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의 미스테리한 마지막 메시지”…론다니니 피에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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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거장의 미스테리한 마지막 메시지”…론다니니 피에타 마음이 아프고 외로운 사람들을 위로하는 미켈란젤로 최후의 걸작

기사입력2023-12-20 09:53

예술가들의 첫 작품과 마지막 작품은 어떤 대조를 이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구에게나 처음이 있고, 시작은 늘 설레는 열정적인 순간이죠. 그러나 끝을 마무리한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예술가들은 때때로 시작과 달리 마지막 작품을 어려워합니다. 마지막 작품이란 자기 성찰의 과정을 끝맺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예술가들은 자기 내면과 마주하기 위해 자화상 같은 작품을 마지막으로 남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미켈란젤로처럼 극적으로 마무리한 예술가가 있을까요. 그는 마지막 작품에서 자기 생애에서 해본 적 없는 새로운 예술의 경향을 보여주었습니다. 완벽한 인체 조각과 뛰어난 영감으로 만든 창조적인 이미지를 그려내 신의 손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예술가 미켈란젤로가 마지막 작품 앞에서는 수년 동안 망설이며 예술적 기교를 내려놓고 오로지 바라보기만 했던, 미처 완성하지 못한 돌덩어리 하나를 남겼습니다.

그것이 과연 어떤 의미였는지 학자들은 문헌을 조사하고 그 당시의 상황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왜 조각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않았는지를 명확하게 해석해주는 학자가 아직 없습니다. 미켈란젤로의 마지막 조각작품 ‘론다니니 피에타’는 이렇게 미스테리한 메시지를 남긴 유작이 되었습니다. 투박한 초벌 작업 상태로 남겨진 채 말이죠.

미켈란젤로에게 ‘피에타(Pieta)’라는 주제는 특별합니다. 그는 일생에 5개의 피에타 작품을 남겼는데, 그 중 ‘바티칸 피에타’와 피렌체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에 있는 ‘반디니 피에타’, 그리고 밀라노 스포르체스코 성에 보관되어 있는 ‘론다니니 피에타’가 유명합니다.

미켈란젤로, ‘바티칸 피에타’, 1497~1499년, 174×195cm, 바티칸 베드로성당.

그가 ‘피에타’라는 주제를 특히 사랑한 것은 6살에 어머니를 잃은 경험에서 비롯된 인간적인 이유 때문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그는 제대로 느껴보지 못한 어머니의 정을 그리워했고, 인간에게 가장 친밀한 사랑의 관계를 어머니에게서 느낀다고 여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는 ‘신의 사랑’이야말로 가장 신성한 사랑이라 여겼습니다.

‘사랑’에 대해 다소 모순적으로 보이는 생각을 가장 먼저 드러낸 작품이 ‘바티칸 피에타’입니다. 24살에 완성한 최초의 피에타 작품 ‘바티칸 피에타’를 통해 미켈란젤로는 자신의 천재성을 알렸습니다.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에 있는 이 작품은 십자가에서 죽은 아들 예수를 무릎에 앉힌 어머니 마리아의 완벽한 모습입니다. 마리아를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는 어머니가 아닌 젊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조각하여, 그가 단순히 잘 깎는 조각가 이상의 예술가라는 것을 상기시키죠. 젊고 아름다운 마리아의 모습은 르네상스 미술이 탐구한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설명합니다. 미켈란젤로는 이 젊은 여인 형상을 통해 현실적인 삶의 고통과 죽음 너머의 의미를 묵상하는 여인의 영혼을 표현합니다.

고통 속에서 죽음을 맞이한 예수의 축 처진 자세와 대조되는 아름다운 몸, 거대한 제단 위에 아들의 시신을 받치듯 넓은 치맛자락을 펼치고 안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은 죄를 짊어진 인간의 고통과 그 고통을 감내하는 어머니의 사랑을 보여줍니다. 미켈란젤로의 이 구상적인 조각은 우리의 이해를 돕고 인간의 영혼과 죽음 너머의 세계로 친절하게 이끄는 작품입니다. 고전 조각은 흔히 이성적으로 이해하고 감성적으로 느끼게 하여 조각가의 의도를 표현합니다. 예술작품 감상에 대한 고전적인 과정은 미켈란젤로의 작품에서도 잘 표현됩니다.

론다니니 피에타를 조각할 때의 미켈란젤로는 70대가 넘은 노인이었습니다. 1534년, 피렌체의 통치자 알렉산드로 데 메디치의 폭정을 피해 로마로 이사한 후, 그는 다시는 피렌체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피렌체를 그리워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피렌체에는 그가 생각하는 ‘가족’이 더 이상 없었기 때문이죠.

