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침해사실·침해액 입증자료 수집 어려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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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특허변리 특허 침해사실·침해액 입증자료 수집 어려운데 특허침해소송 승소율 7.7%…‘한국형 증거수집제도’ 도입 추진

기사입력2023-09-15 11: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더불어민주당 김정호·이수진 의원과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 그리고 특허청은 14일 ‘특허침해소송 한국형 증거수집제도 도입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특허청>

우리나라는 세계 4위의 특허출원 대국이지만, 출원 규모에 비해 특허보호 수준은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베끼는 것이 오히려 이익’이라는 인식이 적지 않고 기술개발 노력과 투자가 사라져 혁신성장 동력이 상실될 우려가 커지면서, 특허침해소송에 ‘한국형 증거수집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박환성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더불어민주당 김정호·이수진 의원과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 특허청이 14일 개최한 ‘특허침해소송 한국형 증거수집제도 도입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우리나라 지식재산소송의 문제점으로 특허권자의 낮은 승소율과 적은 손해배상액이 오랫동안 지적돼 왔다”며, “그 주요한 이유로 침해사실과 침해액 입증에 필요한 증거수집이 어렵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한국형 증거수집제도’ 도입 추진=우리나라에서 특허권 침해가 발생하는 경우, 특허권자는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 대부분 민사소송으로 대응하고 있다. 국내 특허침해소송 승소율은 7.7%로, 일반 민사소송 승소율 54.8%에 비해 적다. 어렵게 이긴다 해도 손해배상액이 너무 낮다보니, 상처 뿐인 승리인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 손해배상액의 중간값은 1억원으로, 중간값이 65억7000만원인 미국의 1.5% 수준이다.

세계 주요국은 이미 기술보호제도의 핵심인 특허권이 제대로 보호받도록 특허침해소송에 특화된 증거수집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디스커버리제도와 같은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증거개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독일, 일본, 프랑스는 전문가로 하여금 침해 현장에서 증거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를 운영하고 있다.

특허침해소송에서 별도의 증거수집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특허침해 입증에 필요한 증거가 대부분 가해자에게 편재돼 있고, 수집한 증거에 대해 고도의 기술법률해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특허청과 국회는 지난 2020년부터 한국 현실에 맞는 한국형 증거수집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정호·이수진 의원과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이 각각 한국형 증거수집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특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한국형 증거수집제도의 핵심은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가 침해 현장에서 자료를 조사하고 이를 정리한 결과보고서를 증거로 활용하는 ‘전문가 사실조사’ ▲법정 외 장소에서 당사자 간 녹취를 진행하고 녹취록을 증거로 활용하는 ‘당사자 간 증언녹취’ ▲법원이 소송 초기 당사자에게 증거의 멸실과 훼손 방지를 명령하는 ‘자료보전 명령’을 도입하는 것 등이다.

◇현장 증거 수집시 기술유출 우려도=한국형 증거수집제도를 도입하는데 해결해야 할 점도 있다. 그 중 하나는 ▲전문가가 현장에서 증거를 수집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기술유출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장치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전문가의 현장조사 범위에서 변호사·변리사 등이 의뢰기업에 준 법률자문서 등을 어떻게 제외할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박환성 변호사는 민사소송법 제163조는 영업비밀의 보호를 위해 법원이 소송기록의 열람을 신청할 수 있는 자를 당사자로 한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소송기록에 대한 당사자의 열람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사결과보고서가 제출돼 소송기록의 일부가 되면 결국 상대방 당사자가 열람할 수 있게 된다는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특허소송에서 영업비밀 보호의 필요성이 가장 요구되는 대상이 상대방 당사자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법원이 상대방 당사자를 열람자 지정 시 배제하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변호사와 고객 간의 특권제도 도입도 제안했다. 고객이 소송전략이나 소송의 유불리에 관해 변호사로부터 자문받은 내용이나, 소송의 수행을 위해 당사자와 함께 준비한 내용에 관해 상대방에 공개해야 한다면, 이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강탈하는 결과가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 사실조사 제도는 전문가가 수집하는 자료의 내용이나 성격에 대한 검토없이 일방적으로 자료를 수집한 후 법원이 사후적으로 수집된 자료를 검토해 관련 권리를 보호해 주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박 변호사는 자문내용에 대한 보호 수단이 없으면,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현실적으로 침해받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