 인구 1000명당 결혼 건수를 보면, 1996년 9.4건에서 2003년 6.3건으로 불과 7년만에 3.1건이 줄어들었다. 이후 2012년까지 10년간은 오르내림을 반복했으나, 2012년(6.5건)부터 가파른 하락세가 시작돼 2022년(3.7건)에는 10년만에 2.8건이 줄어들었다. 

문제점이 명확하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저출산위는 5대 저출산 원인으로 ▲고용불안 ▲주거부담 ▲출산·육아부담 ▲교육경쟁 심화 ▲일·생활 조화의 어려움을 꼽았다. 원인을 꼽은 것까지는 좋은데, 대응방안을 보면 이해하기 힘든 내용을 발견할 수 있다. 

정부가 일·생활 조화를 위한 대응방안으로 내놓은 것은 영유아 돌봄과 아동 돌봄 대책이다. 마땅히 필요한 조치이나, 5대 원인 중 하나인 출산·육아부담의 대책과 구분해놓은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 반대로, 일·생활 조화 자체에 집중한 대응방안은 전무해 보인다. 

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의 핵심은 직장생활의 질 향상이며, 한국에서의 최대 이슈는 장시간 노동이다. 2011년 당시만 해도 한국의 노동시간은 OECD 회원국 중 1위였고, 이후에도 멕시코와 1~2위를 다퉈왔다. 주 52시간제가 도입된 이후에야 노동시간이 줄어들어, 2021년에는 OECE 국가 중 5위(연간 1915시간)로 내려왔다. 그러나 여전히 장시간 노동 국가다. 이 상황이 결혼과 출생 위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데, 저출산위의 대응방안이 미흡한 것도 모자라서 정부는 한술 더 뜨고 있다. 일하는 시간을 줄이지는 못할망정 노동시간 상한선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중이다. 최대 69시간이란 상한선이 과도하다는 여론이 나오자 새롭게 60시간이라는 가이드라인이 나오긴 했지만, 여전히 현행 주 52시간제에 비하면 상한선이 크게 높은 수준이다. 심지어 주 5일제의 틀을 흔들어, 토요일 출근이 일상인 근무시간표를 정부가 홍보하고 나서기까지 했다. 

1주당 노동시간 상한선뿐만 아니라, 연장근로를 반기나 연간으로 정산하면 주 64시간이 최대 20주 연속으로 가능해진다는 점도 문제다. 이같은 상한선의 확대가 일과 생활의 조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는 거듭 의문을 표할 필요가 없을 일이다. 대책을 마련하지는 못할망정 역주행을 해서는 결혼과 출생위기가 더욱 심화될 우려만 커진다. 

다시 결혼 감소로 돌아가면, 결혼을 가장 많이 하는 2030의 결혼이 전체적으로 크게 감소했다. 남자의 경우 25~29세가 1년 전에 비해 -8.4%로 크게 줄어들었고, 여성 역시 같은 연령대에서 -7.2%를 기록했다. 이런 시국에 결혼하지 않는 20대에게 필요한 것은 장시간 노동이 아니라 일과 생활의 균형이다. 

결혼과 출생에 얼마나 큰 악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힘든 노동시간 상한선 확대 추진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 20대를 또다시 장시간 노동으로 내몬다면, 결혼과 출생 감소의 위기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에 정부가 답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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