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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플랫폼 독점과 불공정 규제할 입법 시급

혁신은커녕 후진적 행태 보이는 쿠팡의 사회적 책임은 어디에 

기사입력2024-02-20 00:00
김은정 객원 기자 (ejcong@pspd.org) 다른기사보기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최근 MBC의 보도와 쿠팡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쿠팡대책위)에 따르면, 쿠팡은 무려 16450명에 달하는 규모의 블랙리스트로 추정되는 명부를 작성했다. 노동자의 취업제한을 목적으로 한 명부작성이 사실이라면, 명백한 현행 법 위반이다. 해당 명부에는 블랙리스트에 등재된 사유도 적혀 있었는데, 그 사유만 육아·가족돌봄’, ‘허위사실 유포’, ‘고의적 업무방해’, ‘폭언, 욕설 및 모욕’, ‘도난사건등 총 48종류에 이른다.

 

쿠팡대책위에 따르면, 쿠팡은 명부를 단순히 작성하는데 그친 것이 아니라 이를 조직적으로 관리해왔다. 명부에 기재된 사람은 영구 혹은 일정 기간 취업에서 배제되었다고 한다. MBC는 블랙리스트에 기재된 사람들 중에 다시 쿠팡에 채용되지 못했던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쿠팡대책위의 주장에 신빙성을 더했다.

 

한편, 해당 명부에는 쿠팡의 노동환경을 보도한 기자·PD, 노동실태를 알린 유튜버뿐만 아니라 보도를 하지도 않은 기자까지 무더기로 포함되어 있었다. 2023927일 하루 동안에만 71명이 함께 무더기로 등록된 이들은 일명 시경 캡’ ‘바이스등으로 불리는 경찰청·서울시경찰청 출입기자 명단과 상당수 일치했다. 방송과 신문을 망라한 국내 언론사 38곳에서 쿠팡 관련 기사를 쓴 적이 없는 기자들이 등재된 사유는 내부정보 외부유출’ ‘회사 명예훼손’ ‘기밀정보 유출’ ‘허위사실 유포등이었다. 쿠팡은 조금이라도 자사를 취재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인사를 사실상 블랙리스트에 포함시켜 관리했던 것이다.

 

블랙리스트추정노동자 권익 침해이자 언론 재갈 물리기

 

쿠팡은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에 대해 강력한 법적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지난 15일 쿠팡대책위 대표를 맡고 있는 권영국 변호사를 비롯한 3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자사의 문제가 드러날 때마다 이를 설명하고 해명하기 보다 고소·고발을 통해 입막음 하려는 쿠팡의 행태가 이번에도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쿠팡의 이러한 강경대응에도 불구하고 블랙리스트에 등재된 당사자들의 증언과 자료의 구체성을 감안하면, 쿠팡이 근로기준법과 개인정보법 등을 위반하고 노조활동을 방해하는 부당노동행위까지 자행한 것으로 넉넉히 추정할 수 있다. 실제 근로기준법 제40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 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사용하거나 통신을 해서는 안 된다.

 

쿠팡이 취업방해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명부를 작성한 것은 노동자 권익에 대한 심각한 침해 행위이며, 더 나아가 언론사 기자들을 무더기로 해당 명부에 포함시킨 것은 비판적 언론, 그리고 비판적일 가능성이 있는 언론에까지 재갈을 물리는 행태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명부에 등재된 사유로 육아·가족돌봄, 노조활동 등이 포함된 점은 매우 충격적이다. 취업방해 목적의 명부는 작성 그 자체로도 불법이지만, 쿠팡의 블랙리스트가 노동자의 권익을 이중 삼중 무차별적으로 침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쿠팡의 노동실태 등을 보도한 기자뿐만 아니라 보도를 하지 않은 사회부 기자를 대거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쿠팡은 내부의 불합리한 현실이 외부로 흘러나가지 않도록 안간힘을 써 왔다고 보여진다. 실제로 쿠팡은 자사에 대한 불합리한 노동 실태를 보도해온 언론에 잇달아 거액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나선 바 있다. 당장 오는 23, 납품단가 문제와 폭염 속 과로에 시달리고 정시 배송에 압박 받는 쿠팡 노동자 문제를 보도했다는 이유로 쿠팡이 한겨레 기자에게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시작된다. 반론권을 보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기사 삭제를 요구하거나 기자 개인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해 온 것이다.

