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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바람 타고 첨단산업 변신한 ‘봉제·섬유’
사양산업 편견을 딛고 세계로 뻗는 국제 봉제기계·섬유 관련 기업
- 기사입력2023-12-13 10:52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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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마다 개최하는 국제 봉제기계·섬유산업 전시회는 코로나19로 인해 2018년 이후 처음 열렸다. 올해 전시회에는 40여 업체가 267개 부스를 세우고, 스마트화되고 있는 봉제·섬유산업의 미래를 제시했다. ©중기이코노미“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봉제의 테두리 안에서 살아갑니다.”지난 11월30일부터 12월2일까지 킨텍스에서 열렸던 국제 봉제기계·섬유산업 전시회(GT KOREA 2023)에서 만난 한 섬유기계 생산업체 대표가 한 말이다. 아침에 일어나 옷을 입고, 신발을 신고, 차를 타고, 책상에 앉아 공부나 일을 한다. 이처럼 인간은 누구나 면·모·마 등 천연섬유부터 나일론·폴리에스터·레이온·아세테이트 등 합성 및 인조 섬유에 둘러싸인 채 살아가고 있다.그런데 우리는 ‘섬유산업은 쇠퇴하고 있다’고 공공연히 말한다. 전통산업으로 대변되며 OEM·ODM 업종으로 분류되는 봉제·섬유산업은 더 이상 발전할 동력도, 혁신할 방향도 잃었다고 치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봉제·섬유산업도 변하고 있다. 과거의 노동집약적 산업만을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국제 봉제기계·섬유산업 전시회 사무국인 ㈜서울메쎄의 박병호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봉제·섬유산업은 IT 기술과 결합해 스마트화되고 있고, 인공지능화되고 있다”며, “특히 이번에는 세탁 관련 전시회인 텍스케어 코리아(TEXCARE KOREA 2023)와 함께 함으로써 관련 산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전통 강호 일본 제치고, 가성비 내건 중국과 승부봉제·섬유 기술은 제조강국인 우리나라의 산업화를 이끈 일등 공신이지만, 최근 부상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업종에 비해 조명을 덜 받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30~40년간 대한민국의 봉제·섬유 산업을 이끌어가며 글로벌에서 입지를 탄탄히 다지고 있는 국내의 다양한 기업들이 전시회에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썬스타의 자수기 모습. 1974년부터 재봉기를 생산한 썬스타는 국내 유일의 자수기까지 생산하는 기업으로, 일본과 경쟁구도를 달린다. ©중기이코노미1974년부터 재봉기를 생산한 썬스타㈜는 자수기까지 생산하는 국내 유일의 기업이다. 이 점은 재봉산업에서 세계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일본 업체와의 큰 차별점이기도 하다.박희재 팀장은 “원래 자수기는 일본 브랜드가 유명했었는데, 우리가 1997년 자수기를 론칭하고 4년 만에 일본 제품을 추월해 세계 1위로 올라섰다”며, “가격이 저렴한 데다 제품 퀄리티도 좋았기 때문”이라고 중기이코노미에 설명했다.하지만, 최근에는 저렴한 중국 브랜드가 시장에 나와 위협하고 있다. 이에 썬스타는 노루발(프레스풋, press foot)을 개선해 자수의 볼륨감을 살리고, 장력 조절을 하는 텐션을 자동으로 해주는 기능을 만드는 등 기술력으로 승부수를 걸고 있다. 이중 이번 전시회 때 처음 선보인 써니(SUNNY)는 일반 가정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박희재 팀장에 따르면, 그동안 공장에서 썼던 기술력을 가정용으로 론칭한 것으로 세탁소나 문방구 등 스몰 비즈니스를 타깃으로 출시했다.박천희 부장과 장대희 부장은 점점 발전하고 있는 재봉기에 관해 설명했다. “2010년대 들어 재봉기는 세분화·전문화되고 있다”며, “이전에는 한 기계에 여러 기능이 있었다면 요즘에는 옷, 카시트, 모자, 가방, 백팩 등 용처에 따라 나눠진다”고 했다.
