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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사생활 노출·광고 폭격에 디지털 약자 피해도 이용자 볼모 삼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 행보, 이대로 괜찮은가㊤

기사입력2025-12-25 00:00

지난 9월 23일 진행한 대규모 업데이트로 논란에 휩싸인 카카오톡이 약 3달 만에 첫 화면을 되돌렸다. 카카오 측은 “카카오톡 친구 탭에서 친구 목록을 바로 볼 수 있도록 12월 16일부터 순차적으로 업데이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왜 대규모 업데이트 이후 3개월 만에 일부 기능을 되돌릴 수밖에 없었을까? 3차례에 걸쳐 이와 관련한 이슈와 시사점을 살펴보고, 앞으로 카카오톡에 주어진 과제가 무엇인지 짚어본다.

‘국민 메신저’의 대대적인 개편…인스타그램 따라하기?

카카오톡은 출시 15년 만에 대대적인 개편을 시도했다. 9월에 이뤄진 업데이트에서 가장 큰 변화는 카카오톡 실행 시 가장 먼저 뜨는 화면인 ‘친구 탭’을 대폭 바꾼 것이다. 기존에는 카카오톡 친구들을 전화번호부와 같은 목록으로 볼 수 있었는데, 9월 업데이트에서는 친구들이 올린 프로필 사진과 일상 사진들을 모아서 보여주는 피드 형태로 바꾸었다. 이는 인스타그램과 유사한 형식으로, 친구들이 업로드한 사진에는 좋아요와 댓글을 달 수 있도록 했다.

두 번째로 큰 변화는 숏폼(짧은 영상) 콘텐츠를 추가한 것이다. 기존에는 화면 하단 가운데에 있는 탭을 누르면 오픈채팅방으로 갈 수 있었는데, 9월 업데이트에서는 이를 ‘지금’ 탭으로 바꾸고 숏폼 영상을 기본으로 노출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인스타그램에서 짧은 영상을 보여주는 릴스와 비슷하다. 오픈채팅 기능을 이용하고 싶다면 화면 왼쪽 상단에 있는 ‘오픈채팅’ 버튼을 한번 더 눌러야 진입할 수 있어서, 숏폼을 반드시 시청해야만 하는 구조다.

이 외에도 카카오톡은 여러 기능을 새로 추가했다. 아직 읽지 않은 채팅방을 모아서 보여주는 ‘안읽음’ 기능을 선보였으며, 보이스톡을 녹음하고 이를 텍스트로 변환해서 볼 수 있는 기능도 더했다. 보낸 메시지를 발송 후 24시간 이내에 수정할 수 있는 기능도 도입했다. 카카오톡은 다양한 기능을 제공해 이용자들이 카카오톡에 체류하는 시간을 늘리고, 광고 수익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사생활 노출, 광고 폭격…디지털 약자에 더 큰 피해 안겨

카카오는 9월 카카오톡 변화를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하며 ‘쓰는이에 집중, 쓰기좋게 맞춤’이라는 문구를 썼다. <이미지=카카오 공식 홈페이지>

카카오톡의 대규모 업데이트는 야심찼으나, 대다수의 이용자들은 큰 혼란을 겪거나 반감을 느꼈다. 가장 큰 원성을 산 부분은 첫 화면인 친구 탭의 개편이었다. 카카오톡 실행 시 가깝지 않은 지인들의 사생활이 담긴 사진들이 화면을 가득 채우자 이용자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여기에 원치 않는 광고까지 강제로 노출돼 불편함을 호소하는 여론이 커졌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11월 11일 공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카카오톡 업데이트로 친구 탭이 개편된 버전을 이용하는 응답자의 90.1%는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소식까지 보게 돼 피로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용자 90.9%는 “내 활동이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노출될 수 있어 부담스럽다”고 대답했고, 79.7%는 “친구 탭 개편 전으로 돌릴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응답했다.

더 큰 문제는 노인층을 비롯한 디지털 취약계층에게 혼란을 주었다는 것이다. 첫 화면이 낯설게 바뀌자 가족이나 친구에게 대화를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 어려움을 느끼거나, 원하는 메뉴나 채팅방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리는 어르신들이 늘었다. 이에 카카오톡은 디지털 약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소통의 문턱을 높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한 설정에서 ‘프로필 업데이트를 나만 보기’로 바꾸지 않을 경우, 이용자가 올린 각종 사진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드로 공개됐다. 이러한 사실은 디지털 기술에 밝지 않다면 먼저 알아내서 조치하기가 어렵다. 디지털 약자가 자신도 모르는 새 ‘사적 정보’를 노출하도록 한 셈이다.

또한 9월 업데이트로 카카오톡의 오픈채팅 탭이 지금 탭으로 개편되며 오픈채팅방에 들어가려면 숏폼 영상을 반드시 거치도록 바뀌는 바람에, 사실상 강제 시청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용자들의 불편은 물론, 아동 청소년이 숏폼에 강제로 노출되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더욱 비판의 대상이 됐다. 어린이를 키우는 보호자들은 자극적이거나 중독성을 유발할 수 있는 앱과 콘텐츠에 접근하지 않도록 교육하는 경우가 많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은 제한하더라도 카카오톡은 친구나 학교, 학원에서 소통용으로 허용했는데, 카카오가 도입한 숏폼은 지금 탭을 누르는 즉시 자동으로 숏폼을 보게 만든다. 이용자가 숏폼을 끌 수 있는 기능도 없기 때문에 아동 청소년이 스스로 자율성을 기를 수 있는 시스템도 아니다. 이에 보호자들의 걱정과 원성이 빗발쳤다.

카카오는 만 19세 미만 자녀를 둔 보호자가 숏폼 차단을 원할 경우, 카카오 고객센터 페이지에서 본인(법정 대리인)과 자녀의 휴대전화를 인증하고,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해 문의 내용을 이메일을 보내야 하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심지어 이러한 조치는 1년간만 적용돼 매년 갱신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논란이 커지자 카카오는 지난 9월 27일 카카오톡 숏폼 탭의 설정 메뉴에 ‘미성년자 보호조치 신청’ 기능을 추가했지만, 휴대폰 번호를 인증하고 서류를 첨부하며 1년마다 신청해야 하는 과정은 여전하다. 아동 청소년의 주양육자가 결혼이주여성, 노인, 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인 경우 이러한 절차에 대응하기가 더욱 어려워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 카카오의 복잡한 숏폼 차단 절차는 보호자의 상황에 따라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이 숏폼에 더 쉽게 노출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보호의 불평등을 낳는다. 중기이코노미 안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