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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 허리띠만 졸라매자’는 2024년도 예산안

긴축재정 기조가 경제성장 발목 잡을까 우려…적극 재정운용 필요 

기사입력2023-09-19 13:00
김은정 객원 기자 (ejcong@pspd.org) 다른기사보기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지난 14일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 9월호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217.6조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3.4조원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법인세 17.1조원, 소득세 12.7조원, 부가세 6.1조원 등이 감소한 결과다. 정부는 지난 182023년 국세수입을 재추계한 결과, 올해 국세수입은 예산(400.5조원) 대비 59.1조원이 부족한 341.4조원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당초 예견됐던 60조원에 달하는 역대급 세수결손 규모인 것이다.

 

정부는 글로벌 경기 둔화 및 반도체 업황 침체 등에 따른 수출부진 지속으로 기업 영업이익의 대폭 감소로 인한 법인세 세수가 당초 예상에 크게 못미쳤고, 또 부동산 등 자산시장 침체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외부적 요인에만 의한 것인지는 살펴봐야 한다.

 

총지출 규모 2005년 이후 역대 최저 증가율 2.8%

 

이러한 상황에서도 감세 일색인 세법개정안을 내놓은 바 있는 윤석열 정부는 지난 8월말 2024년 총지출을 2005년 이후 역대 최저 증가율인 2.8% 증가한 656.9조원으로 편성했다.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년도 경상성장률을 4.7%(실질성장률 2.4%, 소비자물가상승률 2.3%)로 전망했음을 감안하면, 이는 사실상 재정지출을 크게 줄이겠다는 뜻이다. 이는 역대급 세수결손과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에 대한 집착이 빚어낸 결과다.

 

윤 정부는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겠다고 하면서도 약자복지 강화, 미래준비 투자 등 4대 중점분야에 집중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실상 늘어난 지출은 거의 없다는 점에서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더욱이 세수결손의 원인을 경기 부진에서만 찾기는 어렵다. 지금과 같은 규모의 세수결손은 2023년 총수입(예산액 625.9조원)2022년 결산액(617.8조원)보다 줄어들었다는 것인데 제 아무리 경기가 부진해도 경상성장률이 플러스일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총수입 감소의 원인에 윤 정부의 대규모 감세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

 

삭감에 가까운 예산안으로 민생을 챙기겠다공허

 

정부는 강도높은 재정 정상화로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 집중해 약자복지, 민간경제 활력 제고 등 민생사업에 과감하게 재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경제위기 시 정부가 긴축에 나설수록 경제는 악화될 우려가 크기 때문에 이는 결국 재정만 고려해서 민생을 희생시키겠다는 것과 같다. 재정지출 감소는 민생 악화를 불러오고, 이는 다시 세수부족을 야기하고, 그러면 재정은 더욱 위축되는 악순환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상 삭감에 가까운 수준의 예산을 편성해놓고서 국민을 위해 정부가 할 일에는 제대로 과감하게 투자해 민생을 챙기겠다는 주장이 기만에 가까운 이유다.

 

올해 1분기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33.7조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7.6% 증가했다. 또한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말 684.9조원에 비해 50.9% 늘어난 규모다.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 위기를 부채로 버텨왔음을 의미한다.

 

복합적 경제위기 속 국민들의 삶이 팍팍해져 가는 상황에서도 자영업자, 서민층에 대한 대책이 지원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미국 등 해외주요국들이 코로나19 이후 더욱 심각해진 불평등,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해 재벌·부자 증세와 서민·중산층·자영업자 소득 제고를 위해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예산안에서 윤석열 정부의 1호 공약인 ‘50조원 이상의 온전한 손실보상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지금은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내년도 예산안으로 인구변화의 구조적 위기와 경제위기, 기후위기 등 복합적 위기에 대응할 수 없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다만, 소상공인 지원예산은 금년 대비 7960억원 증가한 49882억원이 편성됐는데, 여기에는 소상공인재기지원사업이 1663억원으로 149억원 증가를 포함해 소상공인 경영응원 3종 패키지[고효율 냉난방설비 보급 확대 위한 1100억원, 저리 정책자금 대출 확대 위한 8000억원(‘저리 정책자금대환 신설 5000억원, 경영안정과 재해복구 위한 정책자금 3000억원), 자영업자 고용보험료 지원 강화 100억원]등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러한 수준에서는 위기 극복은커녕 현상 유지에 급급할 뿐이다. 자영업자 부채가 1000조원을 돌파하고, 고금리로 원리금 상환 압박이 커지고, 연체율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재정 역할은 확인할 수 없다.