관람객이 월드통상의 봉제 및 재단 설비들을 살펴보고 있다. ©중기이코노미고객사가 원하는 개발 방향에 따라 장비를 개발해 선보이고, 전 세계의 우수한 기기를 국내에 소개하는 역할을 하는 업체도 만나봤다.월드통상 안신엽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에 “한국도 다른 선진국처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으므로 거기에 맞춰 복합소재 쪽으로 아이템을 전환하고 있다”며, “유럽은 이미 2~3년 전부터 항공 분야에 사용되는 특수섬유나 복합소재들을 전문적으로 재단할 수 있는 기계를 생산하고 있다. 그래서 꾸준히 국내의 고객사들에게 이런 장비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또한 “고객사가 원하는 개발 방향에 따라 봉제나 재단 설비들을 개발해서 판매 및 관리도 하고 있다. 현대·기아의 1, 2, 3차 벤더를 비롯해 자동차 시트, 대시보드, 문짝, 카펫, 선루프 등 자동차 인테리어 관련 제품의 생산 설비들을 개발하거나 수입해 납품하고 있다”며, “최근의 장비들은 디지털화됐기 때문에 어르신이 사용하기 힘들어하는 부분들이 있다. 회사 기술팀이 납품할 때마다 봉제산업 종사자들에게 교육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태광인터내셔널의 베트남 현지 직원이 자동 폴딩기를 선보이고 있다. 티셔츠를 올려 놓기만 하면 기존의 매뉴얼 작업을 기계가 자동으로 처리해준다. ©중기이코노미한세실업, 영원무역, 세아상역 등 국내 최대 봉제·섬유 기업의 생산공정이 밀접해 있는 베트남에 진출해 기술력과 신뢰성으로 입소문을 타고 성장한 기업도 눈에 띄었다. 2006년에 설립해 올해로 17년 차로 접어든 태광인터내셔널㈜은 베트남 하노이에 본사를 두고 있고, 호찌민을 기점으로 8개 지역에 물류센터를 두고 있다.여광태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에 “국내 대표 글로벌 섬유 기업을 대상으로 재봉기부터 봉제 의류와 관련된 주변 장비를 공급하고 있고, 관리 및 운영도 진행하고 있다”며, “우리의 최대 장점은 사후관리시스템이다. 해외에 나가면 A/S가 쉽지 않다. 내가 엔지니어 출신이라 이 점의 중요성을 잘 안다. 그래서 380명의 직원 중 130명을 엔지니어로 기용했다”고 말했다.이런 초근접 A/S 시스템을 통해 3~4명으로 시작했던 태광인터내셔널은 400여명의 직원을 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매출 역시 이전에는 한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했지만, 지금은 베트남의 매출이 60%를 차지할 정도로 커졌다.
세명정밀의 자동방축기 모습. 다리미 형식이 아닌, 복사열을 사용해 원단의 손상 없이 축률을 잡아준다. ©중기이코노미봉제공장에서 필요로 하는 자동방축기를 들고나온 기업도 있다.㈜세명정밀 김종철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에 “봉제공장에서 옷을 만들기 전에 재단하는데, 이때 축률이 발생하면 옷이 줄어든다. 이런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원단의 축률을 잡아준 다음에 연단해야 한다”며, “다른 곳은 물을 적게 쓰기 위해 다리미 형식으로 만들지만, 우리는 복사열을 사용한다. 그래서 방축기를 통과하고 나와도 원단의 손상 없이 축률을 잡아준다”고 강조했다.1930년대부터 세계 강호로 등극한 일본 브랜드 여전재봉·섬유 관련 산업에서 우리나라 기술력은 세계 수준으로 이미 올라왔지만, 그 이전에 전 세계를 주름잡고 있던 브랜드는 일본이다. 글로벌 기업 주끼(JUKI)는 이번 전시회에 처음 참여함으로써 그 이름을 공고히 하고자 노력했다.
주끼 관계자가 재봉기를 선보이고 있다. 주끼의 제품은 가격이 타 브랜드보다 30~40% 더 높지만, 품질력과 QC 시스템으로 세계의 사랑을 받고 있다. ©중기이코노미미싱스토리(mising story) 대표이면서 주끼 가정용 한국총판인 김경민 대표는 “주끼는 산업용 재봉기와 특수 기종까지 다 아우르는 회사로, 국내 어패럴 기업들이 아프리카 등 현지 공장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며, “가격은 타 브랜드보다 30~40% 높지만, 우수한 품질과 정확한 QC(Quality Control) 시스템을 통해 모든 품질이 통일화돼 있다. 이런 점 때문에 공장을 운영하는 수요자들이 우선으로 선택한다”고 중기이코노미에 소개했다.이어 “8~9년 전부터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스마트 공장으로 나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모든 기술적인 부분을 일본 본사에서 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블루투스 기능이 있어 어떤 설정값을 넣으면 공장 안의 500대 장비의 세팅이 한꺼번에 바뀐다. 이런 기능을 최초로 도입한 곳이 주끼다. 아직도 이런 기능을 가진 곳은 없다”고 자신했다.주끼의 한국총판인 ㈜강서미싱의 유경호 이사 역시 중기이코노미에 “1938년에 가정용으로 시작해 공업용 미싱까지 개발한 주끼는 이미 일본과 미국에서 유명한 브랜드다. 각종 특수장비들을 비롯해 전문화된 기종을 개발했기 때문에 세계 톱브랜드가 될 수 있었다”며, “2016년을 기점으로 주끼 스마트 솔루션이 붙어 나온다. 예전에는 나사를 풀고 손으로 조작하던 것을 전자화한 것으로, 작업자가 원하는 대로 모두 조절이 가능하다”고 했다.
