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를 통한 기업승계 방안을 모색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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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M&A를 통한 기업승계 방안을 모색하는 이유는 중소․중견기업 경영자 고령화…상속 통한 가업승계 대안으로 부상

기사입력2025-09-22 00:00

변승규 객원 기자 (seungkyu.byun@seumlaw.com) ㅣ다른기사보기

법무법인 세움 변승규 변호사

얼마 전 열린 ‘기업승계 활성화를 위한 정책 간담회’에 다녀왔습니다. 부산에서 열린 이번 간담회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중앙회, 자본시장연구원 등을 비롯한 관련 기관 및 M&A 전문가들이 참석하여 기업승계 정책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기업승계’라는 말이 다소 낯설게 느껴지실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 ‘가업승계’라는 말은 조금 더 익숙하실 것입니다. 기업승계가 무엇이고,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왜 필요한지 살펴보겠습니다.

◇가업승계=가업승계란 일반적으로 자녀가 부모의 가업을 잇는 것을 말합니다. 쉽게 말하면 부모가 소유하고 경영하던 회사의 주식을 자녀가 물려받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업승계는 세법적인 관점에서 상속 또는 증여에 해당합니다. 부모가 사후에 물려주면 상속이 되고, 생전에 물려주면 증여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업승계에서는 상속세와 증여세가 주로 문제됩니다. 다른 재산의 상속이나 증여와 다를 바가 없으므로, 세제 혜택을 줄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있었고, 안정적인 회사 경영을 지원하기 위하여 세제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최대 600억 원까지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공제를 해주는 가업상속 공제 제도를 통하여 가업승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5년의 사후관리기간을 두고, 기업용 자산의 40% 이상을 처분하거나, 상속인이 가업에 종사하지 아니하는 경우, 상속지분을 처분한 경우, 근로자들의 고용을 유지하지 않은 경우 등에는 공제된 과세가액을 상속개시 당시의 상속세 과세가액에 다시 산입하여 상속세가 부과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기업승계=기업승계는 경영자(대주주)의 자녀(상속인) 외의 제3자가 기업을 이어서 소유하고 경영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경영자가 소유하고 경영하던 회사의 주식을 제3자가 매수 등의 방법으로 취득하여 계속 경영해 나가는 것입니다. 이 경우 새로운 매수인 입장에서는 ‘가업’을 잇는 것이 아니고 ‘기업’을 잇는 것이므로 ‘기업승계’라고 하는 것입니다.

왜 가업승계 외에 기업승계의 활성화가 필요할까요. 우리 사회의 고령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고령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로 다수의 중소기업, 중견기업의 경영자들도 고령화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급속한 고령화에 비하여 가업을 승계하는 자녀들의 수는 늘지 않고 있습니다. 부모가 원하지 않거나 자녀가 원하지 않는 경우, 자녀의 경영 능력이 부족한 경우 등 다양한 사유로 가업승계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대로 두면 많은 중소기업들이 후계자가 없어서 폐업할 위기에까지 처해 있습니다.

물론, 부모나 자녀들이 승계를 원하지 않아서 기업이 폐업하는 것이 뭐가 문제이고, 왜 기업승계 활성화나 그를 위한 지원이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입장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업은 단순한 소유물만은 아니고, 우리 경제의 생산과 고용을 창출하는 원천이라는 점에서 다른 재산과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즉, 기업의 승계를 부모와 자녀 사이의 문제라고만 생각해서 방치해 둔다면, 우리 산업과 고용이 파괴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종래에는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상속세 공제금액을 늘리거나, 공제 요건을 완화는 방향으로 이와 같은 승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나 기업의 승계를 목적으로 한다면, 그 후계자가 반드시 경영자의 자녀(상속인)일 필요가 없다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점점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상속을 통한 가업승계의 대안으로서 M&A를 통한 기업승계 활성화 방안이 논의되기에 이른 것입니다.

◇해외 사례=저출산과 기대수명 연장에 따른 고령화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닙니다. 우리보다 빠르게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독일과 일본에서도 유사한 논의가 있었고, 이들 국가에서도 M&A를 통한 기업승계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에서는 기업승계 M&A를 주된 사업 목적으로 하는 투자사가 올해 상장하여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름부터 ‘주식회사 기술승계기구’(next Generation Technology Group)인 이 회사는 기술력이 뛰어나지만 후계자가 없는 여러 중소기업들을 인수하여, 경영을 효율화하고 시너지를 도모하면서 장기 투자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기업승계 특별법=중소벤처기업부도 위와 같은 시대적 필요에 따라서 기업승계 특별법을 추진 중입니다. 특별법 제정도 중요하지만, 그에 따른 세제 혜택 및 금융지원도 동반되어야 M&A를 통한 기업승계의 물꼬가 터질 수 있을 것입니다.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하여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 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기업과 투자사들이 기업승계 M&A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기대됩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법무법인 세움 변승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