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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연금’…기본소득사회로 가는 다리가 될까

공동자원으로 기후위기 해법 찾고, 기본소득 실현도 앞당길 수 있어 

기사입력2023-03-28 00:00
오준호 객원 기자 (munard@daum.net) 다른기사보기

오준호 기본소득당 공동대표·기본소득정책연구소장(‘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 저자)
인구 290명 남짓인 전남 신안군 자라도. 그곳에 있는 자라분교는 올해까지 3년째 신입생이 없어 폐교가 확실시됐다가, 취학 연령대 아동 15명이 새로 전입하면서 폐교 결정이 연기됐다. 인구유입 계기는 신안군이 재작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햇빛연금이다.

 

햇빛연금은 신안군이 2018년에 제정한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등에 관한 조례에 따라, 기업이 폐염전이나 폐양식장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할 때 지역주민이 지분 참여를 통해 발전수익 일부를 배당받는 제도다. 24MW 태양광발전소가 설치된 자라도는 주민 1인당 분기별 최대 51만원(204만원)을 지급받는다. 자라도가 속한 안좌면은 햇빛연금 시행 후 인구가 65명 이상 늘었다. 햇빛연금이 폐교 위기의 학교를 살린 셈이다.

 

신안군의 시도는 그 자체로 지역소멸 위기에 대응하는 주목할 만한 사례다. 이에 더해 기본소득사회로 나아가는 데 튼튼한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

 

기후위기와 지역소멸 넘는 햇빛연금=기본소득제도의 목표는 공동체 성원 모두에게 경제적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충분한 수준으로 기본소득을 보장하려면 상당한 재정이 든다. 조세 수입으로 이 재정을 충당하려면 매우 급진적인 증세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세금 부담을 확 높이기 어려우니 기본소득의 현실 가능성에 대해 비판이 제기된다.

 

그러나 기본소득을 반드시 조세만으로 할 필요는 없다. 지역마다 이미 가지고 있는 공동자원을 활용해, 그 수익을 공동체 차원 주민배당으로 지급할 수 있다. 그 이름은 햇빛연금, 바람연금, 지하수배당, 생태보전배당 등 다양할 것이다. 지역 특색 기본소득인 셈이다.

 

공동자원은 우리 곁에 넘쳐난다. 토지, 지하자원, 햇빛, 바람, , 공기처럼 자연이 준 선물이 공동자원이다. 오랜 세월에 걸쳐 사람들이 협력하며 축적한 지식, 문화, 문화재 등도 공동자원에 포함된다. 공동자원은 모두 공유한 부()라는 뜻에서 공유부라고도 한다. 공동자원은 모두에게 주어진 선물이기에 이 선물을 이용할 권리는 모두에게 있다. 또한 공동자원을 이용해 발생시킨 수익에 대해 공동체 성원은 자기 몫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이러한 사상을 구현한 실제 사례는 해외에 여럿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미국 알래스카주는 노스슬로프 유전에서 발생하는 석유 판매수익을 토대로 알래스카 영구기금을 만들어 1982년부터 매년 1, 알래스카에 1년 이상 거주한 모든 시민에게 주민배당을 지급한다. 몽골은 광물자원 개발이익으로 인간개발기금을 조성해 2010년부터 아동보조금을 지급했다. 설계상 문제로 보조금 정책은 3년만 지속됐지만 빈곤율을 크게 낮췄다. 볼리비아는 2008년부터 천연가스 판매수입의 30%를 재원으로 삼아 노령연금제도를 시작했다.

 

햇빛연금은 신안군이 제정한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등에 관한 조례’에 따라, 기업이 폐염전이나 폐양식장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할 때 지역주민이 지분 참여를 통해 발전수익 일부를 배당받는 제도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햇빛연금과 같은 사례가 늘어나면 기본소득제도를 여러 층으로 구성할 수 있다. 1층에는 조세를 기반으로 하는 전 국민 보편적 기본소득제도를 둔다. 그리고 2층에는 공동자원을 기반으로 하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주민배당을, 3층에는 다양한 소규모 공동체 주민배당을 얹는다. 이처럼 제도를 결합하면 모두의 경제적 안전이라는 목표는 더 빨리 앞당길 수 있다. 따라서 지역의 이러한 사례에 주목하고, 이를 확산할 국가 차원의 지원방안을 찾아야 한다.

 

신안군의 사례가 특히 중요한 것은 기후변화와 고령화·지역소멸이라는 두 개의 위기에 동시에 대응하는 해법이기 때문이다. 물론 재생에너지 발전에도 환경문제 등 논쟁이 있다. 그러나 태양광과 풍력 없이 탈탄소 및 탈원전 사회로 갈 수 없고, 에너지 전환을 앞당기려면 지역주민이 참여해 이익을 공유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신안군에서도 처음에는 지자체를 믿지 못하는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다. 그러나 군수가 소신을 가지고 이들을 설득해냈다.

 

먼저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한 자라도와 안좌도에서 20214월부터 주민배당을 시작했고, 올해는 다섯 군데 섬에서 제도가 시행된다. 2024년에 여덟 섬으로 확대되면 전체 군민의 45%가 배당을 받는다. 신안군은 8.2GW 해상풍력단지도 2030년까지 조성할 계획인데, 역시 주민참여방식을 통해 1인당 연 최고 600만원까지 배당받게 된다.

 

제주 역시 주목할 만하다. 천혜의 공동자원이 풍부한 제주는 난개발과 사유화로 많이 파괴됐어도 여전히 마을공동체 단위 공동자원 관리제도가 남아있다. 어떤 마을은 공동목장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해 그 수익을 장학금이나 노령연금으로 지급하고, 어떤 마을은 국가 소유의 생태습지를 공동자원으로 여겨 관리하면서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해 수익을 창출한다.

 

그뿐만 아니라 제주 도민의 생명수인 지하수를 제대로 관리·보존하면서 지하수 이용수익을 도민에게 배당하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먹는 샘물 삼다수의 판매수익을 제주개발공사는 제주도에 매년 170억원씩 배당하는데 제주도는 이를 일반예산에 편입해 사용한다. 그러나 지하수가 공동자원인 만큼 제주삼다수 주민배당같은 방식이 옳다는 지적이 있다. 제주에서 경기도처럼 청년기본소득을 실시하는 경우 예산은 연 87억원인데, 삼다수배당으로 경기도보다 넉넉한 제주도 청년기본소득을 지급하면 청년 유출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공유지 비극넘는 공유부 주민배당=경제학자 엘리너 오스트롬은 이른바 공유지의 비극에 대해 공동체적 참여와 관리로 공유지의 풍요를 유지할 수 있음을 다양한 실례를 들어 입증했다. 공유지를 사유화해 개별 관리에 맡기거나, 반대로 국가가 위로부터 통제하는 해법밖에는 없다는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엘리너 오스트롬, ‘공유의 비극을 넘어’).

 

그의 통찰에 따르자면, 공동자원 기반 주민배당은 단지 기본소득제도의 재정 마련 이상의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공동체 성원들이 공동자원의 가치 및 자기 삶과의 관계를 인식하고, 공동자원의 회복과 보전에 참여할 동기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공동자원에 주목함으로써 우리는 기후위기의 해법을 찾고, 모두에게 경제적 안전을 보장할 기본소득의 실현도 앞당길 수 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오준호 기본소득당 공동대표·기본소득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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