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구간마다 ‘소리없는 전쟁’…서해선 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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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환승구간마다 ‘소리없는 전쟁’…서해선 타보니 ‘불친절’한 인프라에 한숨…환승 어렵고 운행간격 길어 이용 불편

기사입력2023-07-06 17:00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여기서 5호선으로 갈아타려면 어디로 가야 해요?”

서해선에서 5호선으로 갈아타려는 한 70대 노인이 김포공항역의 환승구간 벽면에 그려진 안내문을 한참 읽더니,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수도권에서 가장 복잡하기로 유명한 김포공항역이라서 발생한 일일까. 새로 개통한 소사~대곡 구간의 서해선은 평소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조차도 환승 구간마다 헷갈릴 정도였다. 고양시까지 원스톱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지만, 막상 노선을 이용해 보니 ‘불친절’한 인프라로 인해 곳곳에서 이용객들의 불편함이 드러났다.

서해선 개통 후 환승객 늘어난 김포공항역…“안 그래도 복잡한데”

퇴근시간이 되자 김포공항역은 환승하려는 시민들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중기이코노미

퇴근시간이 다가오자, 동서남북으로 갈라진 각 환승 구역에서 ‘다다다닥’ 발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9호선 열차가 선지 1분도 지나지 않아 9호선 바로 아래층에 위치한 공항철도에서 내린 승객들이 지상으로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이미 혼잡해진 역사는 지하철을 타려는 시민과 환승하려는 시민, 출구로 나가려는 시민들이 뒤얽혀 소리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여기에 9호선보다 한층 위에 위치한 5호선 승객까지 가세해 이미 역사는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각자 누가 빨리 가나 내기라도 하듯 역사 밖으로, 혹은 각 호선으로 다시 갈아타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김포골드라인, 공항철도, 5호선, 9호선이 지나다니는 김포공항역에 지난 1일 소사~대곡을 잇는 서해선이 추가되면서, 전국 최초로 5중 환승역이 된 김포공항역은 퇴근시간뿐만 아니라 평일 낮에도 환승 구간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원래도 복잡하기로 유명했던 김포공항역은 서해선 개통으로 인해 혼잡도가 더 높아졌다. 특히 9호선의 혼잡도는 수도권 시민이라면 고개를 내저을 정도다. 혼잡도란 지하철 한 칸(60.84㎡)의 정원인 160명을 기준으로 삼고, 이 인원을 백분율로 나타낸 지표다. 조사에 따르면, 서울지하철 중 최대의 혼잡도를 보인 구간은 9호선의 노량진→동작 구간이다.

2022년 8월에 발표한 2021 철도통계연보에 따르면, 이 구간의 혼잡도는 185%를 기록했다. 이는 칸당 296명이 탄 셈이다. 이 구간의 혼잡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노량진→동작 구간은 2020년에도 혼잡도 179%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얼마 전, 열차 내 승객이 호흡곤란을 호소해 119가 출동하기도 했던 김포골드라인의 출근시간대 평균 혼잡률은 200%에 달한다는 것이다. 즉, 해당 구간을 이용하는 승객은 계속해서 ‘밀집’된 상황에 놓여있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서해선 개통으로 인해 9호선 혼잡도는 더 높아졌다. 서울시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서해선(대곡~소사) 개통 전·후 출근시간대 김포공항역 수송 인원은 3일 기준 전주 대비 26.1% 늘었고, 4일 기준으로는 전주 대비 20.8% 늘었다. 3일 기준, 주요 역사별 혼잡도 역시 6월보다 높아졌다. 김포공항역의 경우 일반열차와 급행열차는 각각 6%, 8% 증가했고, 여의도역은 7%, 2%, 노량진역은 11%, 3%, 동작역은 8%, 4% 올랐다.

대곡~소사선 개통에 ‘반가움’도 잠시…‘불친절’한 인프라에 한숨

기자도 새로 생긴 서해선을 경험하기 위해 서해선에 올랐다. 소사~대곡까지 단 20분이면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에 반가운 호기심이 컸지만, 막상 전 구간을 이용해 보니 개선해야 할 점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김포공항역은 우리나라 최초의 5중 환승역이다. 이 구간은 러시아워만 되면 발 디딜 틈 없이 인파로 꽉 들어찬다. ©중기이코노미

부천종합운동장역의 서해선으로 가는 주요 통로인 에스컬레이터는 지난 1일부터 신규로 운영하는 곳인데도 점검에 여념이 없었다. 이 때문에 노인들은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계단을 이용해 내려가고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있었지만, 안내하는 사람이나 방송도 없었다. 원종역의 경우에는 천장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열차를 기다리는 플랫폼에는 비상용으로 바구니를 놓고 물방울을 받고 있었다.

