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보레이션, 기업이 원하는 매력적인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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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예술 ㅣ 아트 콜라보레이션 “콜라보레이션, 기업이 원하는 매력적인 일” [기업과 예술의 만남:아트 콜라보레이션] ④ SK·에르메스

기사입력2014-01-18 06:00

(주)예술만세 기자 (artmanse21@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삼성의 갤럭시노트 관련 홍보·전시 프로젝트와 함께 성공적인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로 SK의 ‘행복 파빌리온’과 에르메스 ‘윈도우 프로젝트’가 꼽힌다.

SK ‘행복 파빌리온’ 건축가·디자이너·작가의 만남

SK ‘행복 파빌리온’ 프로젝트와 서승모 건축가, 허민재 디자이너, 에디강

SK 대학생 자원봉사단 SUNNY의 10주년 기념 ‘행복 파빌리온’을 제작해 두 달간 각 대학을 돌며 전시 투어를 한 프로젝트다. 10주년을 맞이하는 SUNNY를 기념·홍보할 수 있는 아트 프로젝트의 제안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먼저 경우와 같은 문제가 있었다. 기업들의 시간에 관한 관념이 작가와 예술계의 그것과는 사뭇 거리가 있다는 것이었다. 기획에서 디자인, 제작까지 빠듯한 타임라인 속에서 아티스트를 선정, 협업을 진행하기에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따라서 프로젝트의 목적과 성격에 조금 더 부합하기 위해 예술의 영역을 조금 확장해 스스로의 이름과 브랜드를 지닌 건축가와 그래픽디자이너를 리서치했다. 이들과 Graywall이 협업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향으로 틀을 잡았다. 그리고 서승모 건축가와 뉴욕과 런던에서 활동하다 돌아온 허민재 디자이너를 섭외, SK와 함께 아이디어를 모아 밑그림을 만들어 갔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Graywall, 건축가, 디자이너가 각각 수평적인 관계로 서로 협업하며 SK를 위한 프로젝트를 완성해 나간다는 사실이다. 대부분 일방적인 상하·갑을 관계를 상정한 콜라보레이션은 쉽게 그 빛을 바래고 만다. 물론 SK행복나눔재단이 최종적인 클라이언트로 많은 부분에서 클라이언트의 가이드라인과 색깔을 고려했지만 건축가와 디자이너, Graywall의 색이 이에 덮이지 않도록 많은 부분에서 수많은 토론을 통해 갈등을 조율하며 무사히 일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여기서 기업이 홍보나 기획사에 일을 시키고 이런 프로모셔널 전시를 만드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라는 질문을 할 수도 있다. 물론 그렇게 해도 일은 진행됐을 것이고, 더 빠른 시간에 광고주의 입맛에 맞게 더 효율적으로 일을 마쳤을지도 모른다. 어찌보면 클라이언트는 더 복잡하고 어려운 길을 선택해 큰 모험을 한 것일 수도 있다.

SK ‘행복 파빌리온’ 프로젝트와 서승모 건축가, 허민재 디자이너, 에디강

하지만 이러한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의 경우 각자가 하나의 브랜드로 건축·디자인·미술계의 각각 다른 브랜드와 영역으로의 홍보가 가능해지고, 자기의 이름을 걸고 일하는 건축 디자이너를 포함한 예술가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며, 커머셜한 기획사의 아이디어보다 창의적인 결과물을 이와 비슷한 혹은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유는 예술가들 또한 생활과 일을 계속하기 위해 일에 대한 대가가 필요하지만, 우리는 단지 이익을 위한 비즈니스가 아니라 스스로의 가치를 확인하고 열정으로 일을 하기 때문이다.

행복 파빌리온 전시는 SK 서린사옥 설치를 시작으로 2달여 동안 전국 대학을 돌며, SUNNY의 10주년을 기념하며 활동과 역할을 보여주는 임무를 완수한 후, 서울 강동에 있는 한 사회복지시설에 기증되어 아이들과 놀며 공부할 수 있는 어린이 놀이집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이 변신에는 귀여운 일러스트 캐릭터를 그리는 에디강 작가가 다시 한 번 콜라보레이터로 참여했다. SK벽화자원봉사단 학생들과 함께 파빌리온의 외벽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귀여운 그림들을 그려 넣어 시작부터 마무리까지의 훈훈한 과정을 보여주었고, 또한 긍정적 미디어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에르메스 ‘윈도우 프로젝트’와 지니서 작가

마지막으로 소개할 프로젝트는 2013년 한해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시즌 동안 Hermes Korea 도산 메종을 포함, 전국 백화점의 샵인샵 매장의 윈도우를 지니서 작가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제작한 프로젝트다.

Graywall이 선택한 지니서 작가는 건축적이고 기하학적인 작업에 세련된 색채를 사용하는 작가로 에르메스의 성격과 가장 느낌이 통하는 작가였다. 이번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에서 눈여겨 볼 점은 다른 명품 브랜드와 달리 에르메스는 그 지역 작가에게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루이비통이나 프라다 등의 다른 브랜드들도 매 시즌 윈도우를 교체하지만 모두 이태리나 파리의 본사에서 보내는 디자인 프로덕트들을 조립하는 식이다. 루이비통의 경우 전세계의 윈도우는 모두 같은 컨셉으로 제작 배급된다. 효율 면에서는 대량 생산을 통해 단가를 낮추고 전세계의 수준을 통일하는 등의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에르메스는 전세계 모든 매장의 윈도우 디자인이 모두 다르다. 또한 때로는 실망스러운 디자인이 나올 때도 있다. 이러한 위험을 무릅쓰고도 이렇게 윈도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는 지역의 문화 예술에 대한 환원과 지원, 또한 일률적이지 않은 장인과 아티스트 정신을 존중하는 브랜드의 태도에 있다.

에르메스 ‘윈도우 프로젝트’와 지니서 작가

또 예산 측면에서도 어차피 매 시즌 써야 하는 예산과 아티스트에게 일을 주는 예산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사전에 디자인을 조율하고 제작 과정을 살피고, 파리 본사의 컨펌을 받고 거쳐야 할 일은 훨씬 복잡하고 많지만 충분히 그 가치를 해 내는 프로젝트인 것이다. 에르메스 코리아 및 파리 본사와 커뮤니케이션을 비롯, 시즌별 프로덕트에 대한 이해를 작가와 공유하는 등 기획자·매개자 역할을 Graywall이 담당했다. 그리고 우리는 에르메스가 진출한 여러 국가의 윈도우 중 가장 아름답다는 찬사를 파리 본사 담당자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이처럼 아티스트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는 지금 대중과 사회, 기업이 원하는 많은 장점을 창출해 낼 수 있는 매력적인 일임에 분명하다. 이러한 프로젝트에는 항상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작가와 기획자, 기업 등 서로에 대한 이해와 충분한 협의가 필수적이다. 아트와 비즈니스는 서로 다른 시각과 언어를 사용하고 때로는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둘 사이에서 서로의 입장을 모두 이해하고 그 요구를 존중하며, 필요에 따라서 서로를 이해시키고 설득할 수 있는 아트 컨설턴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 [Graywall 변홍철 디렉터]