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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日, 기업가치 높이는 주주관여펀드(EF) 부상 단기 차익 대신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과 동반성장

기사입력2025-11-29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최근 일본 자본시장에서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경영진과 협력적 대화를 중시하는 ‘주주관여펀드(Engagement Fund, 이하 EF)’가 부상하고 있다. 단기 차익을 노리는 공격적인 행동주의 펀드와 달리,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과 동반성장을 꾀하는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최근 부상하고 있는 일본의 주주관여펀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내 EF는 2010년대를 기점으로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제도적 기반 정비를 통해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단기 차익 대신 동반 성장=EF는 기업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경영진과 실질적인 대화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주주행동주의 펀드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제안 등 공세적인 경영 개입을 통해 단기적 성과를 쫓는다면, EF는 장기적인 대화를 통해 기업의 자발적 변화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다.

일본에서는 기업의 낮은 자본효율성(ROE)과 과도한 내부유보금 문제,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맞물리며 2010년대 중반 이후 EF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2014년 스튜어드십 코드와 2015년 기업지배구조 코드 도입은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관여 활동을 제도화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러한 변화에 힘입어 일본 내 기업과 투자자 간의 대화 건수는 2017년 3128건에서 2022년 6096건으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글로벌 펀드의 아시아 지역 진출 중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4년 기준 절반을 넘어설 정도로 일본 시장은 활기를 띠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일본 내 EF는 약 73개로 추정되며 글로벌 상위 10개 EF 중 5개가 일본기업을 주요 대상으로 활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중소형주 넘어 대기업까지=과거 중소형 기업에 집중됐던 EF의 타깃은 최근 세븐&아이 홀딩스, 카오, 교세라 등 대기업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EF의 활동범위 역시 지배구조 개선을 넘어 자본정책, 사업·투자전략, 경영전략 등 기업 경영 전반으로 넓어졌다.

보고서는 EF의 성공적인 관여 사례로 일본 스낵회사 ‘가루비(Calbee)’와 캐릭터 기업 ‘산리오(Sanrio)’ 등을 꼽았다.

‘Japan Engagement Fund(JEF)’는 가루비의 지분을 1%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2014년부터 장기보유를 전제로 한 비공개 미팅을 통해 배당정책과 성장전략 등을 논의했다. 강압적인 요구 대신 해외진출 지원과 자사주 매입 등을 제안하며 신뢰를 쌓았고, 그 결과 가루비의 매출액은 2014년 1999억엔에서 2022년 2454억엔으로 증가했다.

영국 자산운용사 ‘M&G Investment’는 산리오와 3년간의 대화를 통해 중국 사업전략 등을 제안했다. 이는 실질적인 실적 개선으로 이어져, 2020년 약 1135억엔이던 산리오의 시가총액은 2025년 11월 기준 1조4847억엔까지 급증했고, 매출액은 2020년 411억엔에서 2024년 1449억엔으로 증가했다.

◇관여기업 평균 시총 6% 증가=EF의 활동은 실제 지표 개선으로도 나타났다. 일본 공적연금(GPIF)이 2017~2022년 EF 대상 기업을 분석한 결과, 관여 대상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ROE가 1.38, 배당수익률이 3.68, PBR이 0.11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관여 대상 기업의 평균 시가총액은 비대상 기업 대비 6% 증가하는 유의미한 성과를 보였다.

일본 정부는 최근 ‘기업 매수 행동지침’ 등을 통해 경영진이 EF를 포함한 투자자의 제안을 이사회에서 진지하게 검토하도록 의무화하며 EF의 실효성을 높이고 있다.

여밀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EF의 활동은 대화 문화 확산 및 지표 개선 등 긍정적 효과를 보이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상법 개정 등 제도적 변화가 있는 만큼, 협력 기반의 생태계를 통해 기업가치와 시장 신뢰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