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의무휴업제 폐지는 유통대기업 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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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마트 의무휴업제 폐지는 유통대기업 위한 것” 시장상인과 마트종사자 보호하려는 제도 폐지하는게 바람직한가

기사입력2024-01-23 16:23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상인들은 ‘멘붕’ 상태예요.”

김진철 서울 망원시장 상인회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 회장은 “가뜩이나 고물가·고금리로 어려운 자영업자들은 정부가 보호해주지 않으면 자생적으로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 대기업 회장들과 해외며 지방을 함께 다니면서 온갖 특혜를 주면서, 그나마 자영업자를 보호해주는 정책인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도를 없애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22일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제도(이하 의무휴업제)를 폐지하고 마트 영업제한 시간의 온라인 배송 허용을 추진한다고 밝혀, 유통가에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 송파구의 새마을전통시장 임재복 상인회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를 겪고, 경기도 않좋은데다, 온라인 배송이 늘어나면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은 의무휴업제도가 생겨난 10년 전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런데도 정부는 골목상권을 살릴 정책은 생각도 안하고 대기업이 원하는 바만 들어주면서 골목시장을 다 죽이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시장 상인들 차원에서도 생존권 보호를 위해 이 문제를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22일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제도를 폐지하고 마트 영업제한 시간의 온라인 배송 허용을 추진한다고 밝혀, 유통가에 파장이 예상된다. 사진은 경기도의 한 전통시장. ©중기이코노미

이동주 의원(더불어민주당 전국소상공인위원회 위원장)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골목상권의 수많은 소상공인·자영업자와 전통시장 상인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민생토론’이라는 정부의 요식행위만을 명분 삼아 의무휴업을 폐지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유통산업발전법에서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은 ‘근로자의 건강권, 대규모점포 등과 중소유통업의 상생발전’을 위해 각 지자체가 공휴일 중 의무휴업일을 지정하도록 돼 있다. 특히 공휴일이 아닌 평일로 의무휴업일을 지정하는 경우에는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거쳐야 한다.

이동주 의원은 대형마트 매장에서의 영업제한시간 및 의무휴업일 배송제한을 푼다는 것은 400여개에 달하는 대형마트 매장이 한 순간 도심물류센터가 된다는 의미라며, 이것으로 인해 지역상권에 미칠 영향, 야근노동의 증가로 인한 근로자 건강권에 미칠 영향, 화물차 운행으로 주변 환경에 미칠 영향은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국회를 비롯해 전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일방적으로 정책을 발표했고, 더불어민주당 전국소상공인위원회는 정부의 이와 같은 결정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히며, 윤석열 정부의 이번 발표는 유통산업발전법 위반은 물론 그동안 의무휴업의 정책 방향성을 고민하면서 개정안을 추진해 온 국회의 입법권을 부정하는 행위라고 했다.

참여연대도 이날 논평을 통해, 실효성은 없고 부작용은 뻔한 총선용 대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골목상권에 효과가 적거나 없었고, 소비자 불편이 가중됐으며, 온라인 유통시장 발달로 규제 필요성이 줄었다는 정부의 공휴일 의무휴업 폐지 근거에 대해, 참여연대는 대형마트 휴일 의무휴업제도는 유통대기업과 골목상권 그리고 서비스노동자가 상생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지, 이것만으로 골목상권의 대대적인 매출증대를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의무휴업이 인근상권 매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결과는 연구주체에 따라 결과가 엇갈려 아직까지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고 했다.

주말에 장을 봐야하는 소비자의 불편이 가중됐다는 주장은 당일배송과 새벽배송 등으로 최근 급성장한 온라인 유통시장을 간과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유통대기업과 제조대기업 상품을 중심으로 시장이 독과점되어 장기적으로는 소비자의 선택권이 축소되고 일방적인 가격인상에도 대응하기 어렵게 된다고 설명했다.

참여연대는 의무휴업제도가 온라인유통 성장 등으로 도입 초기와 비교해서 효과가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이를 폐지하는 것은 대형마트 인근 중소상인의 영업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그나마 한달에 두번 일요일에 쉴 수 있었던 대형마트 노동자들의 휴식권은 의무휴업 폐지와 함께 사라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의무휴업 폐지는 중소상인과 노동자의 민생을 역행하고 유통대기업을 위한 거짓 민생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