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성공, 유니콘이 아니라 엑시트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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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더불어 중기 “스타트업 성공, 유니콘이 아니라 엑시트에 달렸다” IPO·M&A 회수 구조 갖춰야…유효상 유니콘 경영경제연구원장

기사입력2025-09-09 09:21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은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자리에서 “스타트업의 최종 목표는 유니콘이 아니라 엑시트”라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스타트업의 최종 목표는 유니콘이 아니라 엑시트입니다. IPO나 M&A를 통해 투자자와 창업자가 실제 성과를 거둘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화려한 이름만 남은 ‘좀비 유니콘’에 불과하죠.”

유니콘 경영경제연구원을 이끄는 유효상 원장은 16년간 대기업 근무, 10년간 컨설팅사 대표, 17년간 교수 생활을 거쳐 2016년 ‘유니콘’을 출간한 이후 본격적으로 스타트업과 혁신 기업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한국은 창업 제도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성과는 그만큼 나오지 않고 있다”며 현 스타트업 생태계를 진단했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정부의 창업 지원 정책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매년 수십만 개의 기업이 새롭게 시장에 진입한다. 그러나 성과는 기대만큼 뚜렷하지 않다. 유니콘 기업 수는 늘었지만, 투자자와 창업자가 모두 성과를 거두는 ‘엑시트(exit)’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마련한 창업 및 투자 관련 법·제도는 미국보다도 체계적입니다. 창업 자체는 매우 용이해졌지만, 과도한 지원은 독립성과 기업가 정신을 약화시켰습니다. 지원금에 의존하다 보니 사업의 방향성이 왜곡되고, 성과는 제도적 진전만큼 뒤따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 원장은 한국의 스타트업 정책 환경을 이처럼 “세계적 수준”이라 평가하면서도, 그 이면에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도적 인프라와 창업 수는 늘었지만, 실질적인 성공 사례가 부족한 이유는 ‘성과 창출 구조’의 부재에 있다는 분석이다.

유니콘은 환상, 진짜 성공은 ‘엑시트콘’

국내 스타트업 담론은 오랫동안 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사를 뜻하는 유니콘 배출에 집중돼 왔다. 그러나 유 원장은 이를 “환상”이라고 일축한다. 유니콘으로 성장했더라도 성공적인 엑시트로 이어지지 않으면 ‘유니콥스(dead unicorn)’로 사라지거나 실체 없는 ‘좀비콘(zombie unicorn)’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유니콘은 성공의 종착점이 아니라 중간 단계에 불과합니다. IPO나 M&A를 통해 엑시트로 투자금이 회수되지 않는다면 유니콘이 되더라도 실질적인 의미는 없습니다. 진짜 성공은 ‘엑시트콘(exitcon)’입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실제 통계도 이를 보여준다. 2024년 기준 연간 창업 기업 수는 약 120만 개로 집계됐지만, 지난해 IPO에 성공한 스타트업은 77곳에 불과했다. 같은 해 스타트업 투자 유치 건수는 1416건이었다.

투자 유치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생태계 왜곡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유 원장은 “매년 창업 기업 중 실제 투자를 받는 곳은 극히 일부”라며, “투자 실패가 정상임에도 투자에만 집착하다 보니 정작 비즈니스 모델 검증과 수익화 전략은 뒷전으로 밀려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IPO는 투자자에게는 회수 수단일 수 있지만 창업자에게 직접적인 성과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M&A야말로 창업자와 투자자 모두가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진정한 엑시트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창업단계에서부터 엔드게임 설계 필수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근본적 한계도 지적했다. 유 원장은 “아이디어를 곧바로 사업 아이템으로 착각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아이디어 자체는 시장에서 아무 가치가 없으며, 이를 컨셉화하고 구체화해 비즈니스 모델로 정교화해야만 사업이 될 수 있다. 창업자는 이 과정에서부터 IPO·M&A 등 엔드게임을 고려해야 하지만, 여전히 ‘일단 시작해보면 되겠지’라는 막연한 접근이 많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 창업 문화가 ‘시작하기 쉬운 환경’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유 원장은 “창업 단계에서부터 명확한 엔드게임 전략을 설계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특히 기술 스타트업일수록 기술 자체가 아닌 수익성을 입증할 수 있는 비즈니스 전환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부 지원 충분…효율·전략적 분배 필요”

한국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많은 창업 지원을 제공하는 국가 중 하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에 대해 유 원장은 단호하다.

“정부 지원은 국민 세금으로 이뤄집니다. 무분별한 창업 장려는 사회적 비용만 키울 뿐입니다. 모든 창업이 의미 있는 것은 아니며, 경제적 효과와 사회적 파급력이 큰 창업만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즉, 지원 규모 확대보다 효율적이고 전략적인 분배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유 원장은 “스타트업의 목적은 단순히 기업을 세우는 데 있지 않고, 비즈니스 모델로 무장해 처음부터 엔드게임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절반은 이미 실패한 것”이라며, “유니콘의 환상에 머물지 말고, 엑시트를 향한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다시 한번 메시지를 남겼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