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물가 안정세 ‘주춤’…금리인하 지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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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세계 물가 안정세 ‘주춤’…금리인하 지연되나 미국 물가 예상보다 높고, 유로·한국도 반등

기사입력2024-02-27 14:58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최근 주요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둔화 흐름이 주춤하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의 통화긴축 시점이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물가불안이 계속될 경우 시장의 기대보다 더 오랜 기간 고금리가 유지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이 27일 내놓은 ‘최근 한국·미국·유로지역의 디스인플레이션 흐름 평가’ 보고서는, 지난해 4분기 미국과 유로지역의 경우 “한국과 달리” 물가상승률 실적이 “당시 중앙은행이나 시장의 전망을 크게 하회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성장세도 예상을 웃도는 흐름을 지속해, 일각에서는 미국의 경제가 연착륙 수준을 넘어서서 균형 수준(골디락스)보다 좋은 상황이란 평가가 나오기까지 했다.

이에 연말연초에 중앙은행과 시장은 2024년도 물가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미국과 유로지역 중앙은행들은 평균적으로 미국의 2024년 물가상승률을 2.5%로 봤으나, 올해 초 이를 2.4%로 낮췄다. 유로지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판단을 내렸다.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인 2%대에 빠른 속도로 안착한다면, 각국 중앙은행들이 예상보다 일찍 긴축을 중단하고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부양에 나설 가능성도 기대해볼 수 있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올해 1분기 중 금리인하가 단행될 수도 있다는 시장의 기대가 커져만 갔다.

하지만 보고서는 “최근 주요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둔화 추세가 크게 완만해진 가운데 올해 1월 미 CPI상승률이 예상을 상회하면서 라스트 마일(마지막 구간) 과정에서 물가가 목표수준으로 순조롭게 수렴해 갈지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마지막 구간 물가둔화 속도, 각국 긴축 전환시점에 영향

한국은행의 경제전망 보고서는 한국, 미국, 유로지역의 물가 둔화 흐름 속도가 더뎌진 가운데 “앞으로는 인플레이션의 동인과 경기 흐름에 따라 둔화 흐름이 달라질 수 있으며 이는 각국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실제로 주요국 물가상승률은 정점부터 12개월 동안은 에너지가격 하락이 글로벌 디스인플레이션의 공통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빠르게 둔화됐다. 하지만 정점으로부터 12개월 이후에는 기저효과가 사라지고 유가가 다시 상승하면서 둔화 흐름이 주춤하고 있다.

미국은 올해 1월 CPI(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로 2월(3.4%)보다 둔화되긴 했지만, 근원서비스물가의 상승모멘텀이 확대되면서 시장 예상(2.9%)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유로지역은 지난해 11월 2.4%까지 낮아졌다가 올해 1월 2.8%로 반등했다.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8%를 기록한 이후 둔화 흐름이 다시 시작되면서 올해 1월 2.8%까지 낮아졌으나 여전히 지난해 7월(2.4%)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들 국가에서 정점으로부터 12개월 이후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이 공통적으로 주춤한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 보고서는 “에너지가격 상승과 함께 국별로 차별화된 동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국제유가는 최근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다시 80달러를 웃도는 등 물가상승률 둔화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추가로 미국에서는 지난해말 이후 근원상품이 디플레이션에 진입했으나 견조한 고용상황이 지속되면서 근원서비스물가 상승모멘텀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1월 소비자물가의 경우 집세 상승률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이를 제외한 근원서비스물가의 상승모멘텀도 상당폭 확대됐다.

한국은 내수압력 약화의 영향으로 근원서비스물가의 상승모멘텀이 주요국 대비 낮은 수준에서 꾸준히 둔화하고 있으나, 주요국과 달리 농산물가격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8~10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큰 폭 상승(1.4%p)했는데, 농산물가격의 급등이 크게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한국, 미국, 유로지역의 물가 둔화흐름 속도가 더뎌진 가운데 “앞으로는 인플레이션의 동인과 경기 흐름에 따라 둔화 흐름이 달라질 수 있으며 이는 각국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물가 흐름이 나라마다 달라질 경우 금리인하 시점에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대목을 적극적으로 해석해보면, 미국 등이 금리인하에 나서더라도 한국이 이보다 늦게 금리인하를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도 된다.

보고서는 앞으로의 전망 역시 “지정학적 위험 고조에 따른 국제유가 상방리스크뿐 아니라 미국의 견조한 경기 및 노동시장 상황, 우리나라의 높은 농산물가격 수준과 누적된 비용압력, 유로지역의 높은 임금 오름세 등이 향후 물가 둔화 흐름을 더디게 할 수 있다”며, “라스트 마일(마지막 구간)에서 물가 둔화속도는 각국의 통화긴축 기조 전환시점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마지막 구간에서의 물가상승률 둔화 속도가 금리인하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