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해고 후 원직복직 중 대기발령은 정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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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부당해고 후 원직복직 중 대기발령은 정당한가 대법원 “원직복직 명령의 이행”…임시적 조치로서 정당성 인정돼

기사입력2024-03-18 13:43

이동철 객원 기자 (leeseyha@inochong.org) ㅣ다른기사보기

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노동현장에서 부당해고를 당한 노동자는 사용자를 상대로 법적으로 해고의 부당성을 다툰다. 일반적으로 해고 피해 노동자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하거나, 법원에 부당해고 무효의 소를 제기한다. 부당해고라 인정받으면, 노동위원회의 명령이나 법원의 판결 취지에 따라 사용자는 해고한 노동자를 원직에 복직시키고, 정상적으로 근로를 제공했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보상해야 한다.

여기서 ‘원직복직’의 의미를 두고 노사간에 분쟁이 자주 발생한다. 노동자는 기존에 담당하던 업무에 동일한 임금을 받고 일하기를 원하지만, 사용자는 해고기간 변화된 경영환경에 따라 새로운 보직을 부여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노동위원회 규칙 제79조는 원직복직과 관련해 “해당 근로자에게 해고 등을 할 당시와 같은 직급과 같은 종류의 직무를 부여”했거나 “같은 직급이나 직무가 없는 등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다른 직무를 부여한 경우 원직복직이라 본다.

최근 대법원은 불법파견으로 현대자동차의 노동자로 인정받은 A씨에 대한 근로자지위 확인 등 상고심에서 판결(대법원 2021다169, 선고일자 2024.1.4.)을 통해 현대차의 대기발령 명령에도 출근하지 않은 일부 기간에 대한 임금 지급의무를 인정하지 않았다.

◇사건의 경위=원고는 2002년 3월 피고 현대차의 하청업체 C소속으로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근로를 제공한 노동자다. 2005년 2월 원고의 형식적 사용자인 피고 C는 원고를 징계해고했다. 2005년 3월 원고는 현대차를 상대로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원고는 실질적으로 현대차의 노동자로 불법파견에 따라 고용 간주 되었음에도 피고 현대차가 하청업체를 시켜 원고를 해고했고, 이를 이유로 원고에 대해 근무장소인 현대차 울산공장 출입을 막았기 때문에 부당해고라 주장했다.

원고는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으나 기각당했다. 부당해고를 인정하지 않은 노동위 판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도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패소했으나, 대법원은 상고심에서 원고가 피고 현대차의 근로자임을 인정했다.

구 파견법 제6조 제3항의 고용 간주조항에 따라 하청업체를 통해 현대차에 불법 파견된 원고에 대해 피고 현대차가 최초 입사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2004년 3월13일 이후 현대차가 원고를 고용한 것으로 간주한 것이다. 따라서 현대차가 하청업체에서 해고된 원고에 대해 노무 수령을 거부한 행위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결론이었다.

2013년 1월 패소한 현대차는 원고에게 보직을 제시하지 않은 채 2013년 1월9일 오전 8시까지 울산공장 인사팀으로 출근을 지시했고 배치 대기 인사발령을 내렸다. 원고는 이에 불응해 출근하지 않았다. 2016년 12월 피고 현대차는 2013년 1월7일부터 원고가 총 927일간 무단결근을 지속해 근로제공 거부를 하고 있다는 사유로 원고에 대해 해고를 의결하고 2016년 12월20일에 원고에게 통보했다.

원고는 2005년 2월2일자 해고 무효와 함께 해고일 이후 임금 지급과 단체협약상 부당징계에 따른 가산금을 청구하는 지급소송을 현대차 상대로 제기했다. 원심에서 원고는 2014년 4월1일 이후 임금 및 가산금 청구는 철회했으나 다시 청구를 추가했다. 원심은 판결을 통해 2014년 4월1일 이후 부분은 재소금지원칙 위반으로 각하하고, 2014년 3월31일까지 해고 무효에 따른 임금 청구를 인용했다. 단체협약에 따른 가산금 청구는 기각했다.

◇쟁점=이번 사건은 원고가 피고 현대차의 해고 무효에 따른 임금 지급청구를 다툼에 있어 현대차가 원고에게 원직복직의 일환으로 배치 대기를 명령했음에도 원고가 출근하지 않은 2013년 1월9일부터 원고의 임금 청구 취소 이전인 2014년 3월31일까지 임금 청구가 인정될 수 있는지(제1쟁점)와, 원고가 속한 노동조합과 피고 현대차의 단체협약으로 인정하는 조합원의 부당징계에 따른 가산금 200%가 적용될 수 있는가(제2쟁점) 여부다.

