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계약에서 쟁점 된 ‘진술 및 보장’은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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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M&A 계약에서 쟁점 된 ‘진술 및 보장’은 무엇 어떤 경우 회사 흠을 인정하고 매도인이 책임질지 미리 정하는 것

기사입력2025-11-21 00:00

변승규 객원 기자 (seungkyu.byun@seumlaw.com) ㅣ다른기사보기

법무법인 세움 변승규 변호사

최근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IMM PE와 IMM인베스트먼트가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에 대해 약 1,00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했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말 IMM 컨소시엄이 KKR과 태영그룹으로부터 폐기물 처리업체 에코비트의 주식 100%를 인수했습니다. 그런데 에코비트 자회사의 폐기물 침출수 수위가 법정 기준을 초과한 사실이 올해 2월 발견되어 이를 자진 신고하고, 1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영업정지 기간 이후에도 재승인을 받을 때까지 영업이 중단되어야 하고, 침출수 방지를 위해 상당한 공사비용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IMM 컨소시엄이 수백억 원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소송의 내용이 정확히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언론보도에 따르면 진술 및 보장(representations & warranties)이 주된 쟁점이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M&A와 관련된 소송 및 분쟁에서는 ‘진술 및 보장’이란 말이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진술 및 보장은 무엇이고, M&A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M&A 계약에서 ‘진술 및 보장’은 무엇인가

사고파는 대상이 회사이고, 그 가격도 매우 비싸다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M&A도 무엇인가를 사고파는 것이라는 점에서 물건의 매매와 공통점이 많습니다. 그래서 M&A에서도 물건의 매매에 있어서와 비슷한 분쟁이 발생합니다.

매장에서 물건을 사서 집에 가져와 보니 물건에 흠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였는데 망가진 부분이 있거나, 며칠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금방 고장 나는 경우입니다. 매장에서 물건을 살펴볼 수는 있지만, 시간도 충분하지 않고 직접 써봐야 흠을 발견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서 사고 집에 와서야 ‘아차’하는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이 경우 소비자는 환불을 요구하고, 판매자는 환불을 거부해 분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M&A에서도 이러한 유형의 분쟁이 많이 발생합니다. 매장에서 물건을 살펴보는 것과 같은 단계로 M&A에 있어서는 실사(Due Diligence)가 있습니다. 실사는 매수인이 매수하고자 하는 회사의 법무, 재무, 회계, 세무 등에 대해서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는 절차입니다. 위와 같은 실사를 수주에서 수개월 동안 진행하지만 방대한 규모의 사업을 운영하는 회사가 그 대상인 점을 고려하면, 이는 매장에서 물건을 잠깐 살펴보는 것과 다름없는 짧은 시간입니다. 특히, 매도인이 정보를 의도적으로 숨기는 경우에는 이를 알아내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매수인의 입장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미권의 계약에서 진술 및 보장 조항이 발달했습니다. ‘진술 및 보장’은 당사자가 어떠한 사실을 진술하고 그 진술이 거짓인 경우에는 책임을 지기로 하는 조항입니다.

예를 들어, 물건을 파는 사람이 ‘그 물건에 흠이 없고, 흠이 있으면 내가 책임을 지겠다.’라고 종이에 써준다면, 그것도 일종의 진술 및 보장입니다. 물건에 흠이 있으면 물건을 판 사람이 당연히 책임져야 할 것이니 당연한 말처럼 들릴 수 있겠습니다.

M&A 분쟁에서 ‘진술 및 보장’이 주된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당사자들이 미리 합의해 이러한 리스크를 어떻게 분배할지 정하는 계약 조항이다.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그런데 중고 거래를 떠올려 보시면 조금 생각이 달라질 것입니다. 중고라면 당연히 사용한 흔적이 있고, 조금은 망가진 부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파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 정도는 중고 물건에 당연히 있는 것이니 흠이 아니라거나, 그래서 싸게 판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버려야 할 물건을 속여서 팔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즉, 어떤 경우에 물건에 객관적으로 흠이나 하자가 있다고 할 것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습니다.

M&A의 경우도 유사하지만, 양상이 더욱 복잡합니다. 어떤 것이 매수인이 당연히 부담해야 하는 리스크인지, 매도인이 책임져야 할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매도인이 회사를 소유하던 시기에 발생한 사유로 인하여 매수인이 회사를 인수한 이후에 회사에 벌금이 부과된 경우, 매도인은 매수인이 회사를 매수할 때 그러한 리스크까지 포함하여 회사를 인수한 것이라고 주장할 것입니다. 매도인이 회사를 경영하던 시기에 발생한 사유로 매수인이 회사를 인수한 이후에 이익이 발생한 경우에는 그 이익은 매수인이 취하므로, 그에 따른 손실도 매수인이 부담하는 것이 맞다는 것입니다. 반면, 매수인은 자신은 회사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전제로 회사를 매수한 것이니 매도인이 운영하던 시절에 발생한 사유로 회사에 부과된 벌금은 매도인이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또한, 자신이 회사를 경영하지 않던 시기에 발생한 리스크까지 자기가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진술 및 보장’은 당사자들이 미리 합의해 이러한 리스크를 어떻게 분배할지 정하는 계약 조항입니다. 즉, 매도인이 회사에 A라는 문제가 없고, A라는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책임을 지겠다고 구체적으로 계약서에 명시함으로써 매도인이 책임을 지는 경우와 그렇지 않는 경우를 구분하는 것입니다. 만약, 매도인이 진술 및 보장한 A라는 문제가 발생하면, 매도인이 책임을 지겠지만, 진술 및 보장하지 않은 B라는 문제가 발생하면 매도인은 책임이 없는 것입니다. 당연히 매수인은 최대한 진술 및 보장을 늘리고 싶어 하고, 매도인은 줄이고 싶어 합니다.

IMM과 KKR의 분쟁에서의 ‘진술 및 보장’은

M&A 계약의 진술 및 보장에는 일반적으로 매수의 대상이 되는 회사가 법률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는 내용이 포함됩니다.

앞서 말씀 드린 IMM과 KKR의 소송에서도 법률 위반, 특히 환경 관련 법률 위반에 대해서 진술 및 보장 조항이 있었는지, 침출수 수위 관련 사항이 진술 및 보장 사항에 해당해 KKR이 책임을 져야 하는지, 책임을 지는 경우 어떤 범위에서 책임을 져야 하는지 등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M&A 분쟁에 있어서는 진술 및 보장이 주된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경영자들은 그 개념조차 낯설어 M&A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를 소홀히 하기 쉽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M&A계약에서 진술 및 보장이란 어떤 경우에 회사에 흠이 있다고 인정하고 매도인이 책임을 질 것인지 미리 정하는 것이라고 이해하시면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법무법인 세움 변승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