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제에 부정적인 재벌총수 범죄 봐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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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기업·경제에 부정적인 재벌총수 범죄 봐주기” ‘삼성물산 부당합병 사건’에 대해 공정하고 엄격한 판결 요구

기사입력2024-01-11 09:15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경제개혁연대, 공적연금강화국민운동,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등은 10일 ‘재벌총수 범죄 봐주기 흑역사 더 이상 안된다’라는 주제의 좌담회를 개최했다. <사진=참여연대>

기업과 동일시해 재벌 총수의 사익추구와 범죄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 사법적 관행이 기업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기에, 이달 26일 예정된 삼성물산 불법합병 1심 선고가 재벌총수 봐주기식 결정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최한수 경북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자문위원)는 경제개혁연대, 공적연금강화국민운동,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등이 10일 개최한 ‘재벌총수 범죄 봐주기 흑역사 더 이상 안된다’라는 주제의 좌담회에서, “총수의 배임, 횡령 등 사적이익추구에 대한 실형과 같은 엄정한 형사처벌이 총수의 영향력 하에 있는 개별 계열사 리더십 공백 같은 부정적인 충격을 가져온다고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집행유예와 같은 관대한 판결이 시장에 부정적인 신호를 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총수에 대한 엄정한 사법처리는 총수일가의 경영권 유지와 승계라는 사적 이익을 위해 계열사의 기업가치를 위협하는 도덕적 해이에 대한 최종적인 공적규율수단이며, 따라서 총수에 대한 실형선고는 전횡에 대한 견제장치로 기능해 이후 지배구조 개선의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기업가치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반대로 관대한 판결이 내려질 내릴 경우, 총수의 사적이익 추구가 계속돼 궁극적으로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총수에 대한 ‘유죄판결’이 기업 주가에 미친 영향 미미

경제개혁연구소는 2000년부터 2018년 사이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총수가 지배하는 35개 재벌, 319개 계열사(중복 포함)를 대상으로 법원의 판결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분석대상은 1심, 2심, 대법원 판결이다. 총수는 김승연(한화), 김준기(동부), 박용성(두산), 박용오(두산), 이건희(삼성), 이재용(삼성), 이재현(CJ), 장세주(동국), 정몽구(현대차), 조동만(한솔), 최태원(SK)을 포함한다. 실형을 선고받은 총수의 영향력 하에 있는 회사는 141개이고,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는 178개 회사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분석결과, 총수에 대한 법원의 유죄판결 사법처리는 주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총수에 대한 재판 전후 15일 동안의 누적비정상수익률, 즉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1.6%~-1.0%로 크다고 볼 수 없다.

반면, 총수에 대한 실형이 아니라 집행유예라는 관대한 판결을 한 경우, 주가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총수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 그 계열사의 평균 주식수익률은 -3.0%~-1.4% 이었는데,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부정적인 반응이라는 것이 최 교수의 분석이다.

최 교수는 “이는 최근 변화가 아니라 시장은 이미 15년 전부터 알아서 잘 판단하고 있었다”며, “그럼에도 총수에 대한 유죄판결로 큰 일이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집단은 그럴만한 다른 사적 이유가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총수에게 좋은 것이 기업·국가에 좋지 않을 수 있다”

최 교수는 삼성에게 좋은 것이 나라에게 좋지 않을 수 있고, 또 총수에게 좋은 것이 삼성에게 좋은 것이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가 인용한 KDI 조덕상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 사이 우리 경제의 생산성 증가율 하락은 주로 기업 간 자원배분 효율성의 하락에 기인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주로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상호출자제한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기업에 의해 발생했다. 대규모 기업집단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생산요소(노동과 자본)의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최근 5년간 기업집단으로의 경제력 집중은 그릇된 자원배분을 초래해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저해하고 거시경제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을 감소시킨다는 것이 최 교수의 분석이다.

한편, 검찰은 지난해 11월17일 ‘삼성물산 부당합병 사건’의 피고 이재용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이에 대해 이달 26일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삼성물산 부당합병 사건’은 이재용 회장이 보유했던 제일모직 주식을 삼성물산 주식으로 부당하게 변환한 것이 핵심이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은 1:0.35로써, 삼성물산 보다 영업이익이나 기업규모가 훨씬 작은 제일모직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고평가해 산정했다. 이재용 회장은 결국 ‘이재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주식 보유 흐름을 통해 삼성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배를 공고히 했고, 반면 삼성물산은 사업 위축, 합병에 따른 역효과로 인해 매출 감소를 겪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날 좌담회를 주최한 단체들은 오는 1월26일 재판부가 그동안 재벌총수 범죄 봐주기식으로 사법적 절차가 이뤄졌던 그 관행적 고리를 과감하게 끊고, 공정하고 엄격하게 법 원칙에 따라 판결을 내릴 것을 요구했다. 또한, 삼성물산 불법합병의 최대 피해자이자 국민노후자금의 수탁자인 국민연금이 손해배상에 나서도록 촉구하는 활동을 올해 중 지속적으로 전개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