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도 장애인도 댕댕이도 행복한 로컬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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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뚜벅이도 장애인도 댕댕이도 행복한 로컬 여행 ‘국내 여행 버킷 리스트’를 찾아라…2024 내나라 여행박람회

기사입력2024-04-04 00:00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내나라 여행박람회는 관람객에게 국내의 숨은 명소를 찾는 재미를 부여하기 위해 다양한 콘셉트의 부스를 마련했다. ©중기이코노미

여행의 계절이 다가왔다. 대부분 여행이라고 하면 해외의 유명 관광지를 떠올리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국내의 숨은 명소가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기 시작하며, ‘가고 싶은 여행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3월28일부터 4일간 양재aT센터에서 진행된 ‘2024 내나라 여행박람회’에서는 이런 관광객의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각 지자체와 여행 관련 업체 132곳이 230여개의 부스를 운영하며, 다양한 여행 정보와 관련 상품을 알렸다.

일하면서 즐긴다…지역 체류성 여행 상품 확대

일과 휴식을 동시에 즐기는 워케이션(workcation)은 기업의 경영 효율성과 인구 소멸지역 문제를 동시에 해소할 수 있는 핵심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워케이션이 지역 활성화 정책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다.

그중 제주도는 공공형 워케이션 선두주자로 꼽힌다. 제주시와 서귀포 두 곳에 공공형 거점 워케이션 오피스를 두고 있는 제주도는 작년 하반기에 리모델링 등 환경 조성을 완료하고, 올해 3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경제활력국 기업투자과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제주도가 근무하기에 좋은 환경이 조성돼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분산 오피스 수요를 유치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며, “대상은 제주와 투자협약이 돼 있는 기업, 제주에 투자 관심 및 희망이 있는 기업, 원격근무 같은 분산 오피스 유치를 하고 싶어 하는 기업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제주도는 워케이션 오피스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고, 여가 체험비 명목으로 1인당 5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용기간은 최소 1주일에서 최대 2개월이다. 제주도 워케이션 오피스가 강조하는 콘셉트는 ‘워크(work)’다.

제주특별자치도의 부스에서 관람객이 여유롭게 노트북 작업을 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제주도 관계자는 “기업이 원하는 바는 직원이 기존에 근무하던 장소에서 벗어나 좀 더 창의적인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는 업무환경”이라며, “제주도라는 휴양지의 장점은 누릴 수 있으면서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사무공간 조성에 집중했다”고 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제주시의 오피스는 2개 층에 32명, 한 층으로 돼 있는 서귀포의 오피스는 36명을 수용할 수 있다. 관광과 도심지의 인프라를 모두 즐기고 싶은 사람들은 제주시의 오피스를, 휴양형 워케이션을 누리고 싶은 직장인은 서귀포의 오피스를 주로 선택한다고 한다. 주로 컴퓨터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든 근무할 수 있는 IT 기업과 영상 관련 기업 등이 참여하고 있다.

기업을 위해 B2B 워케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도 있다. 강릉, 경주, 시흥, 울산, 제주도 5곳에 6개 지점을 운영 중인 ㈜디어 먼데이(dear, monday)는 기업용 멤버십 요금제를 통해 일 년 내내 기업이 원할 때마다 자유자재로 워케이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무엇보다 숙소와 오피스가 함께 붙어 있거나, 숙소가 오피스에서 도보 1분 내 거리에 있도록 구성했다.

권유진 대표는 “워케이션을 제대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오피스가 잘 갖춰져 있어야 한다”며, “디어 먼데이는 각 지점에 프리미엄 수준의 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다. 책상, 모니터, 커피머신 등 주요 사무기기를 완벽하게 구비해 놓고 있다”고 중기이코노미에 소개했다.

이어 “시흥시의 경우에는 수도권에 위치해 있지만, 세계 최대의 인공서핑장이 있는 곳”이라며, “업무시간 외에 서핑을 즐길 수 있어 액티비티형 워케이션의 대표주자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2022년 10월에 설립한 디어 먼데이는 대기업, 스타트업, 제조업, IT 기업 등을 비롯해 리프레시 용도의 가족 휴가 형태로도 활용된다고 한다. 이용했던 기업과 직원의 반응도 좋아, 작년에 파일럿으로 도입했던 기업에서 계약하는 곳도 많다고 한다.

누구나 ‘훌쩍’ 떠날 수 있도록 ‘장벽’을 없애야

열린 관광지 부스에서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얼마나 힘든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간접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여행은 누구나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장애인이나 노약자 등 신체적 약자는 마음 놓고 여행하기 버거웠던 것이 사실이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도로 정비가 제대로 된 곳이 부족했고, 울퉁불퉁 좁다란 오르막길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유모차를 끄는 부모조차 편하게 다닐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이번 박람회에서는 여행 취약계층의 고충을 직접 체험해 보고, 이들을 위한 상품을 홍보하는 부스를 마련했는데, 관람객들의 관심이 이어졌다.

