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해결없이는 저성장·저출산 못 벗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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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양극화 해결없이는 저성장·저출산 못 벗어나” 감세·규제완화 정책이 핵심인 2024 경제정책 방향

기사입력2024-01-29 11:3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정부가 대출 확대와 감세 등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내 불평등·양극화와 구조적 리스크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정세은 충남대학교 교수는 참여연대가 최근 개최한 ‘서민 허리 휘는 윤석열표 줄푸세 민생위기 진단과 대책 마련을 위한 긴급 좌담회’에서, “윤석열 정부가 이달 4일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은 민생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은 부족한 반면 대부분은 감세와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에 혜택을 주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민생경제 회복에 역부족=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은 크게 ▲민생경제 회복 ▲잠재위험 관리 ▲역동경제 구현 ▲미래세대 동맹 등 4가지로 구성된다.

정부가 이달 4일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 <자료=기획재정부>

우선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대책으로 내세우는 것은 물가관리 대응 예산 10조8000억원 편성을 들고 있다. 또한 소상공인 응원 3대 패키지(전기요금특별지원·이자부담 경감사업·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기준금액 인상), 노인일자리 사업 확대, 기초생활 생계급여 4만5000만 가구 신규지원 등이 들어있다.

정 교수는 복지확대 그 자체에 대해서는 일단 환영한다면서도, 그러나 실제로 이러한 예산이 민생을 안심시킬 만큼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근본적으로 올해 예산이 지난해 세수결손, 부자감세 등으로 인해 매우 긴축적으로 잡힌 것을 고려한다면, 충분한 민생경제 회복대책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서민과 취약계층, 청년 등에게 가장 괴로움을 안겨주는 것이 주거비 문제인데 그에 대한 대책이 부재하다고 했다.

정 교수는 특히 민생경제 회복 정책을 자세히 들어다보면, 민영화 의도를 읽을 수 있어 깜짝 놀라게 된다고 밝혔다. 에너지가격 급등 시 안정적인 LNG 공급 및 전기·가스요금 원가인상 부담 경감을 위해 LNG 직수입자의 도입체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은 민간 대기업들이 LNG 직수입 및 판매시장 개방을 요구해 왔다는 점에서 민생경제 회복이라는 명분이 개방의 논리로 사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출확대 유도 경기부양=‘잠재위험 관리’ 정책에는 부동산 PF 부실과 과다한 가계부채 관리가 포함돼 있다.

참여연대가 25일 개최한 ‘서민 허리 휘는 윤석열표 줄푸세 민생위기 진단과 대책 마련을 위한 긴급 좌담회’<사진=참여연대>

정 교수는 이는 지난 몇 년 간 부동산 및 금융시장 경기과열이라는 현상의 원인이자 결과라며, 지금 제대로 정리하지 않으면 향후 지속적으로 비슷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과감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는데 현 정부가 집권 이후 지금까지 보인 행태는 오히려 대출 확대 유도를 통한 부동산 경기부양이었다며, 문제를 지속 혹은 확대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잠재위험 관리에 포함된 공급망 안정확보 정책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이와관련해 지난해 12월8일 국회를 통과한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전화 지원 기본 법안’은 기획재정부에게 공급망 안정화라는 명분으로 수십 조원에 달하는 자금의 집행력을 갖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공급망 안정화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아 입법취지와 다르게 기재부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주머니를 만들어 주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공급안정화기금 조성 목적은 윤석열 정부가 경제안보라는 명분으로 재벌대기업 등에 맞춤형 금융을 지원하기 위함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감세·규제완화 정책 핵심=‘역동경제 구현’ 정책과 ‘미래세대 동행’ 정책은 감세와 규제완화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역동경제 구현은 혁신 생태계 강화, 공정한 기회 보장, 사회 이동성 제고 정책으로 구성돼 있다. 정 교수는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규제완화, 첨단산업 클러스터 조성, 전방위적 R&D 혁신, 중소기업 및 벤처 생태계 고도화, 노동규제 완화 등 노동에 불리하고 기업에 유리한 정책들로 구성돼 있다며, 이미 한국경제는 기업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인데 이를 더욱 기울이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미래세대 동행 정책은 인구위기와 기후위기 대응을 중요한 정책으로 내세웠는데, 정 교수는 이 정책을 실제로 성과를 낼 정도로 진행할지 궁금하다고 했다. 결혼, 출산, 육아친화적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고 실버타운, 퇴직연금 등을 강화하는 것을 인구위기 방안으로 제시하고, 무탄소 에너지 확산 등을 제시했는데, 집권 초기부터 강력하게 추진해 온 감세정책 그리고 이번에 다시 경제정책 방향에 등장한 건전재정 원칙을 생각하면, 예산 투입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정부의 관심이 수출과 대기업에 맞춰져 있다며, 수출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부인할 수 없지만 수출과 성장이 조금 개선된다고 해도 한국경제는 양극화 구조개선 없이는 저성장과 저출산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