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낳으면 1억원” 엇갈리는 정부 입장 혼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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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애 낳으면 1억원” 엇갈리는 정부 입장 혼란만 저출산 정책 컨트롤 타워 제기능 못하는 건가

기사입력2024-04-26 18:00

최근 아이를 낳으면 1억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란 보도가 나오자, 정부가 이를 부인하고 나섰다. 상세히 살펴보면 정부 부처간에 말이 안 맞은 정황을 확인할 수 있다. 정부 부처간 상호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은게 사실이라면 무척 우려스럽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최근 보도 설명자료를 통해, 아이 낳은 국민에게 현금 1억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현재 정부가 준비중인 저출산 종합 대책 수립 과정에서 전혀 검토된바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이 위원회는 윤석열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대통령 직속기구다. 정부가 추진하는 저출산 고령화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다. 위원회가 스스로 전혀 검토된바 없다고 하니, 출산시 현금 1억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어째서 복수의 언론이 일제히 정부가 아이를 낳으면 1억원을 지원한다고 보도한 것인지, 곡절이 있을 법하다.

뜬금없는 오보가 아니라 원인이 있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아니라 국민권익위원회에서 국민 의견 수렴을 위한 조사를 실시한 것이다.

권익위는 부패방지권익위법에 따라 설치된 독립적인 중앙행정기관이다. 부패방지와 부패규제가 중요한 업무지만, 그 외에 각종 고충 처리나 불합리한 행정 제도 개선 등도 담당하고 있다.

이 권익위가 최근 온라인 국민 소통 창구를 통해 대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의 핵심은 총 세가지다. 먼저 최근 부영그룹이 출산지원금 1억원을 지원한 사례를 거론하며, 정부가 파격적 현금을 직접 지원해 준다면 아이를 적극적으로 낳게 하는 동기부여가 될지 여부를 물었다.

또, 현금 1억원을 직접 지급할 경우 2023년 출생아 23만명을 기준으로 연간 약 23조원의 부담이 예상된다며, 정부가 이 정도 규모의 재정을 투입해도 좋은지와 지역소멸대응 등 다른 유사예산을 여기에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국민들의 생각을 물었다.

권익위는 이 조사를 시작하면서 보도자료를 통해 취지를 알렸다. “2023년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고, 올해에도 0.6명대 전망이 제기되는 등 그간에 저출산 극복을 위해 추진한 정책효과가 낮았다는 비판이 있다”면서,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저출산 정책을 되짚어 보고 수혜자에게 직접 지원하는 방안이 효과적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권익위의 역할과 기능, 독립성 등을 생각하면 이같은 조사를 하는 것이야 얼마든지 가능하다. 다만 1억원의 현금지급과 같은 거대한 정책을 놓고 공개적인 조사를 할 것이면, 담당 부처와의 의견조율이 없었으며 권익위 차원의 아이디어라는 사실은 세밀히 밝히는 편이 나았다. 그러지 않은 결과 국민들은 정부가 출산 시 1억원 현금지급을 검토한다고 오해하게 됐다.

저출산위 쪽도 문제가 있다. 권익위가 보도자료까지 배포한 사안에 대해 제대로 파악은 한 것인지, 정부가 검토한바 없다는 해명 이외에 컨트롤타워로 기능을 제대로 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이처럼 정부의 어느 기관은 국민을 오해하게 만들고, 또 다른 주무기관은 사실무근이란 입장을 뒤늦게 내놓으니 국민들 사이에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저출산 정책이나 이를 위한 국민의견 수렴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생각하면, 있어서는 안 될 혼란이었다. 저출산 정책에 대해 책임있는 논의가 되고는 있는지, 우려만 더 커졌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