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차’ 대비하도록 내연기관 정비업 지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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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더불어 중기 ‘미래차’ 대비하도록 내연기관 정비업 지원을 자동차 정비업과 소비자 수리 편의위해 “정의로운 전환법” 통과돼야

기사입력2023-06-08 00:00

고안수 객원 기자 (koansu@gmail.com) ㅣ다른기사보기

전국수탁사업자협의회 고안수 정책국장

‘자동차 정비업’은 자동차 제조업계와 종속관계에 놓인 대표적인 산업이다. 이런 산업에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과거에 자동차 에어백 시장에는 ‘라이프’, ‘보고’, ‘찰라’와 같은 브랜드가 있었는데, 에어백을 자동차에 의무 장착하도록 하면서 시장에서 사라졌다. 현재는 자동차 오디오, 네비게이션, 블랙박스 시장도 이와 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 자동차 정비업 또한 그 한계가 분명하다.

단적으로 자동차 제작사가 공개하지 않으면 엔진 컴퓨터로 대표되는 전자제어시스템 진단은 거의 불가능하다. 엔진 컴퓨터를 구입 설치해도 포맷된 ‘깡통’ 컴퓨터라서, 제작사 서버와 연결해 OS와 구동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으면 자동차를 운행할 수 없다. 수천만원을 지급하고 소유권을 취득했지만, 자동차에 대한 통제권한이 자동차 제작사에 있는 것이다.

이렇듯 자동차 제조사와 종속관계에 놓인 산업은 자동차 제작사의 정책 또는 국가제도의 변화에 따라 생태계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여기서 우려스러운 것은 미래자동차 산업은 전기자동차의 확산에 따라 이러한 문제가 더욱 불거질 것이라는 점이다.

◇미래차 확산…자동차 정비수요 감소=전기자동차 도입으로 자동차 정비업계에서 정비항목이 사라지고 있다. 내연기관 대비 자동차 부품의 30% 정도가 줄어들었고, 줄어든 부품 수보다 더 많은 수리항목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의 자동차 정비업계는 내연기관 엔진과 관련된 부품의 수리·관리가 주 매출원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연기관의 퇴출이 확정된 미래라고 한다면, 자동차 정비업체는 당연히 사업의 존폐를 심각하게 염려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자동차 정비가 갈수록 자동차 제작사에 의존하고, 그로 인한 자동차 정비업체의 정비수요 감소로 정비업체의 수가 급격히 줄어든다면, 소비자의 정비 편의성은 점점 낮아질 것이 뻔하다. 이미 우리는 전기차 이전에 수입차 정비시장에서 정비업체 간 경쟁의 감소로 이러한 상황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자동차 제작사는 개발단계부터 수리 편의성을 위한 설계와 디자인을 하고, 정비기술의 공개와 보급에 앞장서야 한다. 또한 정부는 제작사 중심의 전기차 확산정책 이외에 소비자들이 쉽고 편리하게 차량을 정비할 수 있도록 정비산업 전환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해외, ‘소비자 수리권 보장’ 움직임=세계 자동차산업을 이끄는 제작사는 첨단 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OTA(Over-the-Air) 기술을 통해 자동차의 옵션기능을 ON/OFF 해 사용할 수 있는 구독서비스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는 소비자의 ‘수리권 보장’과는 역행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제사회는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목적으로 ‘소비자의 수리권 보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최초의 동향은 201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자동차 소비자 수리 권리법(Motor Vehicle Owners Right to Repair Act)’이다. 해당 법은 자동차 제작사가 자동차 소유자와 정비업체에 자동차의 진단, 서비스, 유지 또는 수리에 필요한 모든 정보와 수리에 필요한 공구와 장비를 판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이 법은 연방법이 아닌 주법이었지만, 현재 자동차 제조사들은 미국의 모든 주에서 매사추세츠주의 ‘자동차 소비자 수리 권리법’을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유사한 사례가 프랑스에도 있다. 프랑스는 2021년 1월부터 판매되는 가전제품에 대해 제품의 차후 ‘수리 가능성 지표’ 표기를 의무화했다. 이 정책은 수리 가능범위를 1~10점까지 등급을 나눠 붉은색, 오랜지색, 노란색, 연두색, 녹색 등 5가지 색으로 구분 표기하도록 했다. 현재 5가지 제품(드럼 세탁기, 스마트폰, 노트북, 텔레비전, 잔디 깎는 기계)이 지표 의무 부착대상이고, 프랑스 정부는 대상을 점차 넓혀갈 계획이라고 한다.

이처럼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에서 ‘소비자수리권 보장법’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정의로운 전환’ 법률안 조속 통과를=기존의 미래자동차 관련 법안과 정부 정책들을 보면, 제조업 중심의 지원법안들이 대부분이다. 인프라 구축과 같은 소비자 편의와 세계적 흐름인 순환경제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제조사 중심의 양적 성장 일변도의 정책은 지속가능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관련 산업의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자동차 제작사는 개발단계부터 수리 편의성을 위한 설계와 디자인을 하고, 정비기술의 공개와 보급에 앞장서야 한다. 또한 정부는 제작사 중심의 전기차 확산정책 이외에 소비자들이 쉽고 편리하게 차량을 정비할 수 있도록 정비산업 전환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단순한 의무교육보다는, 내연기관 정비업체들이 발 빠르게 미래차를 대비한 정비업체로 전환할 수 있도록 시설·장비를 지원하고, 산업전환을 제한하는 규제를 없애야 미래자동차의 확산과 발전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것은 최근 “정의로운 전환법”으로 불리는 ‘미래자동차 확산 촉진에 따른 자동차정비업 등의 정의로운 전환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더불어민주당 이용선 의원이 발의했다는 것이다. 이 법안은 자동차 정비 등 후방산업에 대한 지원을 통해 미래차 산업이 지속가능한 발전과 정의로운 전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미래자동차 산업으로의 전환은 국가의 미래비전이 담겨 있으니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을 추진할 때에는 예상되는 피해산업을 최소화하고, 부득이 피해가 발생한다면 지원을 통해 사회적 충격과 사회적 비용을 줄여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이용선 의원의 법안 발의는 의미가 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전국수탁사업자협의회 고안수 정책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