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해도 성장할 수 없는 자영업 환경부터 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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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노력해도 성장할 수 없는 자영업 환경부터 개선을 ‘기업가형 소상공인’ 필요하지만 자영업 현안 외면해선 혁신 어려워

기사입력2023-06-07 10:5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난달 24일 참여연대에서 열린 소상공인·자영업자 부채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 자영업자가 손 팻말을 들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민간자금을 연계해 기업가형 소상공인을 ‘라이콘’으로 키운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라이콘은 라이프스타일&로컬 분야를 혁신해 유니콘으로의 성장을 지향하는 기업을 의미한다고 한다. 민간투자사로부터 투자를 받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매칭 융자를 해주는 사업이다. 지난해 5월 중기부가 발표한 ‘새정부 소상공인·자영업 정책방향’을 보면, 크게 새로울 것이 없고, 대부분 기존의 사업들을 조금 수정·확대해 추진하는 정도로 평가를 받는데, 눈에 띄는 점이 벤처기업 출신인 이영 장관이 내세운 바로 ‘기업가형 소상공인’이었다.

기업가 정신과 경쟁력을 갖춘 소상공인과 로컬상권을 육성한다는 것이나, 이를 두고 현장에서 만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한가한 소리”라고 입을 모은다. IMF로 기업 구조조정, 파산 등으로 오래 전부터 많은 이들이 자영업 시장으로 쏟아져 나온 이후, 소상공인·자영업 업계는 해가 갈수록 경쟁이 심화됐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고 고환율·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 더이상 버틸 수 없는 한계에 이르렀다며, 지금은 성장이 아닌 생존을 얘기하는 것이다.

취재 중 만난 소상공인 업계 관계자는 이 정부가 소상공인 현안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이영 중기부 장관 또한 소상공인을 이해하지 못한 채, 스스로 기업가 출신이라는 점을 이유로 소상공인 또한 벤처기업과 같은 맥락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회복과 도약은 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 국정과제였으나, 관련 정책은 날이 갈수록 후퇴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됐던 자영업 비서관은 승계되지 않은 채 소리없이 사라졌고, 자영업·소상공인 정책을 담당하는 조직은 대통령실에 따로 마련되지 않았다.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온전한 손실보상도 폐기됐다. 소상공인들의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고, 그나마 소상공인들이 기대를 걸었던 소상공인 새출발기금은 까다로운 신청조건으로 그 참여율조차 저조하다.

골목상권과 종사자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법이 정한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도를 폐기하려는 시도는 논란의 대상이었다.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횡포를 규제하자는 사회적 여론은 묵살되고 정부는 ‘자율규제’라는 있으나마나 한 답을 내놨다.

중기부가 추진 중인 기업가형 소상공인의 상당수는 청년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자영업 환경에서 한계에 다다른 기존의 소상공인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골목 단위의 특성화된 거리가 조성돼 지역상권이 활성화되는 것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중기부가 먼저 들여다 볼 것은 기존 자영업·소상공인들이 안고 있는 현안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성장할 수 없는 환경이라면, 기업가형 소상공인은 듣기 좋은 말에 불과할 뿐이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