 

이번 블랙리스트에 기자, PD, 유튜버가 대거 포함된 것이 놀랍지 않은 이유다.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계속해서 언론의 을 막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도 보일 정도다. 하지만 상장기업, 그것도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 치고는 놀라울 정도로 후진적인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미국 의회에 불려나가 청문회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최근 MBC는 쿠팡 ‘블랙리스트’로 추정되는 명부에 기재된 사람들 가운데 다시 쿠팡에 채용되지 못했던 사람들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사진은 중기이코노미 자료사진.   ©중기이코노미

 

혁신은커녕 후진적 행태 반복쿠팡의 사회적 책임은 어디에

 

쿠팡의 이러한 후진적 행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공정거래법, 중대재해처벌법 등을 기업활동의 위험요소(Risk Factors)’로 명시해 퇴행적 기업운영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공정거래와 노동관련 법령들을 그저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치부한 것이다.

 

게다가 쿠팡의 부실한 물류센터 안전 문제와 노동자 과로사 문제, 독점과 불공정 문제가 제기된 지 오래다. 현대사회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에게 그에 걸맞는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고 있으나, 쿠팡은 사회적 책임은 커녕 마땅히 지켜야 할 경쟁법과 노동법 조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현행법도 지키지 않는 마당에 사회적 책임까지 운운할 계제가 전혀 아닌 것이다.

 

요컨대 노동법을 위반해 노동자의 권익을 침해하고, 이를 보도하는 언론에 고소·고발을 일삼는 기업이 소비자의 후생에는 관심이 있을지 의문이며, 툭하면 골라내고 쫓아내는 쿠팡의 방침이 쿠팡을 통해 물건을 파는 중소상공인이나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향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방치된 온라인 플랫폼독점과 불공정 규제하는 입법 시급

 

쿠팡이 이렇게 무소불위로 각종 법을 위반한 의혹을 자행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과점시장인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이 수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34월 기준 전체 모바일커머스 앱 사용자 3513만명 중 무려 79%2792만명이 쿠팡을 사용하고 있으며, 와이즈앱에 따르면 20231~5월 기준 쿠팡의 사용률(사용자/설치자)’은 무려 95.1%를 기록하기도 했다. 사실상 시장의 독과점으로 소비자와 소상공인의 선택권이 제한된 가운데 쿠팡이 노동관계의 기본법 질서마저 무시하고 위반도 불사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쿠팡은 언론의 취재마저 방해하고 있다. 독점과 불공정, 부당노동행위 등에 이어 자사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한 언론사와 언론인을 상대로 고소를 남발해 언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쿠팡의 반민주적인 행태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최소한의 질서와 규제마저 쉽게 어기는 쿠팡의 행태를 통해 독점의 폐해나 불공정을 막을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플랫폼 시장을 무방비 상태로 방치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지 알 수 있다. 플랫폼 독점과 불공정을 방지하는 입법의 필요성이 너무나도 명확해졌다.

 

그런데도 국회에서 플랫폼을 규제할 입법이 첫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통탄할 일이다. 정부 역시 겉으로는 플랫폼 독점을 비판하면서도 정작 입법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도리어 방해를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될 지경이기도 하다. 정부와 국회는 쿠팡이 자행하고 있는 불공정과 노동자 권익 침해는 보이지 않고 혁신기업이라는 허울좋은 명분만 보이는 건가. 더이상 현행법 준수, 사회적 책임 강화라는 요구만으로는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됐다. 조속한 입법을 촉구한다. (중기이코노미 객원=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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