신라포장기계의 포대 포장기 모습.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기술이 없어 일본에서 수입해 공급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우리나라 기술이 못 미치는 곳도 있다. 농어촌이나 비료공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포대 포장기가 그것이다.신라포장기계㈜ 전준형 담당은 중기이코노미에 “포대나 마대를 이용해 쌀이나 약품, 비료 등을 포장할 때 사용하는 기계”라며, “비료공장을 비롯해 식품회사 등 대기업에서 사용하고 있고, 울산이나 영천 등에서도 소문을 듣고 찾아온다”고 했다.이어 “사실 이 기계는 만들기가 힘들어 우리나라에서는 취급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본의 제품을 수입해 공급하고 있다”고 부가 설명했다.국내기술로 국내외 세탁소 홀린 세탁 관련업체 눈길이번 국제 봉제기계·섬유산업 전시회는 세탁 관련 업체와 함께함으로써 관련 산업의 다양성과 확장성을 꾀했다. 이중 순수 국내기술로 전 세계의 세탁소에 입점한 제품은 관람객의 관심을 끌었다.
오디스의 폴리백 기계. 옷걸이에 걸려 있는 의류를 자동으로 포장해 효율성은 높이고, 노동 강도는 낮췄다. ©중기이코노미세탁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비 중 하나가 옷에 스팀과 바람을 분사해 옷을 말리면서 다림질을 해주는 기계다. 이런 라운더리 특화 프레스 장비를 개발 및 제조하는 업체인 오디스(OTHIS)는 20년 이상의 축적된 기술로 미국, 중국,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러시아, 이스라엘, 호주 등에 수출하고 있다.배석 이사는 중기이코노미에 오디스의 프레스 장비가 인기 있는 이유에 대해 “우리의 강점은 소형화다. 유럽이나 미국 제품보다 가격은 싸면서 크기는 아담하고 품질은 월등해 효율성과 가성비 둘 다 잡았다”고 말했다.실제로 오디스의 프레스 장비 가격은 일본 제품의 70~80% 수준이고, 유럽 제품의 50~60% 수준이라고 한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의 동네 세탁소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배 이사에 따르면, 국내 세탁소의 50~60%는 오디스 제품을 사용한다.이날 전시회에 들고 나온 제품은 옷걸이에 걸려 있는 의류를 자동으로 포장해 주는 폴리백 기계다. 배석 이사는 “일일이 낱장 포장하려면 인력이 들어갈 수밖에 없고, 노동강도로 인해 어깨 관련 질환도 많이 생긴다. 이에 물량도 대량으로 커버하면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2016년에 폴리백 기계를 출시했다”며, “2019년도에 통과형으로 업그레이드해 국내 물류센터를 비롯해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폴리백 기계 역시 크기와 가격을 줄인 것이 강점이다. 유럽 제품보다 크기는 1.5~2배 정도 작고, 비용은 2배 이상 저렴하다. 현재 신세계인터내셔날, 슈페리어, 자라, 한섬 등을 비롯해 여성의류 쇼핑몰 업체와 월드크리닝, 크린토피아 등 세탁공장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매일새옷의 관계자가 앱을 사용하는 방법을 예시로 보여주고 있다. 동네 세탁소를 선택하기만 하면 세탁소에서 수거해 세탁 및 수선 후 배달해 준다. ©중기이코노미1인 가구를 위한 비대면 세탁물 수거 플랫폼도 젊은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매일새옷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에 “전국의 1200개 동네 세탁소와 제휴를 맺어 협업하고 있다”며, “앱에 들어가 위치 기반으로 세탁소를 찾아 지정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각 세탁소가 취급하는 상품과 요금 등 각종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이후 고객이 수거를 원하는 날짜와 시간, 세탁물 수량, 수선을 원하는 부분 등을 사진으로 찍거나 글로 작성한 후 수거백에 넣으면 세탁소에서 방문해 세탁이나 수선 후 배달해 준다”고 설명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