교황청의 주문으로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 건축과 돔 공사를 맡으면서, 로마에서 미켈란젤로는 어떤 마음으로 나이가 들어갔을까요? 인생 후반에 써내려간 시에서 그는 예술과 인생에 대한 자신의 태도가 달라졌음을 말합니다.

Onde l’affettuosa fantasia

che l’arte mi fece idol e monarca

conosco or ben com’era d’error carca

다정한 환상을 가진

예술은 나의 우상이며 군주였다.

이제 나는 그것이 오류로 가득하다는 걸 안다

미켈란젤로, ‘론다니니 피에타’, 1552~1553년, 1555~1564년, 159cm, 밀라노 스포르체스코성.

소네트 ‘L’affeffuosa fantasia’에서 미켈란젤로에게 예술이란 자신의 인생을 지배한 군주이며 신과 같았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우상처럼 그것만을 숭배하였다고. 그러나 우상은 늘 새롭고 더 높은 것을 요구하며 만족을 모르기에 어느 순간 순수한 목표는 사라지고 자신은 예술이라는 우상 안에 갇혀 살아왔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물론 미켈란젤로는 자신의 예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완벽하고 완전한 예술의 정의가 과연 무엇인지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그에게 모든 예술은 사랑의 정의 안에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랑은 미켈란젤로 본인의 평생의 호기심과 열정, 그리고 그리움으로 남아있는, 현실에서 누리기 어려웠지만 그에게 예술에 열정을 바치게 했던 사랑, 그는 그것을 어머니의 사랑과 신의 사랑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다시 느꼈습니다. 말년에 그는 자신의 무덤에 놓을 두 개의 피에타를 구상합니다. 그는 먼저 자기 무덤에 놓을 ‘반디니 피에타’를 조각했습니다. 죽은 예수를 부축하는 제자들의 모습, 그러나 돌이 너무 단단하여 조각하기 적당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 ‘반디니 피에타’를 중단했고, 다시 론다니니 피에타를 시작합니다. 1552년 시작한 론다니니 피에타는 1553년 중단되고, 다시 1555년부터 두 번째 버전을 조각합니다. 그 두 번째 버전이 수직적인 구도를 가진 현재의 미완성 작품입니다. 미켈란젤로는 이 작품을 10년 동안 스케치하고 바라보고 다듬어 갑니다.

그의 제자 다니엘라 다 볼테라의 증언처럼 “지난 10년 동안 잠 못 드는 밤이면 나는 피에타를 그리곤 했다”로 기록합니다. 어머니가 죽은 아들 예수의 몸을 부축한 채 서 있는 자세의 피에타는 뒤에서 보면 아들을 들어올리기 위해 마리아의 몸이 힘껏 구부러져 있습니다.

미켈란젤로는 이 작품에서 예수 주변에 있었던 마리아 막달레나와 니코데모 같은 장례 행렬의 사람들을 제거하고 오직 어머니와 아들 두 사람을 조각합니다. 사랑에 있어 가장 친밀한 관계, 어머니와 나의 사랑은 곧 신과 인간의 사랑과 같은 것이라고 여깁니다. 사랑의 형상은 조각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고 말하는 미켈란젤로는 끝내 아들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모습을 희미한 형상으로 남겨 어떤 한 사람의 어머니가 아닌 우리 모두의 마음에 남은 어머니를 보여줍니다. 미켈란젤로는 구상이 아닌 추상적인 조각으로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우리 각자가 마음에 담을 어머니의 여백을 조각합니다.

이런 해석은 개인적인 견해차가 있겠지만, 추상의 세계는 객관적이기보다 주관적인 해석을 위해 남겨진 여백입니다. 미켈란젤로는 인생 마지막에 유일하게 원한 것이 어머니가 곁에서 자신을 지켜주는 것, 기억에도 없는 어머니의 형상을 더 이상 조각하지 못한 자신의 진실을 담으려고 했습니다.

이 작품은 미완성 상태이기에 미켈란젤로 사후에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그의 공방에 남아 있던 작품은 1744년 마르퀴스 론다니니가 구입해서 로마의 론다니니 저택에 보관되었습니다. 작품의 주인이 2번 바뀐 후 1952년 상속재산 목록에서 경매 시장에 나왔을 때 밀라노 브레라 미술관장 페르난다 비트겐의 강력한 주장으로 밀라노에서 1820억에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밀라노 스포르체스코 성의 오래된 스페인 병원에 전시되어 마음이 아프고 외로운 사람들을 위로하는 미켈란젤로 최후의 걸작이 되었습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이다 미술역사가, ‘인간을 탐구하는 미술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