대곡역의 경우에는 서해선으로 올라가는 구간에 에스컬레이터가 없고, 엘리베이터만 있어 출퇴근 시간대에 불편함을 자아냈다. 게다가 지하철 양 선로에는 서해선과 경의중앙선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어 승객의 혼란을 가중하는데도 안내 문구가 부족했다.

80대의 한 노인은 “경의중앙선을 타고 서울역으로 가야 하는데, 잘못 탔다. 다음 역에 내려서 다시 갈아타야겠다. 새로 전철이 생기다 보니 헷갈렸다”며 객실에서 내렸다.

또, 대곡에서 소사 방면으로 가는 열차에서는 각 역에 도착했다는 알림 소리가 비정상적으로 작아서 제때 내리지 못하는 승객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일부에서는 역사 점검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무리하게 노선을 개통한 것이 아닌지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해선 운행을 담당하는 한국철도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2005년에 철도청에서 코레일로 전환하기 전에는 우리가 설계 단계에서부터 관여할 수 있었지만, 운영사로 독립하고 난 뒤에는 관련 권한을 잃었기 때문에 설계가 다 끝난 후, 마지막 단계에서 점검할 부분을 보고 있다”며, “이런 이유로 점검해야 할 사항이 발견되면 이후에 조금씩 바꾸는 형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집으로 치면 입주 직전에 건설사에서 하자를 발견해 고쳐줘야 하는데, 항상 코레일 측에서 요청해야 고쳐주는 구조로 돼 있다”며, “오랜만에 생긴 노선이다 보니 우리도 신경 쓰고 있다. 최대한 고객이 불편하지 않게 잘 안내하고,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고쳐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서해선 원종역. 천장에서 물방울이 떨어져 바구니에 받고 있는 모습. ©중기이코노미

문제는 서해선이 수도권 최대의 혼잡도를 자랑하는 김포공항역에 서다 보니 안전 문제가 가장 우려됐다. 기자도 러시아워에 직장인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노선인 9호선과 5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김포공항역에 내렸다. 내리고 나서 보이는 것은 끝없이 펼쳐진 에스컬레이터였다. 지하 4층에 위치한 서해선에서 9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서는 에스컬레이터를 세번 연달아 타야 한다. 문제는 출퇴근 시간대였다. 특히 퇴근시간대는 1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서해선 열차 시각에 맞추려는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빠른 속도로 달리는 바람에 위험천만한 상황도 연출됐다.

서해철도주식회사에 따르면, 서해선은 4량으로 운행한다. 게다가 운행 간격은 출퇴근 시간대 평균 12분, 평상시에는 평균 20분 간격이다. 출퇴근 시간대 2~3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다른 노선에 비해 운행 간격이 길다 보니 열차를 놓치지 않기 위한 ‘소리 없는 전쟁’이 역 안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철도 관계자는 “직원들이 매일 출퇴근 시간대에 나가서 통로와 객실 안에서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오전 시간에는 혼잡한 편이지만, 다른 노선에 비해 엄청나게 높은 혼잡도는 아니다”라며, “보통 혼잡도 측정은 한 달 정도 걸린다. 지금은 현장에 나가 눈으로 보며 측정하고 있다. 1호선이나 4호선 등과 비교했을 때 증편이 시급할 정도로 위험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향후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것으로 기록이 나오면 그때 결정할 것”이라며, “단, 10여 분으로 운행되고 있는 간격은 앞으로 모니터링 후 인원이 분산돼 탈 수 있게끔 적절하게 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통 철도가 개통되면 국토교통부에서 수요 예측을 한다. 문제는 호흡곤란을 일으켰던 김포골드라인의 경우 혼잡률 측정단계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런 것을 감안하면, 서해선 역시 주요 환승역을 지나다니는 노선이기 때문에 혼잡률도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것으로 잴 것이 아니라, 미래 예측을 꼼꼼히 해서 혼잡률 조사를 제대로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또 있다. 혼잡률이 가장 높기로 유명한 김포공항역은 서해선 개통까지 더해지면서 안전에 대한 우려가 먼저 제기됐던 곳이다. 이에 서울시는 혼잡으로 인한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요원 24명을 추가 배치하고, 급행열차가 정차하는 주요 혼잡역사에는 서울시 인력 20명을 현장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러시아워인 출퇴근 시간대에만 각 엘리베이터와 환승구역마다 안전요원이 야광봉으로 안내만 하고 있을 뿐, 그 외에 시간대는 노선마다 한 명씩의 안전요원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안전요원을 찾기도 어려워 환승구간이 헷갈리는 시민은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붙잡고 길을 물어보기까지 했다.

서울시 도시교통실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김포공항역의 경우 역을 혼용해서 쓰고 있고, 운영 주체도 각기 다르다”라며, “하지만, 서해선 개통이 되면서 가장 우려가 됐던 부분이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발생하는 안전사고 예방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안전에 무리가 없도록 신경 쓸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