에이블테크 기업 캥스터즈㈜는 한국관광공사와 손잡고 ‘열린 관광지’ 부스를 열었다. 캥스터즈가 말하는 열린 관광지란,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 동반 가족 등 이동 약자가 관광 활동에 제약 없이 이동할 수 있는 ‘장애물이 없는 관광지’를 뜻한다.

이 부스에서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얼마나 힘들게 일상을 살고 있는지 체험해 볼 수 있는 코너를 마련했는데, 젊은 층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김기성 부장은 중기이코노미에 “이곳에서 휠체어를 타며 1분간 게임을 해본 사람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너무 힘들다’, ‘10초만 지나도 팔이 아프다’, ‘휠체어를 타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힘든지 몰랐다’ 등의 말을 한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휠체어를 타는 사람들의 생각을 조금이라도 알고, 공감해 주길 바란다”고 이벤트를 연 취지를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라 캥스터즈는 이동 약자가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는 관광지도 소개했다. 김 부장은 “같은 관광지라도 계단이나 언덕이 많으면 이동하기 어렵다”며, “휠체어를 비롯해 유모차, 고령의 노인들이 편안하게 걸어갈 수 있는 길을 소개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선정된 곳은 고양시, 수원시, 시흥시, 인천시 등 수도권 15곳과 강원권 19곳, 경상권 21곳, 전라권 52곳, 충청권 19곳, 제주권 4곳 등이며, 열린 관광지 홈페이지와 홈페이지 내 QR 코드로도 확인할 수 있다.

관람객이 휠체어에 착석한 채로 탑승할 수 있는 차량을 체험해 보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알리는 부스도 눈에 띄었다.

기아초록여행은 2012년 6월부터 장애인에게 무상으로 차량을 지원해 주는 ‘기아초록여행’을 통해 8만6000여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했다.

사단법인 그린라이트 최범열 기획부장은 “여행에 어려움을 느꼈던 장애인에게 무상으로 차량을 지원해 주고 있고, 추첨을 통해 유류비 지원을 비롯해 기사 지원도 하고 있다”며, “제주항공, 코레일, 한화호텔&리조트 등의 외부 기관과 연계해 항공권, 기차표, 숙박권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고 중기이코노미에 소개했다.

참고로, 차량 렌트는 한 달 전에 예약하면 되고, 외부 기관 연계 프로그램은 두 달 전에는 신청해야 한다.

기아초록여행이 제공하는 차량은 기본적으로 장애인이 운전하거나 탑승하기 편리하도록 시스템이 완비돼 있다.

일례로, 휠체어에 착석한 채로 탑승할 수 있도록 슬로프가 장착된 전동휠체어 탑승형 차량, 휠체어만 실을 수 있는 트랙커형 차량, 핸드 컨트롤러와 전동식 회전 시트가 차량 바깥으로 나와 중증 장애인도 쉽게 탈 수 있는 전동 회전 시트형 차량 등이다. 수도권 5대를 포함해 강원, 광주, 대전, 부산, 전북, 제주 등 전국의 7개 권역에서 19대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바이크 여행객이 증가하면서 자전거로 국내 여행을 즐기는 수요도 늘고 있다. 이에 한국관광공사 레저관광팀은 자전거 피팅 서비스를 선뵀다.

한국관광공사 스태프가 자전거 피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인천관광공사는 댕댕이와 함께 하는 콘셉트의 부스로 반려인의 관심을 받았다. ©중기이코노미

백진웅 담당은 중기이코노미에 “최근 들어 자전거를 들고 제주도부터 해외 곳곳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며, “자전거를 탈 때 자기에게 맞는 사이즈에 맞춰 타야 하는데, 그걸 잘 모르고 높낮이가 다른 채로 운행하다 보면 관절 등에 무리가 간다. 그래서 본인의 사이즈에 맞게 수치를 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전거 여행길 30선이라고 해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국내 여행지 30곳을 선정해 소개하고 있다”며, “이번 봄에는 꽃길도 있고, 근처에 다양한 볼거리도 많을 뿐 아니라 자전거만 들어갈 수 있는 전용 길이 별도로 있는 섬진강이 가볼 만하다”고 추천했다.

인천관광공사는 ‘댕댕이랑 인천가개’라는 콘셉트의 부스를 마련하고 반려인의 관심을 끌었다.

국내관광팀 한상욱 대리는 “2022년부터 반려동물 친화 도시로의 인천을 브랜딩하기 위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인천에는 인천대공원, 송도달빛축제공원 등 반려동물 친화적인 공원과 반려동물 동반 가능한 카페, 식당, 숙소가 많다”고 중기이코노미에 소개했다.

또한, “수도권 어디서나 1~2시간 이내로 올 수 있는 거리여서 관광지로서의 장점이 크다”며, “반려견은 차를 오래 타면 힘들어한다. 인천은 서울에서도 가까운 데다 바다와 산 등 자연과 도시가 어우러져 있어 이용객의 만족감이 크다”고 했다.

QR 코드로 디지털 지도 서비스를 지원하는 곳도 관람객의 발길을 끌었다.

