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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플랫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관계 고착

독점·불공정 심화되고, 창작자 권리는 줄어…‘이우영 작가 1주기’에 

기사입력2024-03-14 13:00
김은정 객원 기자 (ejcong@pspd.org) 다른기사보기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만화·웹툰계의 불공정 계약 문제를 다시금 일깨워준 검정고무신 이우영 작가가 사망한 지 1년이 지났다. 이우영 작가는 불공정이 만들어 낸 모순의 덫에 빠져 손해배상 소송에 시달리다가 세상을 떠났다. 이를 계기로 문화산업 내 창작자 권익보호와 공정한 보상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졌고, 불공정 계약 실태조사와 표준계약서 마련, 문화산업유통법 제정 추진 등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업계의 불공정 행위를 바로잡으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웹툰시장은 불공정을 바로잡으려는 많은 사람의 노력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그 결과 시장은 계속 성장하면서도 창작자의 몫은 계속 줄어들었다. 사람에 대한 비용을 낮춰 이익을 극대화 하려는 불공정이 웹툰시장에도 자리잡았다. 한편, 불공정 계약이나 소수 웹툰 플랫폼의 독점적 지위는 더욱 공고해졌다.

 

그렇지만 문화산업공정유통법이나 플랫폼독점규제법 등의 입법은 21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고 있다. 앞으로 남은 선거와 선거 이후 원구성 협상 등을 감안하면, 결국 내년 3월에도 이우영 작가의 기일에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게 될 공산이 크다.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웹툰시장 급성장 했지만, 웹툰 플랫폼 종속성은 커졌다

 

우선 만화산업이 변했다. 만화산업은 이미 2020년에 온라인 만화 제작과 유통업이 전통적인 만화 출판업 매출 규모를 추월했다. 여기에 코로나를 거치며 홈코노미 확대, 디지털 콘텐츠 수요 성장으로 만화산업의 온라인 의존도는 더욱 커졌다. 이제는 웹툰을 원작으로 해 제작된 드라마나 영화가 크게 흥행하고, 글로벌 OTT를 통해 전세계로 유통되고 있다. 전세계에서 우리나라 웹툰을 보는 구독자는 2억명에 이르며, 글로벌 도서출판 플랫폼 상위 5개 가운데 아마존을 제외한 네 곳이 한국 플랫폼이다. 또한 웹 기반의 지적재산권은 그 자체로도 성장세가 가파르지만, 이를 기반으로 큰 폭의 2·3차 저작물시장 성장까지 이끌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변화하면서, 기존 출판사-창작자구조는 최근 웹툰시장에서 플랫폼-제작사(CP)-창작자의 수직구조로 변화됐다. 유통채널인 플랫폼사가 관련 산업생태계의 최상단에 위치하면서, 창작자나 CP사는 플랫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거래관계가 고착되고 있다(물론 이 거래관계의 최상단에는 앱마켓 플랫폼사가 존재한다).

 

플랫폼의 가장 주요한 특징은 소수 플랫폼이 살아 남는 승자독식 구조가 형성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웹툰 플랫폼은 이미 네이버와 카카오 두 개 업체가 과점하고 있다. 이러한 과점현상은 전 세계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들 외의 다른 플랫폼이 창작자에게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더라도 창작자들은 이용자수가 많은 네이버나 카카오에 종속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과점시장에서 대형 플랫폼과 개인에 불과한 창작자의 관계가 공정하게 형성되기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플랫폼 이익 극대화, 책임 최소화

 

더불어 우리나라의 웹툰시장은 사실상 다단계 하도급 형태를 띄고 있다. 건설업계에서 부터 IT를 넘어 웹툰에 이르기까지 다단계 하도급은 우리나라의 유서깊은 계약 행태이자 불공정 거래의 근본 원인이라 할 만하다.