피고 현대차는 생산공정과 차종의 변경으로 원고가 담당했던 원직 자체가 소멸해서 원고가 실제 수행가능한 업무를 협의하기 위해 배치 대기 발령을 했다고 항변했다.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은 판결(서울고법 2020.12.18. 선고 2013나74198 판결)을 통해 제1쟁점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피고 현대차가 원고에 대해 행한 원직복직 명령으로서 배치 대기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대법원은 부당해고 인정 이후 사용자의 원직복직 의무 이행에 있어서, 아무런 보직을 부여하지 않는 대기발령의 경우 무조건 그 정당성이 부인되는 것은 아니라는 판결을 했다. 원직복직에 해당하는 합당한 업무 부여를 위한 임시적 조치로서의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는 것이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대법원의 판단=대법원은 원심의 판결을 뒤집고 “피고 현대차의 배치 대기발령이 원직복직 명령의 이행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부당해고에 따른 원직복직 관련 대법원 판례를 법리로 제시했다. 앞서 대법원은 부당해고시 사용자가 기존 업무에 원직복직 시켜야 하나, 해고 이후 복직 때까지 해고가 유효함을 전제로 이뤄진 인사질서나 사용자 경영상의 필요, 작업환경의 변화 등을 고려해 복직 근로자에게 합당한 일을 시킨 경우 종전의 일과 비록 다소 다르더라도 정당하다는 취지의 판결(대법 94다4295. 대법 선고 2010다 52041)을 한 바 있다.

또한 사용자의 부당해고 근로자에 대한 대기발령의 정당성 인정 요건을 제시한 2023년 대법원의 판례(대법 선고 2020다 253744)를 법리로 내세웠다. 당시 판례는 (부당해고) “근로자에게 원직복직에 해당하는 합당한 업무를 부여하기 위한 임시적 조치로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되고, 근로자 생활상의 불이익과 비교하고 근로자 측과의 협의하는 등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당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근거로 대법원 재판부는 피고 현대차의 원고에 대한 배치 대기발령이 정당하다고 인정했다. 고용 간주된 근로자인 원고를 현실적으로 고용하는 절차 진행 및 직무교육 등을 통해 원고에게 합당한 보직을 구하기 위한 임시적 조치로서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된다는 취지였다.

대법원 재판부는 피고 현대차가 대기발령 기간에도 원고에게 급여를 전부 지급하고, 울산 공장으로 출근을 명령하는 등 원고가 받는 생활상의 불이익이 크지 않다고 봤다. 또한 피고가 원고와 현실적 근로관계 형성을 위해 인사관리 서류를 제출을 요구하고, 원고로 하여금 피고 소속 근로자에게 실시되는 직무교육을 받게 하는 등 현실적 고용절차가 필요한 점을 인정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피고가 이 사건 노동조합과 원고의 복직 문제를 포함해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에 관한 특별협의를 13차례 진행하는 등 피고가 이 사건 재심 판정을 받은 후에도 계속해 원고의 복직을 부당하게 지연시킬 의도를 가졌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 측과 원고의 복직에 관해 충분한 의사를 교환했다고 인정하며, 피고 측의 배치 대기발령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원심과 대법원은 모두 원고가 주장한 피고와 노동조합 간 단체협약에 따른 부당해고 때 가산금 적용에 대해서는 배척했다. 피고 현대차와 원고가 속한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단체협약을 통해 부당징계에 따른 가산금을 정하고 있다.

피고 현대차가 부당징계 등으로 해고한 조합원이 노동위 또는 법원 판결로 부당징계가 인정되면 해고 기간의 평균임금의 200%를 가산해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도록 하는 취지였다. 원고는 “피고의 부당해고 판정 이후 해당 단체협약에 따라 가산금 조항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심과 대법원은 해당 가산금 조항의 취지를 피고의 부당한 징계권 행사와 남용으로 인한 해고 억제와 징계 부당성 판명시 신속하게 근로자를 원직에 복직시키도록 피고 현대차를 간접적으로 강제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해석하며, 피고 현대차가 원고에 대해 징계권을 행사하여 해고한 것이어야 하는데 피고는 원고에 대해 파견법상 고용간주 효과와 관련해 법적인 다툼을 벌였을 뿐 징계권 행사 또는 징벌적 조치로 원고에 대한 해고가 이뤄졌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판결의 의의=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부당해고 인정 이후 사용자의 원직복직 의무 이행에 있어서 아무런 보직을 부여하지 않는 대기발령의 경우 무조건 그 정당성이 부인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재확인한 판결이다.

정당성 판단에 있어서 기준이 되는 사업장의 경영상황 및 작업환경의 변화 등을 고려하고, 원직복직 대상자와 신의칙상 요구되는 성실한 협의 등을 통해 대상자 생활상의 불이익 감소 조처를 했다면, 원직복직에 해당하는 합당한 업무 부여를 위한 임시적 조치로서의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대법원 재판부의 판단에 아쉬움이 남는다. 구 파견법상 고용간주 효과를 비롯해 노동법을 관통하는 고용관계의 기본 토대는 실질적 고용관계에 따른 사용자 책임의 인정이다. 형식과 무관하게 묵시적이든 관행적이든 고용관계가 인정되면 사용자가 근로기준법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리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가 구 파견법에 따른 고용간주 효과로 근로자지위를 획득한 점을 지적하며, 피고 현대차와 직접 근로계약 체결을 함으로써 근로조건을 형성한 적이 없다며, 현실적 근로관계 형성을 위한 인사관리 서류제출, 직무교육 수용 등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