㈜다비오(dabeeo) 김경호 책임은 중기이코노미에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에 우리 지도를 서비스하고 있다”며, “이후 다른 형태로도 이 서비스를 제공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고, 그 결과 작년부터 여행과 축제 쪽에도 서비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간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다비오는 작년부터 여행과 축제 쪽에도 서비스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김 책임에 따르면, 특정 지역에 포인트를 주거나 맞춤형 디자인으로 고객에게 좀 더 편리성을 부여하기 위해 다양한 기관 및 기업에서 다비오의 서비스를 사용한다고 한다.

현재 다비오의 공간정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곳은 경복궁을 비롯한 서울 5대 고궁, 인천시, 수원 스타필드, 당진 축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하와이 와이키키 등이다. 또, 남이섬, 보성녹차, 설악산, 임진각 파주, 전주한옥마을, 합천 해인사, 태화강 등도 이용하고 있다.

현실 유사 체험으로 여행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최근에는 여행에도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함으로써 시공간을 초월한 체험을 제공하려는 곳이 늘고 있다. 이런 경험은 더욱 풍성하고 다채로운 여행을 즐기게 해준다는 점에서 전 세대를 불문하고 인기다.

수원특례시에서 운영하는 ‘XR(확장현실) 버스 1795행’ 버스는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4회 운영하고 있지만, 매회 전 좌석 예매가 매진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윤문상 해설사는 중기이코노미에 “1795년 을묘년에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을 위해 회갑 잔치를 화성 행궁에서 열었던 데서 버스 이름을 따왔다”며, “수원화성 일대를 돌며 투명 OLED 버스 창문을 통해 수원화성 축성 이야기와 을묘년 정조대왕 능행차를 재현해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기자도 XR 버스를 체험해 봤다. 가상현실이 시작되자마자 극장처럼 모든 불이 꺼지고, 전 좌석의 창문과 대형 스크린에 수원 행차 모습이 서라운드 뷰로 펼쳐졌다.

그리고, 18석의 모든 좌석에 달린 태블릿을 통해서도 이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각 태블릿에는 번역 기능이 탑재돼 있고, 단체 외국인 관광객이 탑승했을 때는 스피커 전체에서 해당 외국어가 제공된다.

윤 해설사는 “도로 위를 달리면서 이런 영상을 제공하는 버스는 이 한 대밖에 없다”며, “운행한 지 2년이 조금 넘었는데, 예약이 시작된 지 50초 내외면 전 좌석이 매진된다”며 고객의 반응을 전했다.

버스 예약은 터치수원 앱을 다운받아 할 수 있으며,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의 호응도 좋아 버스 탑승객의 30%는 해외에서 온 관광객이라고 한다.

아픈 역사를 가진 DMZ도 IT 기술을 도입했다. 생태 친화적인 공원으로 변모하면서 많은 관광객을 유치한 이곳은 작년 말부터 VR 체험존을 조성했다.

한국관광공사 DMZ 홍보관 허윤조 담당은 중기이코노미에 “DMZ 존에 있는 자원을 그래픽으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체험하도록 하고 있다”며, “멧돼지와 각종 천연기념물 등 실제로는 볼 수 없던 것을 구현해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놨다”고 말했다.

이어 “좀 더 다양한 관광객에게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했는데, 어르신 관광객이 더 많이 왔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덧붙였다.

여행을 통해 실직의 아픔을 다스리고, 여행을 통해 또 다른 사업 아이템을 구상한 한 여행드로잉 작가의 경험담을 담은 기업 부스도 관람객의 관심을 끌었다.

이제이 이사는 중기이코노미에 “여행드로잉 작가이면서 드림스카이(DreamSky)의 대표인 이준천 작가의 이야기가 회사의 모태”라며, “이 대표는 광고 디자이너로 일하다 뜻하지 않은 실직으로 2013년부터 1년4개월 동안 33개국을 여행했는데, 당시 여비가 떨어져 그림으로 엽서를 팔며 여행을 이어갔던 경험을 살려 드로잉 작가가 됐다. 이후 이 경험을 살려 굿즈를 만드는 디자인회사를 설립했다”고 회사 설립 배경을 밝혔다.

이어 “이준천 대표의 작품에 많은 지자체 관계자들이 관심을 보였다. 이후 지자체와 협업을 맺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일러스트를 기반으로 한 컬러링북, 굿즈 등 다양한 품목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중에서도 컬러링북과 앱을 결합한 ‘컬러트립’을 체험하기 위한 관람객들이 줄을 이었다.

이 앱은 국내 여행지의 볼거리와 정보를 제공하면서, 다양한 여행지의 포인트 장소를 직접 색칠할 수 있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간단히 드로잉 작가의 감성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SNS로 자신의 여행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이사는 “여행에세이 다이어리라고 보면 된다. 직접 그림을 그리기는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이 앱은 심플한 라인을 따라 자신이 원하는 색을 선택해 칠할 수 있어 간편하게 추억을 저장할 수 있다”며, “수원, 인천 등 수도권을 비롯해 강릉커피거리, 한탄강 등 대표 관광지를 자신만의 컬러로 뽐낼 수 있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