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으로 비정형 자산 투자상품화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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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토큰증권으로 비정형 자산 투자상품화 가능” 기술, 매출수익, 지식재산권 등…새로운 자금조달 방식 기대

기사입력2025-10-28 12: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토큰증권(Security Token) 법제화가 본격 추진되며 분산원장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자금조달 방식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투자 접근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데, 이를 활용해 자금조달을 다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토큰증권 법제화에 따른 중소기업 활용방안’ 보고서에서 선용욱 부연구위원은 “토큰증권 제도화는 비정형 자산의 유동화를 촉진하고, 스타트업과 소상공인의 자금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제안했다.

◇분산원장으로 자산 나누고 거래=토큰증권은 분산원장기술(DLT, Distributed Ledger Technology)을 기반으로, 자산의 권리를 디지털 형태의 증권으로 전환한 것이다. 기존의 실물증권이나 전자증권이 중앙집중 시스템을 통해 관리되는 것과 달리, 토큰증권은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원장에 기록된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이 기술을 활용하면 자산의 소유권을 손쉽게 나누어 소액으로도 거래할 수 있고,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를 통해 소유권 이전이나 배당금 지급 같은 절차가 자동으로 이뤄진다. 즉, 투자자는 중개인 없이도 24시간 P2P(개인 간) 거래를 할 수 있으며, 기업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토큰증권은 실물증권 및 기존 전자증권의 발행·유통 방식과 다르게 분산원장기술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증권 발행인과 투자자에게 유동성, 투명성, 경제성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는 강점이 있다.

선 연구위원은 “토큰증권은 그간 자본시장에서 거래되기 어려웠던 기술, 매출수익, 지식재산권 같은 비정형 자산을 손쉽게 투자상품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추진=이 같은 변화의 제도적 기반은 이미 마련 단계에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3년 2월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발표하며 법제화 방향을 제시했고, 올해 들어 제22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주요 개정 내용은 두 가지다. 먼저 ‘전자증권법’ 개정안은 토큰증권을 전자등록 방식의 증권으로 인정하고, 일정 요건을 충족한 기업이 직접 토큰증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제도를 신설했다.

또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투자계약증권 등 비정형 증권의 유통을 제도권에 포함시키고, 다수 투자자 간 P2P 장외거래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정부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디지털자산 생태계 구축’을 국정과제로 내세우며, 정책금융과 자본시장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는 ‘생산적 금융 대전환’을 추진 중이다.

◇기술·매출도 증권…자금조달 다변화=토큰증권이 본격 도입되면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구조는 한층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이 보유한 기술이나 서비스를 운용해 발생하는 손익을 기초로 한 ‘투자계약증권(STO)’, 또는 특허권이나 사용권 같은 비금전 자산을 기반으로 한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을 발행해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이미 일부 사례도 등장했다. LS증권은 ‘백년가게’의 매출수익권을 기초자산으로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하고, 한국ST거래가 이를 장외시장에서 거래하는 플랫폼을 구축 중이다. 해당 서비스는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연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또, ‘Intellectual Ventures’는 중소기업 등으로부터 구매한 특허 사용에 대한 라이센스 수익을 기초자산으로 증권을 발행하였으며, ‘Royalty Pharma’는 의약품 판매에 대한 로얄티를 기초자산으로 증권을 발행(Patent Monetize)한 바 있다.

◇투자 인센티브, 발행 부담완화 필요=다만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의 협력이 병행돼야 한다. 보고서는 중소기업이 토큰증권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민관 연계형 지원 강화 ▲투자 인센티브 마련 ▲발행 부담 완화 등 세 가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우선 토큰증권을 통해 일정 규모 이상의 자금을 조달한 스타트업이나 소상공인에게 정부의 매칭 지원을 연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TIPS(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이나 ‘LIPS(소상공인 투자연계지원사업)’처럼 민간 투자를 기반으로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 중심의 연계 구조는 아직 미흡하다. 보고서는 토큰증권을 통한 개인투자를 민간투자 인정 범위에 포함해, 민간자금이 정부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중소기업 정책 브랜드를 활용해 투자 안정성을 높이고, 신뢰도 있는 발행·유통체계를 갖춘 기관을 중심으로 ‘중소기업 토큰증권 발행·유통 플랫폼(가칭)’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이를 통해 개인투자자도 정책적으로 검증된 유망 중소기업에 보다 쉽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투자계약증권이나 비금전신탁 수익증권 등 비정형 증권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하고, 투자대상별로 배당소득세율을 차등 적용하는 등 개인투자자에게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함께 제안했다.

이와 함께 스타트업이 보유한 기술의 가치를 입증하고 보호하기 위한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술자료임치제도와 기술가치평가 제도를 연계해 유망 기술을 국가 차원에서 보증·보호하고, 이를 토큰증권 형태로 상품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소상공인의 매출 정보를 POS 단말기와 연동해 분산원장에 자동 기록하고,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매출수익을 투자자에게 자동 분배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면 투자 투명성과 사후관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