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율 인상이 투자·성장 저해했다는 증거 부족”

프린트

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법인세율 인상이 투자·성장 저해했다는 증거 부족” 법인세 25%로 환원…세부담 우려 보다 미래산업 투자 기회 잡아야

기사입력2025-08-13 10:2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최근 정부와 여당이 재정 확충과 미래산업 투자를 위해 법인세율을 기존 24%에서 2022년 수준인 25%로 환원하기로 결정했다. 이에대해 경제계의 반발이 뒤따랐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세부담 증가가 기업의 투자 심리와 국제 경쟁력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고, 중소기업중앙회는 투자와 채용이 축소될 가능성을 지적하며 일부 구간의 세율 유예를 요구했다.

그러나 나라살림연구소가 최근 한국은행의 최근 10년간 ‘기업경영분석’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법인세율 인상이 기업 경영을 옥죈다는 주장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법인세 최고세율이 25%였던 2018~2022년 동안 국내 기업들의 매출 증가율과 자산 증가율 등 주요 경영지표는 오히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최고세율이 25%였던 2018~·2022년 기업의 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7.08%, 총자산 증가율은 8.44%로, 최고세율 22%였던 2013~2017년의 3.10%와 5.07%를 크게 웃돌았다. 보고서는 “법인세율 인상이 기업 투자나 성장성을 저해했다는 통계적 증거를 찾기 어렵다”며 “오히려 최고세율 인상 시기에 기업 성과가 개선된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번 세법 개정에는 법인세율 인상이라는 ‘채찍’과 함께 세제 혜택이라는 ‘당근’이 함께 담겼다. 생성형 AI 등 핵심기술 R&D에 대해 50%, 시설투자에 대해 25% 세액공제를 적용하고, K-콘텐츠·웹툰 제작비용에 최대 15% 세액공제를 지원한다. 영상콘텐츠 대기업 공제율도 10%로 상향했다. 이밖에 해운·방위산업, 유턴기업, 해외사업 구조조정 등 미래산업과 전략적 투자를 하는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과 공제도 확대했다. 또한 통합고용세액공제를 개편해 고용 유지와 고용 증가에 따른 공제 폭을 확대한 점도 눈에 띈다.

이제 기업이 해야 할 일은 법인세 인상에 대한 불안보다는 미래를 위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이번 개정에 따르면,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서 세율이 1%포인트씩 일괄 인상된다. 따라서 현금흐름을 점검하고, 공제·감면 항목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세무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

정부의 방향은 분명하다.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산업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따라서 세제 혜택이 적용되는 투자 분야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세제 혜택이 가능한 시설과 R&D에 투자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기업들의 실효세율(실제 세부담)은 법인세 최고세율에 크게 못 미친다.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과세표준 구간이 과도하게 높아 해당 세율을 적용받는 기업이 연평균 100여 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최고세율 적용구간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이번 세법 개정이 여건이 어려운 기업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중소기업과 산업별로 충격 완화를 위한 장치를 마련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작업도 이어져야 할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