 

전세계에서 우리나라 웹툰을 보는 구독자는 2억명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웹툰시장의 불공정을 방치한다면, 창작자들이 더이상 좋은 창작물을 내놓을 유인 자체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만연한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고, 웹툰작가 등 종사자에 대한 정당한 대우와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이 구조의 가장 큰 문제는 이른바 갑의 이익은 극대화하고, 책임은 분산 또는 희석시킨다는 점이다. 작년 6월 언론보도를 통해 카카오엔터와 CP사는 웹툰 관련 법정 공방이 생기는 경우 CP사가 자기 책임과 비용으로 분쟁을 해결해야 하고, 분쟁 발생 시 카카오엔터는 면책되는 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른바 갑은 빠지고, 을과 병이 남아 모든 문제를 해결하라는 식의 명백한 불공정 계약이다. 이 경우 모든 책임을 지고 싶지 않은 을은 또 병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식의 계약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계약구조의 가장 큰 문제는 정보의 불평등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계약구조의 가장 하단에 위치하는 창작자는 대체 창작의 대가가 어떻게 책정되는지, 수익배분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 수가 없다. 플랫폼과 제작사가 어떤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가들은 제작사에 무엇을 어떻게 요구해야 할지도 알 수 없으며, 이를 요구하기도 어렵다.

 

, 현재의 우리 웹툰시장은 창작자의 권리와 처우를 보장하지 못하는데, 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됐는지도 확실히 파악하거나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정보 불균형 해소하고, 플랫폼 독점을 깨는 입법 시급

 

웹툰 불공정 문제 해결의 시작은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플랫폼과 창작자가 서로 정보를 교환해야 하는데, 개별 창작자들이 그러한 요구를 할 힘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시도 그리고 계약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대화를 교섭이라고 표현한다면, 창작자들에게 교섭, 특히 개별 창작자가 아닌 창작자 집단에 교섭할 권한과 힘을 주어야 한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독점과 불공정을 제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거래상대방에게 동등한 위치에서 교섭할 힘을 법적으로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창작자가 집단을 꾸려 대화할 수 있도록 하고, 대화에 응하지 않았을 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플랫폼의 시혜적 조치에 기대야 할 수 있다. 그게 노동자와 사용자의 갑을관계에서 전통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갈등을 푸는 중요한 단초이기도 했다.

 

또한 웹툰 플랫폼의 독점을 깨야 한다. 지난 1월 유럽연합에서는 애플이 결제수수료를 30%에서 17%로 낮추고 인앱결제(애플 자체 결제시스템) 외 대체결제 사용을 허용했다. 3월부터 시행 예정인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독점을 방지하기 위한 디지털시장법(DMA)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플랫폼 기업의 독점과 불공정을 규제하는 입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문화산업에 미치는 플랫폼의 독점과 불공정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웹툰작가의 처우 문제 이야기가 나온지 수년 째다. 같은 문제가 지속되면 둔감해지고 그 폐해도 희석된다. 하지만 당사자들의 피해는 누적된다. 저작권을 잃거나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고 다단계 계약구조 하단부에 위치하는 것이 당연해져서는 안 된다. 불공정 관행이 시장 진입을 위한 입장료나 교육비로 당연시 돼서도 안 된다.

 

검정고무신 사태의 재발은 막아야 하지만, 좋은 작품은 계속 나와야 한다. 지속가능한 생태계는 공정한 시장을 조성해야만 가능하고, 그렇기에 불공정 관행을 획기적으로 뿌리뽑을 대안을 속히 마련해야 한다. 이 같은 변화가 당장은 독점 플랫폼에는 손해로 보일 수 있지만, 결국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길이다.

 

만약 웹툰시장의 불공정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콘텐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창작자들이 더이상 좋은 창작물을 내놓을 유인 자체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외형적 성장을 거듭해 온 웹툰시장에 만연한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고, 웹툰작가 등 종사자에 대한 정당한 대우와 권리가 보장되기를 바란다. 그것이 이우영 작가가 우리사회에 남기고 간 과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하는 길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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