 

약자 복지라고 자화자찬 하지만약자보다는 재정

 

다른 민생복지 예산도 살펴보면, 정부는 기준중위소득 6.09% 인상과 생계급여 선정기준 상향(30% 32%) 등에 따른 기초생활보장제도 예산 증가를 약자복지의 증거로 내세우고 있다. 물론 생계급여 예산은 6141억원에서 25.4%15269억원이 증가한 75411억원으로 편성됐다. 하지만 이는 그저 기준중위소득 산출의 기본산식을 지킨 것에 불과한 데다 생계급여 선정기준을 기준중위소득 35%까지 상향한다는 윤 대통령 공약을 반영한 것도 아니다. 일부 개선이 있지만, 부양의무자 기준 전면폐지된 것이 아니라 제도의 한계가 여전한 상황이다. 반면, 의료급여는 89377억원으로 금년 9983억원 대비 1.8%1607억원이 삭감됐다.

 

최중증 발달장애인 돌봄 난이도 단계별 1:1 돌봄체계 구축을 위해 금년 대비 702억원이 증가한 717억원을 편성했지만, 핵심으로 내세운 것에 비하면 사실상 생색내기에 그쳤다. 심지어 신종감염병 위기상황 종합관리 예산을 약 12527억원 삭감 등 보건의료 예산을 전년 대비 26248억원 삭감했다. 이는 재정을 투여해 감염병 확산을 막아 시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보다는 감세로 쪼그라든 재정만을 쪼그라든 채로 지키겠다는 것과 같다.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문제로 인해 서민들의 주거안정이 크게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공공임대 예산은 7009억원 증가했을 뿐이다. 초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돌봄과 일자리 등 구조적 해결을 위한 예산은 확인하기 어렵다.

 

긴축재정 기조가 경제 성장 발목 잡을까 우려된다

 

OECD는 지난 6,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6%에서 0.1%포인트 낮춘 1.5%로 하향 조정했다. OECD2023년 한국 성장률을 2021122.7%로 제시한 이후 지난해 62.5%, 92.2%, 111.8%, 올해 31.6% 등으로 계속 하향 조정해왔다. 반면, 세계 경제성장률은 2.6%에서 2.7%0.1%포인트 올려잡았다. 세계경제의 성장 전망에도 우리만 전망값을 끌어내린 것이다.

 

해외 주요국 중 계속해서 하향 조정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이러한 전망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수출 둔화,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내수 위축 등에 기인한다. 주요 수출국인 중국경제가 급랭하는 상황에서 정부 재정지출이 축소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재정이 민생 안정과 경제 활력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감세와 긴축재정 기조로 인해 필요한 곳에 재정의 역할이 닿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올해 2분기 우리 경제는 0.6% 성장했는데, ‘경제활동별 및 지출항목별 성장기여도를 살펴보면, 세수부족에 시달리는 올해 재정상황으로 인해 정부의 소비와 투자가 줄어서 정부가 -0.5%p 끌어내렸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경기침체를 극복하는 데에 기여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역할을 할지 모른다.

 

특히 재벌·부자 감세의 효과가 내년에 본격화되고, 경기 전망도 좋지 않아 세수부족이 장기화 될 것이 우려됨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이를 넘어설 세입확충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내년에도 재정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셈이다. 정부가 재벌과 부자만 챙기느라 재정의 역할을 축소시키고 민생을 외면하고 있는데도 알뜰 재정·살뜰 민생구호를 앞세워서 국민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 이번 예산안의 실질은 민생 허리띠만 졸라매라는 것 아닌가.

 

재차 강조하지만, 지금은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재정 정상화로 포장된 재정 역할 포기 선언과도 같은 내년도 예산안으로 인구변화의 구조적 위기와 경제위기, 기후위기 등 복합적 위기에 대응할 수 없다. 정부의 적극적 재정운용 기조로의 전환과 2024년도 예산안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국회의 역할을 촉구한다. (중기이코노미 객원=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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