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탄소’…저탄소기술 확보, 대응체계 마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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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탈탄소’…저탄소기술 확보, 대응체계 마련을 EU CBAM, EUBR, EUDR, EU Taxonomy, UFLPA, EU ESPR

기사입력2024-04-11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1. 네덜란드 헤이그법원은 글로벌 2위 석유기업 쉘에 2030년까지 2019년과 비교해 탄소배출량을 45% 감축할 것을 지난 2021년 5월 명령했다. 시민단체 지구의벗네덜란드가 1만7000명의 공동원고와 6곳의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쉘에 탄소배출량 감축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결과였다. 쉘은 주주총회에서 에너지 전환성과 보고서 승인 안건을 가결하고 휘발유 판매에서 전력 판매로 포트폴리오 전환을 추진했다. 인도의 태양광풍력발전소를 인수하고, 중국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아시아 전기차충전소 사업에도 나섰다. 또,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판매하고 있다.

#2. 알루미늄 제조회사 ALcoa와 원자재 공급사 RioTinto는 2018년 수력을 활용한 무탄소알루미늄 개발을 위한 합작법인 Elysis를 설립했다. 캐나다 정부와 퀘백주 정부, 애플사는 Elysis에 총 1억44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애플은 2019년 Elysis의 첫 상용화 알루미늄을 구매해 16인치 맥북프로에 사용했으며, 향후 Elysis 제품을 아이폰SE에 활용할 계획이다.

황형준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개최한 ‘글로벌 통상규제와 한국 친환경에너지 산업의 기회과 도전’ 세미나에서, ‘글로벌 ESG 규제와 기업의 대응요령’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탈탄소 요구에 대응하고 있는 이러한 기업 사례를 소개했다. 기후위기 확산과 에너지원의 변화로 인한 경제구조 전체가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탈탄소 압력에 대응해 기업들은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변경하고 저탄소기술을 확보하는 등 위기 속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개최한 ‘글로벌 통상규제와 한국 친환경에너지 산업의 기회과 도전’ 세미나. ©중기이코노미

황 변호사는 탈탄소 분야뿐만 아니라 환경, 인권, 윤리 등과 관련된 ESG 규제 대응은 더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영역이라 강조하며, 각국에서 쏟아져 나오는 ESG 규제 모니터링, 규제영향 분석을 통해 체계적이고 조직화된 ESG 규제 대응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글로벌 비관세 장벽, ESG 공시 강화…자국 산업보호 추세

그동안 세계경제는 WTO 협정이나 FTA 체결을 통해 관세장벽을 낮추려는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각국은 비관세 장벽을 도입하거나 ESG 공시를 강화하면서, 탄소저감 동참과 함께 자국산업을 보호하려는 추세가 강해졌다.

글로벌 ESG관련 비관세 장벽 강화규제는 ▲EU 탄소국경조정제도(EU CBAM) ▲EU 배터리규정(EUBR) ▲EU 삼림벌채규정(EUDR) ▲EU 택소노미(EU Taxonomy) ▲미국의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UFLPA) ▲EU 에코디자인규정(EU ESPR) 등이 있으며, ▲ESG 공시 의무화 규제도 전세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EU 탄소국경조정제도(EU CBAM)=EU 역내로 수입되는 제품 가운데 역내 제품보다 탄소배출이 많은 제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조치다.

지난해 10월부터 일부 품목에 대해 시범시행을 하고 있는데, 올해 1월부터 배출량 보고를 의무화하고 2026년부터 전면 시행할 예정이다. 적용품목은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비료, 전기, 수소 및 특정 파생 생산품 등이다. 신고인이 매년 5월31일까지 수입상품의 내재 배출량에 상응하는 CBAM 인증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허위로 제출하는 경우 과징금을 부과한다. 원산지 국가에서 탄소가격을 지불한 경우에는 해당 가격에 상응하는 금액을 감면 요청할 수 있다.

◇EU 배터리규정(EUBR)=EU시장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 전기차 등 배터리 생애주기 관리 및 친환경 강화를 위해 만든 법규다.

지난해 8월 발효돼 올해 2월18일부터 적용됐다. 수은, 카드뮴과 같은 유해물질 사용이 금지되고, 영향평가를 통해 ‘탄소발자국’을 계산해 공개하고 상한선을 준수해야 한다. 가시적으로 알아볼 수 있고 지워지지 않는 방식으로 배터리의 수명주기, 충전용량, 수거요건, 위험물질, 안전성에 대한 정보를 표기하는 디지털 배너리 여권을 도입해야 한다. 또한 회원국 내에서 배터리를 최초 판매하는 기업은 분리수거, 당국보고, 폐배터리 정보수집 등 강화된 생산자 책임이 부과된다. 모든 종류의 배터리에 적용되기 때문에 EU에 배터리 또는 배터리 부품을 수출하는 기업은 강화된 규정에 대비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EU 삼림벌채규정(EUDR)=유럽의회는 지난해 4월 삼림벌채로 생산된 제품의 유럽연합 내 판매와 수출입을 금지하는 EU 삼림벌채규정을 채택했다.

규제품목은 소, 코코아, 커피, 팜유, 대두, 목재, 고무 등이며, 이를 사용해 생산된 초콜릿, 가구, 숯 등 파생제품도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삼림전용금지, 생산국 관련 법령준수, 실사선언서 제출 등 규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규제 상품은 EU 전 회원국에서 판매·수출이 차단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역내 연매출의 4% 이상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올해 12월30일부터 관련 의무가 적용되며, 중소기업은 내년 6월30일부터 적용된다.

◇EU 택소노미(EU Taxonomy)=어떤 산업 분야가 친환경 산업인지를 분류하는 녹색산업 분류체계다. EU 내에서 경제활동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친환경 기업으로 분류되기 위해 어떠한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기준을 담았다. 녹색투자를 받을 수 있는 산업 여부를 판별하는 기준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원자력 발전 및 천연가스 발전을 추가하는 법 개정안이 가결돼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원자력과 가스발전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시키면서 EU 의회는 단서를 달았는데, 두 가지 발전방식이 엄격한 조건을 준수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미국의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UFLPA)=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 확인 없이는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생산된 모든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규제다.

의류, 섬유, 폴리실리콘(알루미늄, 실리콘, 자동차, 석유, 콘크리트, 유리, 세라믹, 전자, 태양광 패널 등의 제품군), 토마토 등이 주요 품목이다. 지난해 5월 기준 4000건 이상의 상품이 억류되고, 그 중 679건의 상품이 수입 거부됐다.

◇EU 에코디자인규정(EU ESPR)=에코디자인은 제품을 설계하고 개발하고 폐기하는 모든 과정에서의 환경적인 방법을 말한다.

적용품목은 시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물리적 품목이며, 음식, 의약품, 수의약품, 동식물 및 유기물 등의 품목은 예외다. 품목별로 해당 품목의 에코디자인 관련 정보를 담은 전자표식(디지털 제품 여권)을 부착해야 한다.

◇ESG 공시 의무화=전세계적으로 지속가능성공시기준(ISSB), EU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EU CSRD), 미국 SEC 기후공시 등으로 ESG 공시를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1월 ESG 공시제도 로드맵 수정안을 발표했지만, ESG 국내 도입시기는 기업의 어려움과 선진국 ESG 공시일정을 고려해, 2026년 이후로 연기됐다. 황 변호사는 해외의 주요 공시기준 도입 시점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기업은 법령상 기준보다 높은 준법시스템을 갖춰 수시로 자율점검을 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소비자와 투자자의 신뢰제고 관점에서 그린워싱 리스크도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