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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사업법 개정이 가맹사업 혼란 가중시킬까

21대 국회, ‘민생국회’ 될지 시험대…가맹사업법에 대한 오해와 진실 

기사입력2024-04-30 12:30
김주호 객원 기자 (dream@pspd.org) 다른기사보기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 팀장
지난 23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가맹점주단체들의 단체협상권을 보장하는 가맹사업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하 가맹사업법)을 국회 본회의로 직회부하는 안건을 처리했다. 지난해 12월 정무위 전체회의를 통과해 법사위에 회부된 지 약 4개월 만이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당사자 단체는 물론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21대 국회 임기종료를 앞두고, 가맹사업법을 포함해 본사 및 원청·온라인 플랫폼·대기업과 가맹·대리점주, 하청·중소기업이 상생협력을 통해 수수료나 납품단가 등의 분쟁을 해소하도록 하는 상생협의 6의 처리를 촉구해왔다. 그러나 가맹본사들의 연합기구인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를 포함해 일부 언론들은 가맹사업법의 처리가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며 처리를 반대하고 있다.

 

가맹점 본사들의 연합체인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2월 국회 앞 기자회견을 통해, “개정안이 시행되면 가맹본부는 시정조치 공표, 불이행시 형사고발 등 법적 리스크를 안게 되나 가맹점사업자단체는 구성·행위 등 모든 부문에서 제약을 거의 받지 않는다. 영세 중소기업이 대다수인 11000여개 브랜드마다 복수 단체들이 난립하고 협의요청이 남발되면 정상적 경영이 불가능해지고 산업이 쇠퇴할 것으로 크게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개정안에는 노조법에 있는 교섭창구 단일화 의무, 명부 공개 의무조차도 없어 모든 단체와 협의를 해야 하면서도 구성원이 누구인지도 알 수 없다면서, “노동자가 아닌 사업자 단체에 노동조합보다 더 강력한 권한을 주는 개정안이 21대 국회 막바지에 졸속으로 통과되면 프랜차이즈 산업이 크게 쇠퇴하고 국민들의 소비문화에도 큰 불편을 야기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출신 국회의원인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30개씩 쪼개진 단체 설립이 난무하고 서로 자신들의 이익을 현안이라 주장하게 되면서 가맹점주 단체는 투쟁의 도구로 전락할 수 밖에 없으며 가맹본사는 이들의 협상을 거부할 수 없다면서, “대한제과협회 등 사단법인 업종단체들의 대표성을 약화시켜 아직도 미약하기만 한 업종단체들의 존재마저 유명무실하게 만들 우려가 큰 상황이라는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과연 이들의 주장은 사실일까?

 

복수단체들이 난립해 혼란이 가중된다?=개정안에는 가맹점사업자단체를 등록하도록 하고, 등록된 단체만이 협의를 요청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협의를 요청할 수 있는 기준 또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 협의를 요청할 때도 협의 횟수나 주제 등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가맹본사와 점주단체 간의 협의에 뚜렷한 기준을 둬 불확실성을 더 줄이겠다는 취지다. 본사에 불만을 가진 소수의 점주가 협의를 이유로 분쟁을 벌여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가 어려워지는 셈이다. 오히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정부가 등록기준을 매우 까다롭게 설정하거나 협의를 요청할 수 있는 점주단체를 1~2개로 한정해 사실상 협의요청권을 무력화시키지는 않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본사에 협조적인 점주단체를 구성해 협의를 요청하는 점주들의 목소리를 막는 행태가 이미 여러 차례 반복되어왔던 만큼 오히려 협의요청을 요구할 수 있는 점주단체의 대상을 넓히는 게 더 중요하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본회의로 직회부되면서 공은 정부와 국민의힘으로 넘어갔다. 만약 5월에 열릴 본회의에서 이 법안이 처리되지 못한다면 법안은 임기만료로 폐기된다. 가맹점주들의 오랜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셈이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복수단체들이 난립할 것이라는 우려 또한 자영업 현장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 가맹점주들은 노동자들과는 달리 기본적으로 적게는 수천, 많게는 수억 원의 투자비를 들여 업계에 뛰어든다. 여윳돈이 있어 투자를 한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퇴직금이나 대출금을 투입하는 생계형인 셈이다. 이러한 가맹점주들에게 본사의 존망은 본인의 생계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가족들까지 동원해 가게를 운영하는 점주들이 단체를 난립시키고 무분별한 협의를 통해 본사의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주장은 말 그대로 반대를 위한 반대다. 본사만큼이나 점주들은 브랜드가 잘 되기를 바란다.

 

노동조합보다 더 강력한 권한을 주게된다?=점주단체의 협의요청권은 말그대로 요청권이지, 협의체결권이 아니다. 가맹사업법 개정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마치 점주단체들이 협의를 요청하면 본사가 이를 거절할 수 없게 되어 점주들이 원하는대로 본사가 끌려갈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제 그렇지 않다. 노동조합의 경우에도 단체협상권이 있고 파업을 통한 단체행동권이 있지만, 일방적으로 노동조합에게 끌려가는 회사는 없다. 오히려 우리 헌법에 노동3권이 명시적으로 보장된 지 50년이 훌쩍 넘었지만 노조 조직률은 여전히 15%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점주단체가 협의를 요청하더라도 협의과정에서 가맹본사와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그 어떤 것도 강제할 수 없는 게 지금 국회에서 추진 중인 법이다.

 

돌이켜보면, 오히려 협의요청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다보니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극한의 분쟁까지 이어진 사례가 더 많았다. 미스터피자의 경우 회장이 가족회사를 통해 시세보다 비싼 치즈통행세를 받아 챙기면서 회사와 점주들에게 피해를 입혔지만 점주들의 협의요청에 협의는커녕 계약해지로 대응했다. 나아가 문제를 제기한 점주가 새롭게 연 가게 인근에 보복출점을 해 점주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점주단체들의 활동을 탄압하는 행태를 보였다. 수년 후 회장이 배임 혐의로 구속이 되고 억울한 죽음의 진실이 밝혀졌지만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만약 점주단체와 본사가 협의요청권을 통해 대화와 협의의 기회를 가졌다면 어땠을까. 점주의 죽음과 회장의 구속이라는 극한의 사태까지는 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업종단체들의 대표성을 약화시킨다?=업종단체의 존재의 이유는 뭘까. 바로 해당 업종 점주들의 불만사항을 접수해 해결하고 본사나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조정하는 것이다. 가맹점주단체에 단체협의권이 보장되면 점주단체들도 점주들의 이해를 더 잘 대변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오히려 점주들의 이해관계를 잘 대변하는 업종단체는 힘을 받게 되고, 이러한 노력이 본사와 점주가 상생·발전하도록 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동안 수많은 업종단체들이 존재했음에도 현장에서 본사의 불공정행위와 일방적인 계약해지, 필수물품과 광고비 떠넘기기 등이 만연했던 사례들을 보면, 중요한 것은 업종단체 그 자체가 아니라 본사와 협의를 끌어낼 수 있는 힘이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본회의로 직회부되면서 공은 정부와 국민의힘으로 넘어갔다. 만약 5월에 열릴 본회의에서 이 법안이 처리되지 못한다면 법안은 임기만료로 폐기된다. 가맹점주들의 오랜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셈이다.

 

고물가와 고금리, 가계 소비지출 감소로 가맹점을 포함한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이 생존의 위기에 내몰린 지금 이보다 더 급한 민생법안이 있을까. 21대 국회가 민생 국회로 남을지, 정쟁과 거부권만 난무한 국회로 끝날 것인지 시험대에 섰다. (중기이코노미 객원=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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