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은 연차도 다 못쓰는데 ‘야근대체 휴가’ 될까

프린트

Live 중기 ㅣ 경제일반 받은 연차도 다 못쓰는데 ‘야근대체 휴가’ 될까 ‘휴가의 법적·제도적 보장 및 준수’ 아직 미흡

기사입력2023-03-20 19:52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임금근로자는 2021년 한해 동안 연차휴가를 평균 17.03일 받았지만, 실제로 사용한 휴가일수는 평균 11.63일에 그쳤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요새 MZ세대들은 부회장 나와라, 회장 나와라, 성과급이 무슨 근거로 이렇게 됐냐, 라는 등 권리의식이 굉장히 뛰어나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6일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 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축계좌제 도입으로 돈도 못 받고 휴가도 못 갈 우려에 대한 질문에 “적극적인 권리의식이 법을 실효성 있게 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현재 직장인들은 지금 받고 있는 연차휴가도 전부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가의 법적·제도적 보장 및 준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22년 전국 일-생활 균형 실태조사’에 따르면, 임금근로자는 2021년 한해 동안 연차휴가를 평균 17.03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한 휴가일수는 평균 11.63일에 그쳐, 사용할 수 있는 휴가를 약 5일 이상 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의 전체 인원은 2만2000명이며, 대상자 중 연차휴가를 받은 임금근로자는 9132명이다.

조사결과를 산업별로 보면, 실제 사용 휴가일수는 제조업이 11.21일로 가장 짧았다. 하지만 부여받은 휴가는 제조업이 17.74일로 가장 길었다. 보고서는 “제조업에서 일하는 경우 부여받은 휴가일수와 실제 사용 휴가일수 차이가 가장 큰 집단인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장 규모별로 보면, 300인 이상인 경우가 평균 12.25일, 30~100인 미만이 11.13일, 5인 미만인 경우가 10.83일로 차이가 1.5일을 넘지 않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해서 볼 때도, “정규직이 부여받은 휴가 일수는 더 많지만, 사용한 휴가일수는 거의 차이가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력도 없고, 일도 많고…휴가 가고 싶어도 못간다

부여받은 휴가일수보다 실제 사용한 연차휴가 일수가 짧은 경우를 대상으로 부여받은 연차휴가를 모두 사용하지 못한 이유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연차수당을 받기 위해서’가 20.1%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보고서는 “일부러 수당을 받기 위해 사용하지 않은 것과 여러 사정으로 결국 사용하지 못한 연차에 대해 반드시 사용하려고 하기보다 수당을 받는 편이 낫다고 판단해 선택한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했다.

이밖에 대체인력이 부족해서(18.3%), 업무량 과다(17.6%), 특별한 휴가계획이 없어서(14.6%), 상사의 눈치가 보여서(11.4%), 작업 및 협업 일정을 맞추다 보니 연차휴가 사용 시기를 놓쳐서(6.6%), 조직에서 연차사용을 규제하는 분위기 때문에(5.1%) 등이 뒤를 이었다.

원하는 시기에 연차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비율은 77.8%에 달했다. 이 경우는 300인 이상 규모의 조직에서 일하는 경우(80.9%)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대로 임시근로자와 일용근로자는 이 항목에 동의한 비율이 66.3%에 그쳤다.

회사에서는 동료들끼리 연차휴가가 겹치지 않도록 사전에 조정하기를 권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1.7%에 그쳤다. 전체의 80% 가량이 휴가 시 동료들과 휴가 일정을 조정한다는 의미여서, 용이성이나 자율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차휴가 때 일을 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9.2%에 그쳤다. 반대로 말하면 전체의 40% 이상이 휴가 도중에 일을 한 적이 있다는 의미다.

원활한 휴가 사용을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생각하는 것은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직장 내 분위기가 41.1%로 가장 많았고, 휴가의 법적·제도적 보장 및 준수가 25.4%로 뒤를 이었다.

규모별로는 5인 미만인 경우 휴가의 법적·제도적 보장 및 준수에 대한 응답 비율이 27.4%로 가장 높았다. 5인 이상의 규모별 세분류에서는 이 응답이 21~26%에 그쳤다. 보고서는 “직장 규모가 작을수록 지켜야 하는 휴가 제도가 작동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또, 정부 및 공공기관 등(21.0%)보다는 민간 조직 등(26.7%)에서 높게 나타났다며, “민간의 소규모 조직에서 휴가의 법적 보장 준수에 대한 욕구가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